음력으로 동지 전날 새벽 로우쟈가 막 문을 나가려는데 홍지엔이 말했다.
"오늘 우리 본가에 가서 동지 저녁밥을 먹어야 한다는거 잊지마. 어제 아버님이 직접 전화로 꼭 오라고 신신당부 하셨어.
당신 더이상 계속 안가면 안돼."
로우쟈는 콧들을 찌프리며 지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갈께요, 가면될거 아녜요! 못난 며느리가 시부모 보게됬네! 오늘도 당신과 나를 비교하고 따지면 나 안갈지도 몰라요.
전에 고모네서 저녁 먹으러 오라고 할때는 당신 나와 동반해서 가지 않으려 하더니 오늘은 왜 내가 당신을 동반해서 가야하는거죠?"
홍지엔은 그녀가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양 우쭐대는 것을 보고 웃었다.
로우쟈가 말했다. "내가 말할게 있는데, 당신은 내가 잘해주니까 그걸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어요.
내가 집에 와서 당신 올때까지 기다릴테니까 집에 왔다가 같이 가요. 나 혼자 가라면 안갈거예요."
홍지엔이 말했다. "당신 이번이 새색씨가 첨 시댁에 가는것도 아닌데, 나보고 괜히 한번 더 왔다가 가라고 그러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문을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간지 얼마 안되어 왕선생에세 전화가 왔는데 그에게 빨리 나오라 했다.
그는 큰일이 났나보다 짐작하고 가슴이 두근두근 했는데 알고싶어 조바심 나기도하고 또한 아는것이 두렵기도 했다.
왕선생이 그를 보더니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사회에서 어제 저녁 내 사직을 결정했소. 아무때나 내가 떠나고싶을때 신문사를 나가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 벌써 내 후임자도 뽑아 놓았소.
나는 내일 업무를 인계하려고 하는데 당신한테 처음으로 말해주는거요."
홍지엔이 말했다. "그러면 나는 오늘 편집장님에게 사직서를 내겠습니다. - 나는 편집장님이 일을 위임한 사람이니까요 - 서면으로 제출할까요?"
왕선생이 말했다. "당신 사직문제는 당신 장인과 한번 상의해보는게 어떨까?".
홍지엔이 말했다. "이건 내 개인의 일입니다."
왕선생은 올바른 사람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정의를 선택하도록 압박 받았고 기꺼이 뜨거운 논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서 사직의 어둡고 외로운 상황을 감소시켜주었으며 그는 남녀가 야밤에 몰래 도망치는 것처럼 혼자 도망쳐버리려 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모든 기관에서 사람은 언제나 바뀌며 빈 자리에는 늘 올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화가 나서 사직하면 그저 사직하는 사람만 손해볼 뿐 사직을 한 그 자리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 것이다.
사람이 자리에 앉지 않으려면 자기 다리를 고생시킬 각오를 해야한다.
의자는 사람을 굶게 만들지 않고, 서있느라 다리가 뻐근하게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빈의자가 많으면 불경기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홍지은 비록 그의 개인적인 부하가 아니었지만 이런 사람은 많을수록 좋았고 숫자가 많아져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국내신문, 국외신문, 경제신문에서 부터 두개의 칼럽의 편집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신문사 관리부서에서는 벌싸부터 이런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고 점찍어둔 사람도 얼마든지 있었다.
게다가 이번 사직이 정치성이 있는 것도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빨리 나가주기만 바랐으며 이통에 무슨 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기만 바랐다.
어쨋든 이미 이번달 월급은 조기 지불 되었다.
경제신문의 편집자가 만류한 이외에는 다른 아래 부서에세 왕선생의 회람시킨 사직서는 하나하나 모두 받아들여졌다.
자료실은 제일 중요하지 않은 부서여서 언제든지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었고 그바람에 홍지엔의 실직이 제일 빨리 받아들여졌다.
그날 오후 그의 장인은 이 소식을 들었고 급히 그에게 와서 로우쟈도 동의했는지 물었고 그는 입에서 나오는대로 동의했다고 둘러댔다.
장인은 금새 믿지 않았다.
홍지엔은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러가지 일을 마무리하고 로우쟈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오늘 그녀를 데리러 집에 갈 틈이 없으니 기다리지 말고 직접 가라고 했다.
전화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그녀가 매우 화가 나있었지만 장인이 갑자기 다시 자기 앞으로 오는 바람에 그녀에게 변명하기에 적합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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