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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53p (전종서의 위성)

로우쟈가 말했다. "나 듣고싶지 않지만 말하려면 말해 보세요. 난 오늘 하나 안게 있는데 당신 효자더군요, 아버님 말이라면 언제나 복종하는 ㅡ-"

이 싸움은 격해지지 않았는데 쑨씨 집에 가서 싸울 수는 없고 그렇다고 다시 황씨 집에 다시 돌아가서 싸울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로에서는 싸우기가 적당하지 않았고, 혓바닥과 입술을 창 칼처럼 휘두르며 격력하게 무예릏 겨뤄 볼만한 장소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도 좋은 점이 있는데 어떤 때는 좋은 일을 망칠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두 사돈이 만났고, 피차 한번씩 초대했고, 서로 한번씩 집을 교환 방문했다.

하지만 피차 경멸하는 시선을 교환했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불만이었다.

황씨 집에서는 쑨씨네가 자기들을 무시한다고 불만이었고 쑨씨네는 황씨네가 구닥다리라고 마땅치 않아 했으며 또 서로 뒤에서 상대방이 부자가 아니라고 싫어했다.

 

황툰영감이 하루는 마나님이 안사돈 흉보는 것을 듣고 갑자기 영감이 떠올랐다.

그는 일기에 근사한 문구를 한줄 적었는데 그는 두 집안이 혼인관계를 맺는 것을 "진진(秦晋)을 맺는다"고 하는 이유를 이제서야 겨우 알았다고 썼다.

" 무릇 춘추시대에  진(秦) 진(晋) 두나라는 대대로 혼인을 맺으면서도 대를 이어 전쟁을 벌였다.

사돈간에 서로 미워하다가 나중에 이르러서는 그 도가 훨씬 심해졌다.

진진(秦晋) 이라 부르게 된 것은 진 진 두나라의 관계처럼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뜻이며 또 그래야 마땅하다."

그는 글을 다 쓰고나서 어찌나 맘에 들었던지 그것을 사돈 쑨영감에게 감상하라고 보내주지 못하는게 한스러울 지경이었다.

 

홍지엔과 로우쟈 두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수모를 당할 때마다 피차 서로에게 대고 화풀이를 했다.

홍지엔은 마누라 때문에 수모를 당하게 되면서 수모를 당할때 마누라의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에는 수모를 당하면 그저 마음속으로 우울해했을 뿐 마음대로 발산할 데가 없었는데 아무도 화풀이 대상으로 삼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고, 어떤 사람에게 화를 내더라도 마누라에게 한것 만큼 그렇게 통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부모 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 친구는 절교하려 할테고 하인은 홧김에 일을 놓을 것이다.

하지만 마누라는 호머의 대서사시(오디세이)에 나오는 바람 신이 가진 가죽 자루처럼 수모를 받을 수 있는 용량이 엄청나게 크고, 이혼도 결국 쉽지 않을 것이다.

로우쟈 역시 남편이란 사람은 자기 부모처럼 보살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홍지엔보다 교양이 있었기 때문에 매번 홍지엔이 화를 낼 때마다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홍지엔과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두사람이 있는 힘을 다해 줄을 당겨서 줄이 곧 끊어질듯 팽팽해지면 그녀는 몇발자국 다가와 줄이 느슨해지게 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더라도 한바탕 언쟁을 하게되면 통쾌했다. 하지만 싸움이 끝나면 그들 모두 피곤했고,허탈감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연극이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지거나 술이 깨고 났을 때의 그런 기분이었다.

 

상해로 돌아오기 전에는 싸우자마자 곧바로 화해 했는데 마치 부자집에서 음식을 밤이 될때까지 보관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홍지엔은 싸우고 나서도 남은 감정이 있으면 하루이상 지나야 겨우 없어지며 흐지부지 되었는데 이럴때는 화해를 안하는 것이 바로 화해하는 것이었다.

어느때인가 언쟁을 벌이고 난 후 로우쟈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당신 화 낼때는 꼭 야수가 사람을 무는것 같이 억지를 쓰면서 정분도 없어보여요.

당신은 큰아들이면서도 부친 모친의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한것 같이 왜 이렇게나 제멋대로인거죠?"

 

홍지엔은 쑥스러워 하며 웃었다..

그는 막 싸움에 이겨서 승리감에 관대해져 있었고 아둥바둥 온 힘을 쏫을 필요가 없었다.

"장인, 장모님도 남존여비 사상이 있으셔서 당신을 애지중지 하진 않을셨을거고 그러다보니 충분히 보살피지 않으셨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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