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반쯤 보았을 때 홍지엔은 갑자기 영화에 열중하고 있던 그녀를 방해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알았다. 틀림없이 리씨 아줌마 그 늙은이가 일러바쳤을꺼야. 당신 그끄저께 그 아줌마를 루씨네 집에 음식 갖다주라고 보내지 않았어?"
로우쟈는 그 녀가 그일과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을 진작부터 예상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에 깊이 감추고 그 말은 하지 않고 단지 이렇게 말했다.
"집에 가서 내가 물어 볼께요. 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 당신 절대로 그 아줌마와 싸우면 안되요. 그녀를 쫏아내면 그만큼 일해 줄 사람 찾을 수 없어요.
우리 집은 규모도 작지, 노름도 않하지, 손님도 초대하지 않지, 그러다보니 월급도 조금밖에 안주는데 그 돈 주고 믿고 일시킬 사람은 없어요.
고모한테는 내가 자연스럽게 잘 설명할께요. 당신 지금은 영화나 보네요. 그런 생각에 빠지지 말아요, 나도 말 안시킬테니. 어,벌써 여러 대목 지나갔네."
남편이 등을 돌리기를 기다려 로우쟈는 리씨 아줌마에게 꼬치꼬치 물었다.
리씨 아줌마는 한마디로 부인하며 말했다. "나 한마디도 말한거 없어요. 서방님이 성격이 급하다고 한거 외에는."
로우쟈가 말했다. "알았어요. 이제 그만 할께요." 그녀는 앞으로도 말을 옮기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이틀동안은 리씨 아줌마는 홍지엔이 말하는대로 고분고분 따랐다.
로우쟈는 자기가 황씨 시댁일을 미주알 고주알 전부 고모에게 말했던 생각이 떠 올랐고 고모가 그런 말까지는 꺼내지 않은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에 홍지엔이 알았다면 또다시 대판 싸움이 일어났을게 뻔했는데 그가 체면을 제일 중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기 집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을 홍지엔이 절대 황씨 시댁에 가서 말할리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것만은 그녀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기는 홍지엔에게 시집을 왔지만 마음 속으로는 여전히 쑨씨 집안 사람이었다.
하지만 홍지엔은 자기를 처로 맞으면서 황씨 집안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 것만 봐도 여자아이가 남자보다 낫다는걸 알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기 아버지만 멍청하게 남동생만 애지중지 하고 있는 것이다.
홍지엔은 그날 이후 그녀와 같이 루씨 댁에 가려고 하지 않았고 로우쟈도 같이 가자고 강권하지 않았다.
그녀는 매번 갔다올때마다 이번에 갔을 때는 누구누구와 만났느니 무슨 소식을 들었다느니 하자 홍지엔은 저도 모르게 속이 쓰렸다.
자기만 한귀퉁이에 외롭게 떨어져 있는 것 같았고, 그 몇마디 말은 자기를 비꼬며 속을 뒤집어 놓는 것 같았다.
어느 일요일 아침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로우쟈가 말했다.
"나 나갔다 와야겠어요, 여보 그래도 되요?"
홍지엔이 말했다. "고모 집에 가려는거야? 흥! 내가 나가지 말라고해도 당신 그냥 나갈거 아냐! 그러면서 나한테 뭐하러 물어?
이따가 오후에 나가면 안도겠어? "
로우쟈가 말했다. "나가고 들어오고 하는 건 내 자유예요. 당신 체면 살려주려고 그냥 한번 해본 소리인데 뭐 그걸 갖고 폼을 잡으면서 샘을 내고 그러네.
겨울이라 해가 짧아서 오후에 나가면 아무 의미가 없단 말이예요.
지금 햇살도 따뜻하니, 고모한테 털실을 갖고가서 당신 털조끼 짜주려고 어떤 모양으로 할까 의논하러 가려는 거예요."
홍지엔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의례 밥을 먹고 돌아오겠지.
모처럼 일요일 오전에 우리 두사람이 같이 있게 되었는데 당신 나혼자 내버려두고 밖에 나가 밥을 먹고 오려는 구먼.
로우쟈가 말했다. "흥, 말하는 품이 정말 가련하네! 마치 나하고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는 것 같네!
당신 집에 있을때 나와 뭐 데화라도 했어요? 혼자 서성거리거나, 가슴이 답답한지 한숨이나 쉬고 그러지 않았어요.
그러다 당신 무슨 일이라도 있냐고 물으면 대꾸도 않았고 --- 오늘 일요일이니 우리 싸우지 않는게 어때요? 나 나갔다 바로 올께요."
그녀는 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침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가 옷을 입고 나가려 하는데 홍지엔은 의자에 앉아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머리칼을 만지며 말했다. "당신 왜 이렇게 게으르게 부스스하게 있어요, 일찍 일어났으면서 여태 빗질도 안했어요?
오늘 이발하러 가도 되겠어요. 여보 나 나가요."
홍지엔이 들은척도 않고 신문을 치우지도 않았자, 로우쟈는 그를 흘끗보고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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