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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55p (전종서의 위성)

로우쟈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내가 짧게 한마디 할테니 들어보세요. 당신은 삼일 정도는 잠잠하다가 거기서 며칠만 넘으면 일이 없으면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심통을 부리는데 제발 그러지 마세요."

홍지엔은 엉뚱한 말이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야, 당신 정말 지나치네!"

 

홍지엔은 발바리를 끌고 나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중 절반은 그래도 진지한 것이었다.

바로 작년에는 내지로 온 것을 후회했고 지금은 로우쟈의 말을 듣고 상해로 온 것을 후회하고 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있을 때는 사람들 사이의 알력을 겁냈지만 막상 대도시에 와서는 다시 사람들의 냉담함을 한탄하며 알력이란 것이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미생물 같은 놈들이  제혼자 잘났다고 뽐내며 누가 현미경에라도 놓고 확대해 보아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혼잡한 가운데 외로움, 왁자지껄 하는 가운데 처량함은 그를 여러번 외로운 고도에 떨어져 사는 외톨이가 된 느낌을 주었고 정신 역시 절해 고도에 떨어진 섬 같았다.

 

금년 상해에 있을 때와 작년 내지에 있을 때의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유럽의 형세는 급전직하하였고, 일본인들은 이때문에 양대 조계에서 하루하루 오만방자해져 갔다.

나중에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공동전선'을 펼 영미 양국도 그 당시에는 그저 보수 중립만 원했다.

가운데 선다는 중립에서 중이 란 것도가운데 중이 아니었고, 립도 근본적으로 설 수있는 립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중립'은 그들이 중국에서 발을 들여 놓을 곳을 찾아헤매게 만들었고 그 나머지 것들을 몽딴 일본에게 내어준 꼴이 되었다.

 

죤 불(John Bull)은 이렇게 허풍을 쳤다.

엉클 샘(Uncle Sam)은 엉터리 아저씨 (Uncle Sham)이다. 미국은 태산이 아니라 녹아 없어질 빙산일 뿐이다.

'프랑스 수탉'(Gallic cock)은 수탉의 본능이 확실히 있다. - 목을 늘이고 아시아를 환영하는 울음소리를  길게 목청껏 뽑아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일본의 태양기(太阳旗)를 진짜 태양으로 오인했다.

 

미국은 함선들을 고철로 일본에 넘겨 주었고 영국은 윈난성과 버마를 잇는 도로의 봉쇄를 심각히 고려하게 되었다.

프랑스는 비록 윈난성과 월남변경을 봉쇄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으로 부터 전쟁의 불똥이 자기들에게 튀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었다.

물가는 끈 끊어진 연처럼 마치 신선이라도 된듯 끝 없이 날아올랐다.

공공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거듭해서 파업을 벌였고 전차와 버스는 극장이나 여관같이 만원사례라고 팻말을 써붙이지 못하는 것이 한탄스러울 정도였다.

백동전은 전부 약탈되어 시장에서 사라졌고 우표가 새로운 기능을 발휘하여 잠정적으로 화폐 대신 사용되었다.

애석하게도 편지를 부칠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로 꽉찬 버스를 탈때는 요긴하게 쓰였던 것이다.

 

생존경쟁은 점차 치열해졌다.

 사람들은 허식의 가면을 벗어 던졌고 원시적인 살벌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염치는 점점 사라졌고 사람들은 그것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국난을 당해 부를 거머쥔 사람과 나라가 거덜나면서 쪽박을 차게된 사람이 동시에 늘어났지만 서로 충돌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은 큰 거리의 번화한 곳에서 구걸을 해야지 부자가 사는 조용한 주택가에서는 구걸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지만 부자들이 타고가는 유선형 승용차를 쫏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빈민 구역은 점점 넓어져 도시의 면모를 부스럼이 난 것처럼 만들었고 정치적인 테러사건은 매일처럼 일어났다.

뜻 있는 사람들은 압박을 받아 천천히 서양 대도시의 교통로선같이 지하를 향해 발전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땅 속에는 음험하고 악독한 사람 모양의 파충류가 있다고 하는 말처럼 그들은 권세에 아부하며 스스로 성가를 높여갔다.

"중국 일본의 평화"를 고취하는 신문은 매일같이 새로 참가하는 동지들의 명단을 실었고 "평화를 외치는 간사한 무리"들은 왕왕 다른 신문에 정치에 뜻이 없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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