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추호우가 말했다.
"당신은 현재 외국어 문학과 수업도 겸하고 있는데 별로 재미 없을거요.
내가 생각하기에 다음 학기에 철학과가 새로 개설되는데 당신이 전담해서 수업해 주기 바라오."
홍지엔이 고마워 하며 말했다.
"지금 나는 정말 돌아갈 집도 없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탁발승 신세라서 동료들이나 학생들이나 죄다 날 우습게 보고있어요."
왕추호우가 말했다. "무슨 그런 말씀을!
그런데 이일은 내가 지금 계획중인 단계요.
당연히 당신의 대우도 달라져야 겠지."
홍지엔은 그가 지나치게 돌봐 주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이 처음 왔을 때 나에게 약속했는데 다음 학기에는 교수로 승진시켜 주신다고 했어요."
왕추호우가 말했다.
"오늘은 날씨도 너무 좋고 하니, 우리 들판에 나가서 산보라도 하는게 어떻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나와 우리집에 가서 얘기나 하다다 간단히 식사나 할까요?"
홍지엔은 당연히 그와 같이 걷고 싶다고 했다.
계곡을 건너고, 왕선생 집을 지나 수십 구루의 앙상한 측백나무가 서있는 곳까지 갔다.
마침 나무 한구루가 바닥에 쓰러져 옆으로 누워 있어서 두사람은 거기 앉았다.
왕선생은 입에 물었던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마치 도로 방향 표시처럼 사방을 기리키며 말했다.
"여기 경치가 꽤 괜찮아요.
'세상을 두루 경험하고 우뚝 솟은 소나무 아래에서, 가을... 나무 뿌리에 앉아 책을 보네'
집사람이 흥미를 갖기를 기다렸다가 이 싯귀 두구절을 그림으로 그려 달라고 부탁했소."
홍지엔은 감탄했다.
왕선생이 말했다. "방금 교장이 당신 승진을 약속했다고 하는데 그사람이 당신에게 뭐라고 했소?"
홍지엔이 말했다. "그분이 꼭 그런다는 말은 없었지만 그런 의사 표시는 했어요."
왕선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거 말로만 그러는거요.그런 일은 정말사람 열받게 하지!
홍지엔씨, 당신이 처음 귀국해서 학교에 오게되어 대학 내의 상황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할거요.
명망있는 사람이나 특수 관계에 있는 몇몇 사람은 당연히 예외지만 일반 교원들의 승급은 이렇게 말할 수 있소.
강사는 부교수로 승진하기 용이한데 부교수가 교수로 승진하는 것은 업친데 겹친 격이라 할 정도로 힘들어요.
내가 화양대학에 있을때 거기도 여기와 별반 다를 것 없었소.
거기서는 강사는 하녀 (원문 通房丫头 : 하녀와 첩을 겸한 계집종)에 비유했고, 교수는 정부인, 부교수는 첩에 비유했지.."
- 홍지엔은 그 말을 듣고웃음을 터뜨렸다.-
"이 부(副)라는 글자 하나가 있고 없고 차이는 엄청나서 어찌 해 볼 수도 없는거요.
계집종이 첩이 되는 건 흔한 일인데 - 적어도 이전에는 흔한 일이었소.
첩실이 정부인이 된다는 것은 삼강오륜의 가르침을 어기는 것이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오.
전 청나라 대에 이런 내용의 대련도 닜었다지요?
'첩실에서 벗어나기란, 과거 시험에 붙기 만큼이나 어렵다.'
우리 과의 어떤 사람이, 그사람이 부교수 였는데 이를 빗대서 이렇게 고쳐 말했답니다.
'첩실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것은, 부교수라는 곤경에서 빠져 나오려 발버둥 치는 것과 같다' 하하하.- "
홍지엔이 말했다.
"제기랄! 부교수 하는 것이 그렇게 모욕스럽다니." -
"하지만 방법이 있소.
속된 말로 소위 '여물통 바꾸기'라는 거요.
당신이 본교에서 교수로 승진이 안된다면 학교를 바꾸어 다른 학교 교수가 되면 되는거요.
만약 다른 학교에서 교수로 초빙하는데 본교에서 당신이 가는 것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이 당신을 교수로 승진 시켜야 할 거 아니요.
다른 학교에서 당신을 교수로 초빙한다는 공문과 비공식의 초빙 편지를 못 받으면 못 받을 수록 더 요란히게 소문을 내어 학교 당국에서 알게 해야 해요.
그래야만 당신 대우가 올라갈 수 있는거요.
당신 일은 내가 신경쓰고 있소.
봄 방학 끝나고 내가 화양 대학 철학과에 있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당신을 모셔 갈 수 있도록 나에게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라 할거요.
나는 먼저 그 편지를 가오 교장에게 보여주고 옆에서 변죽을 울려대면 그는 당신을 승진시켜 줄요.
게다가 당신이 신경 쓸건 아무 것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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