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아가씨는 마음속에 비밀이 생겼는데 목구멍안에 기침이 나올 것처럼 간질간질하여 참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비밀이 있다는 걸 알게되면 무슨 비밀이 있는지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애 쓰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이 물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과 또 추측하기를 바라는데 이것은 인간 본연의 허영심인 것이다.
환아기씨에게는 이런 비밀스런 얘기를 꼬치꼬치 따져 물을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쑨아가씨와 한방을 쓰지만 그리 친할리 없었는데, 그녀는 혼자서 넓은 방을 쓰다가 느닷없이 쑨아가씨에[게 절반을 빼앗긴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쑨아가씨가 예쁘고 사치스럽다면 아마 용서가 되었겠지만 하필 그녀는 그저그런 평범한 여자였을 뿐이었다.
비록 상해에서 왔다고는 하지만 치마 짧은 것만 빼고는 어떤 지방에서 왔는지 자기와 비교해서 별로 세련될 것도 없었다.
그래서 두사람은 자주 같이 중심가에 나가 쇼핑도 하곤 했지만 정말 진심으로 뱃짱이 맞는 것은 아니었다.
왕씨 부인이 그녀에게 자오씬에이를 소개해 준다고 할떼부터 그녀는 쑨아가씨에게 경계심이 부쩍 났다.
왜냐하면 쑨아가씨가 늘상 교수 기숙사에 씬매이를 보러 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쑨아가씨는 계속 씬메이를 "자오 삼촌"이라 불렀으니 말해주는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 이 애는 누가 높고 낮은지를 너무나 쉽게 망각하고 있었다.
왕씨 집에서 초대장이 온 후 그녀는 꼭꼭 감추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 갖고있는 취미는 연극 보는 것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비극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안했기 때문에 그녀는 현대 중국 극작가의 유명한 연극을 가능한한 구해서 자세히 읽었다.
대화중 나오는 대사에 이런 것도 있었다.
"우리는 용감해야 해! 용감! 용감! "
"살아있을 때는 통쾌하게, 죽을 때는 흔쾌하게."
"캄캄한 밤이 이렇게 깊었는데, 광명은 아직 요원한가?"
그녀는 그문장에 빨간 색연필로 밑줄을 두번 긋고 속으로 읖조리거나 소리내어 읽었는데 마치 인생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이라도 얻은것 같았다.
단지 즐겁지 않게 생활할 때 이런 것들을 읖조렸다.
예를 들면 달을 보면 신세한탄이 절로 나오거나 혹은 "여학생 지도"의 직책을 집행할 때 같을 때 였다.
하지만 여학생이 지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로 이렇게 떠들었다.
"기껏해야 대학을 졸업생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지도하려들어? 하녀나 잘 관리하고, 화장실에 휴지나 갖다 놓으라 하세요."
이때 그녀는 겨우 풍부한 철학적 이치가 담긴 경구들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다는 것은 정말 그렇게 유쾌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죽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다.
캄캄한 밤이 이렇게도 깊었으니, 광명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비극에 나오는 연애에는 대다수 숭고한 낭만이 있지만 그녀는 결혼 이전에는 절대로 위대한 영혼의 풍파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막상 일이 생기자 그녀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녀가 듣기로는, 여자가 연애경험이 많을수록 남성들이 더 매력적으로 본다고 했다.
또 사람들 말이 남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단한가지, 즉 동정, 순결한 여자를 부인으로 맞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에 자오씬메이가 구혼을 해오면 자기는 이 두가지 중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할까?
초대받아 가기 전날 , 운이 트이면 생각도 영민해진다고 이 두가지를 모두 고려한 태도를 생각해냈는데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자기를 미친듯이 사랑한 남자들이 꽤 많았지만 자기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 사랑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그날 그녀가 거리에 물건을 사러 갔는데 가게 여주인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 공부하러 학교에 다니지 않은가요?"
이 한마디 질문은 그녀의 마음속의 나이 부담을 7~8세 낮춰 주었고 그녀는 기쁜 나머지 사뿐사뿐 길을 걸어갔는데 마치 발바닥에 스프링을 장치한 것 같았다.
학교에 돌아와 이말을 쑨아가씨에게 말했더니 쑨아가씨가 말했다.
"나도 그 질문 하고 싶을 정도로 언니는 원래부터 학생같았어요."
환아가씨는 그녀에게 솔직하지 못하다고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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