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충성하는 마음'이란 말의 뜻이 당,송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정의가 틀림없이 그대로 전해졌다고 하면 리 아줌마의 충성은 불충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충성은 지극히 편파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홍지엔이 그녀에게 일을 시키면 그녀는 늘 로우쟈의 승낙을 받은 후에나 움직였다.
예를 들어 홍지엔이 야채를 사오라 하면 그녀는 곧바로 말했다. "아가씨는 시금치를 좋아하니 먼저 물어보고 사올께요."
로우쟈는 당연히 홍지엔의 생각대로 해주라고 했다.
홍지엔이 그녀에게 말했다. "날씨가 추워져서 내 홑겹 옷은 더이상 입을 수 없어요. 오늘은 햇볕이 좋으니 햇볕에 널었다가 잠시 후 로우쟈가 오면 걷어오라하세요."
그녀가 고집스레 말하기를 로우쟈의 홑겹 옷도 아직 널지 않았으니 서두를 것 없으며 날씨가 다시 따듯해지면 로우쟈도 옷을 널테니 그때 같이 널겠다고 했다.
로우쟈는 벌써 나가고 없었다.
그는 리 아줌마에게 젊은 여자들은 남자들과 옷 입는게 달라서 외투만 두꺼운 것으로 바꿔 입으면 홑겹 옷을 입동때까지도 입는다는 사실을 납득 시킬 수 없었다.
리 아줌마가 반격했다. "서방님,옷을 널어 말리는 것은 아녀자들 일이예요. 굳이 참견하지 마세요.
우리 아가씨는 꼭두새벽부터 일하러 나가는데 서방님은 왜 아직도 안나가고 그러세요? 지금 나갔다가 저녁때 일찍 돌아오는게 좋지 않아요?"
매사 이런 식으로 그녀는 그를 화 나게 하기도 하고 또 어떤때는 웃게 만들기도 했다.
그를 웃게 할때는 그녀를 "리씨 마나님" 혹은 "Her Majesty (여왕폐하)라고 불렀지만 화가 날때는 그녀를 내쫏지 못하는 것을 통탄스러워했다.
둘이 부부 싸움울 할때 그녀가 들으면 두 주인과 똑같이 얼굴이 팽팽히 긴장되었고 홍지엔을 바로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그에게 물건을 줄때는 휫 밀어 놓았다.
그가 싸움이 끝난 후 로우쟈에게 소곤소곤 말했다.
"이건 말도 안돼! 당신 둘에 대해 말하자면 주인 하나한테만 충성을 다하는 하인이고 그러다보니 나만 죽자고 학대하는구먼."
로우쟈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줌마한테 여러번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나를 돕는다고 그런다는데 내가 어쩌겠어요?
아줌마 말이 여자들은 모두 남편들때문에 손해를 본다며 자기도 남편 리씨 때문에 여러가지 손해를 보는데 -- 생쌀 종쯔도 먹었대요.
하지만 내가 당신이 집안에서 한 손바닥만으론 박수를 칠 수 없는 노릇이니 지금 맛을 보고나서 먹으라고 주든지 하라고 말하는거예요."
로우쟈의 부친은 사위에게 예의만 차리며 소원했다.
처남은 매형이 무예가 변변치 않아 축구도 못하고 테니스도 못하며 학문 역시 시원치 않아 라디오도 못고치고 자동차 운전도 못하니 누나가 시집을 잘못갔다고 생각했다.
홍지엔은 사위 역할 하느라고 마지못해 가끔 쑨씨 댁에 갔다.
다행히 로우쟈도 자주 친정집에 가지는 않았고 세번중 두번은 고모 집에 놀러갔다.
신혼 집에 이사온지 한달여 지나서 홍지엔 부부는 루씨 댁에 식사를 초대받아 갔다.
두사람이 식사를 다하고 가려고 하는데 루씨 마나님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홍지엔, 자네에게 싫으 소리 한마디 해야겠어. 자네 앞으로 우리 로우쟈를 괴롭히면 안되네.
- 마치 본국 말로는 충분히 설명이 안되는 것처럼 그녀는 외교 조약이라도 되는 양 영어 중국어를 섞어쓰며 말했다. -
자네 또다시 그애를 bully (괴롭히다)하면 내가 용서 않할거야!"
홍지엔은 그녀가 먼저 "싫은 소리" 충고 한단 말을 듣고 벌써부터 고슴도치가 적과 마딱드린 것처럼 모근이 곶추섰다.
그녀가 말을 마쳤지만 그는 그녀가 말하려는 본래 뜻을 알아듣지 못했고 막 물어보려고 하는 참에 로우쟈가 황급히 말했다.
"Auntie (고모), 이사람 나한테 잘해줘요. 누가 이사람이 날 괴롭힌다고 그래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는데."
"홍지엔, 로우쟈 말 좋게 들어. 그애가 여전히 자넬 감싸주려는거야!"
홍지엔이 화가 나서 말했다. "고모님이 내가 이사람을 괴롭히는지 어떻게 아세요? 나는 ---"
로우쟈가 그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빨리 갑시다! 빨리 가요! 시간 늦어요. 영화 시작할 시간이란 말이예요. Auntie, 오늘 같이 얘기하고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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