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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31p (전종서의 위성)

홍지엔이 막 거세게 항의하려는데 씬메이가 가로 막고 말했다.

"나는 자네가 사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결혼하면 친구들에게 맘대로 돈을 빌려줄 자유가 없을거야."

 

홍지엔은 감동한 나머지 눈물이 핑 돌았고 속으로 자신이 퍽이나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는 씬메이가 정말 감탄할 구석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이렇게 얼마간의 돈 때문에 눈물을 떨구었지만 씬메이는 고맙다는 말을 듣기를 원치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자네 말을 들으면 말로 표현은 안했지만 자네도 곧 견혼 할 것 같은데 날 속일 생각은 말아."

씬메이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인 종업원 (주인이 외국인 임)을 불러 자기 양복 상의를 가져오게 해서 가죽에 싼 것을 꺼냈는데 마치광관산에서 광물을 캐내는 것처럼 한참 만에 꺼냈다.

그는 거기서 작은 사진을 한장 조심스레 꺼냈는데 그것은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엄숙한 표정을 지은 처녀의 사진이었다.

 

홍지엔은 사진을 보고 소리쳤다.

"야! 정말 미인이다! 정말 미인이야! 이게 누구야?"

씬메이가 사진을 도로 받아서 자세히 들여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지나치게 칭찬하지 마.

나 조차 듣다보니 질투가 날 지경이군.

우리 좀전에 오해도 있었지 않아.

친구 애인 사진을 볼때는 적당히 예의만 차리면 되는거지 그렇게 지나치게 칭찬 할 필요는 없어."

홍지엔이 말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그런데 이사람 도대체 누구야?"

 

씬메이가 말했다.

"이 사람의 부친은 내 선친의 쓰촨 친구인데 내가 이번에 바로 그집에 가서 묵었지."

홍지엔이 말했다.

"자네가 이렇게 된 걸 보니까 윗 대에서 친구로 사귀며 일생동안의 우정이 다 마무리되지 않을 때는 그 다음 대에서 결혼함으로서 완성이 되는구먼.

그래, 장래에 우리도 딸을 낳게되면--"

그는 쑨아가씨의 증세가  머리에 떠오르면서 자기가 말을 잘 못 꺼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내가 보기에 좀 어려 보이는데 지금 학교 다니나?"

씬메이가 말했다.

"그 흔하디 흔한 문과 공부를 마다하고 최근의 시대에 맞는 공부를 한다며 무슨 전기공학인가 뭔가 공부 하는데 매일 어렵다고 난리를 쳤지.

여름 방학 할 때 성적표를 가져 왔는데 두 과목이 낙제라 다음 학년으로 올라 갈 수 없게 되었어.

이 애가 체면 때문에 그런지 다른 과로 전과 하거나 전학을 하려 하지도 않아.

그리고 더이상 공부 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나와 결혼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한거지. 하하! 정말 멍천한 애야!

나는 오히려 그 애에게 낙제점을 준 두 교수에게 감사하고 있어

자네도 다시 학교에서 가르치게 된면 여학생들 점수는 가급적 짜게 줘.

무수한 혼사가 생길거고 그건 정말 복 받을 일을 하는 셈이지."

 

홍지엔이 웃으며 어쩐지 그가 모친을 모시고 간다고 말했다.

씬메이가 다시 사진을 들여다 본 후 가죽에 다시 싸면서 손목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아이쿠, 큰일 났네.

시간이 너무 지났어. 쑨아가씨가 화 내겠어!"

그는 서둘러 음식 값을 치루면서 말했다.

"빨리 가. 내가 자네를 직접 데리고 가 면전에서 인계해 주지 않아도 되는거지?"

 

그들이 음식점에 들어 갈때는 해 질 무련 어둑어둑해지는 시각으로 아직 밤이라고는 할 수 없는 때 였지만, 거기서 나온 시간은 한 밤중이 다 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때는 아열대의 날씨 좋은 여름 밤이라 어둠은 완전히 깔리지 않았고 하늘이 훤했다.

성 건물이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치 쉐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주연 여배우가 출연할 때 뒷 배경 정도로 밝았다.

 

씬메이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날씨 참 좋다.

오늘 저녁 충칭에 폭격은 없겠지?

잘 못하면 우리 어머니가 겁이 나서 안 가겠대로 하실지도 몰라.

난 얼른 가서 라디오로 뉴스나 들어봐야 겠어.

홍지엔은 배 부르게 먹은데다 광동 말도 할 줄 모르니 괜히 인력거꾼과 옥신각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천천히 여관으로 걸어 돌아가기로 했다.

 

씬메이와 저녁 자리에서 나눈 얘기는 그를 여러가지 상념에 빠지게 했다.

사람은 누구나 만족스럽게 일을 해야하고 그런 사람의 말은 모두 활력이 넘치는데 바로 씬메이가 그랬다.

하지만 자신은 일년내내 불만에 가득차서 언제나 폭발 일보 직전이 아니었던가.

다른 사람의 불평을 들어주기 싫어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불평을 듣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엉뚱한 생각을 했다.

또 너무 이것저것 억제 하는데 신경을 쓰다보면 개 입에 입마개를 채워 놓은 것처럼 말도 후련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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