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엔이 문을 나서면서 말했다. '나 영화 볼 생각 없어. 당신 혼자 가."
로우쟈가 말했다. "에잇! 난 당신한테 잘못한것도 없는데 이게 무슨 꼴이람. 어쨋든 당신 내가 고모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거 믿지요. "
홍지엔은 화를 벌컥내며 말했다. "그러길래 내가 당신하고 루씨 댁에 오지 않으려 했던거 아냐.
우리 집에서 그냥 밥을 먹으면 되는거지 뭐가 부족해서 남의 집을 찾아 다니면서까지 꾸지람을 듣냐 말야! 내가 당신을 괴롭혔다고!
흥, 내가 당신을 뭘 괴롭혔다고 고모, 유모 몽땅 나서서 날 죽어라고 괴롭히다니, 그렇게 오래 오래 살라고 해!
궂이 말하자면 우리 황씨 집안 사람들은 말도 못꺼내겠구먼!
당신네 쑨씨 집 사람들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부 망할 놈의 발바리 개새끼 같아.
(중국어 원문 混帐王八蛋 거북이 알 같은 자식 : 거북 알이 어미를 모른다는데서 중국에서는 심한 욕이 됨)
어쨋든 내가 아주 나쁜 놈으로 낙인 찍혔으니 오늘은 아예 당신을 정말로 괴롭혀야겠어.
나는 나대로 갈테니 당신은 당신대로 가. 영화를 보든, 친정으로 가든 맘대로 해!" 그는 로우쟈가 잡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로우쟈는 원래 영화를 보던 말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남편의 언동이 거칠고 교양없게 나오면서 심지어 생물학적으로 아무 연관될 가능성이 없는 개를 갑각류에 빗대며 자기 집안 식구들을 욕하자 그녀 역시 화가 났다.
길거리에서 싸움질을 할수는 없고 바로 말했다. "나 혼자 영화보러 갈거예요. 뭐 잘 못된거 있어요? 당신 같이 안가도 상관 없어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편을 한번 째려보고 혼자 뚜벅뚜벅 길을 건너 전차 정거장으로 걸어갔다.
홍지엔은 혼자 우두커니 서서, 낙담했고, 또한 마음이 허전했다.
로우쟈의 뒷모습을 보니 건너편 거리에서 많은 인파에 섞여 보였다 안보였다 했는데 이상하게 갸냘프고 애처로워 보였다.
어디에서 나온지 모르는 걱정되는 마음과 보호 본능으로 그는 서둘러 쫏아갔다.
로우쟈가 걸어가고 있는데 누가 어깨를 툭 쳤다.
그녀가 깜짝 놀라 껑충 뛰면서 뒤돌아보니 바로 홍지엔이었다.
그녀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하면서 말했다. "당신 왜 따라와요? "
홍지엔이 말했다. "난 당신이 어떤 놈하고 도망갈까봐 감시하러 쫏아온거지."
로우쟈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싸우려고만 드니 어느날인가 난 싸우다 지쳐 도망갈거예요. 하지만 다른 사람하곤 안가요,
당신 화내는 것 참아내느라 얼마나 지긋지긋 했는데...내가 여전히 남자를 구한다면 난 정말 바보 멍청이지."
홍지엔이 말했다. "오늘 내가 잘못을 시인할 것은 없어, 당신 고모가 나한테 덮어씌우려 했기 때문이지."
로우쟈가 말했다. "그래요, 우리 집안 식구들이 당신한테 덮어씌웠다 하고 내가 당신한테 사과할께요. 그런 뜻에서 오늘 영화는 내가 낼께요."
홍지엔은 두손으로 외투 주머니와 안주머니 그리고 바지 주머니까지 모두 뒤져 돈을 꺼내려하자 로우쟈가 웃으며 말했다.
"전차가 금방 올테니 당신 더이상 이(虱) 잡는척 하지 마세요. 가죽 지갑도 있으면서 왜 거기 넣지 않는거예요?
돈도 많지 않아서 당신 옷 정리하면서 보니까 이쪽 주머니에 지폐 한장, 저쪽 주머니에 우표한장 달랑 있더라구요."
홍지엔이 말했다. "결혼 전에는 친구들 밥사주느라, 돈을 지갑속에 넣고 다니다가 계산할때 꺼내면서 폼을 잡았었지.
이제 그것도 옛날 얘기고 지금은 지갑을 어디 던져 놨는지도 모르겠어."
로우쟈가 말했다. "말을 하니 화가 나네요. 결혼 전에 당신이 나한테 제대로 밥 한번 근사하게 사준적 있어요?
지금 마누라가 되었으니 이제와서 나 혼자만 위해 격식을 제대로 차려 다시 사달라고 할 수도 없고."
홍지엔이 말했다. "오늘은 밥은 사달라고 하지 마, 그저께 이번달 월급을 아버님한테 보내드렸어.
그래도 용돈은 충분 하니까 이따 영화 끝나고 간식이라도 살께. 우리 찻집 한번 찾아보자구."
로우쟈가 말했다. "오늘은 집에서 점심을 안먹었으니 리씨 아줌마가 우리가 돌아가 저녁을 먹는줄 알고 기다릴 거예요.
간식을 먹고 가면 저녁을 못 먹을테니 음식이 남아서 버려야 할 거예요.
간식은 먹지 맙시다 -- 하하, 당신 내가 얼마나 현모양처인지 봤죠, 집안 살림도 물론 잘하고.
오직 당신 어머님만 여전히 내가 살림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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