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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90p - 2 (전종서의 위성)

홍지엔은 자기가 무슨 전문가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다.

"글씨는 흉내낼 수 없는데, 그림이 덧그릴수 있는 것과는 다르지.

많은 여인들이 사의(写意:중국화의 전통 화법 중의 하나)를 흉내내어 그맇 수는 있지만 글씨 쓰는건 타고난 운명이야.

왕씨 부인의 글씨는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였는가보지."

 

홍지엔이 자기 방에 와서 열쇠로 문을 여는 순간 씬메이가 얼버무려가며 말했다.

'자네 주의해야겠어...왕씨 부인의 눈초리가 조금은,뭐랄까 ....쑤원완 같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가 빠른 걸음으로 건물위로 올라오는 소리가 났다.

홍지엔이 놀라며 그에게 그냥 가라고 눈짓 했다.

 

손님들이 가고 난 후 왕선생은 부인과 침실로 돌아와 물었다.

"내가 오늘 말 실수 한것 없었어?"

이건 늘하는 질문이었는데 매번 접대를 한 후 까탈스러운 왕씨 부인은 언제나 남편의 말을 바로 잡으려했기 때문이다.

왕씨 부인이 말했다. "없었어요. 나도 경황이 없어서 생각이 떠오르진 않는데 ...그런데 문과 대핵장일을 하필 그들에게 알려주다니!

당신은 남앞에서 허풍치는 걸 너무 좋아해요!

 

왕추호우도 이때 확실히 조금 후회되기는 했으나 고집스레 말했다.

"그거 어쩔 수 없어. 그들 밥그릇의 반은 내손에 있다는 걸 일깨워줘야 하니까 말야.

그런데 당신은 어쩌자고 오늘 내 체면을 구겨놨어? - 왕추호우가 다시 생각해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젊었느니 안젊었느니 그런 말까지 하면서 말야

그는 이런 말까지 덧붙여 가며 설명했는데 그의 마누라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왕씨 부인은 화장대의 둥근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짜증스럽게 자기의 용모를 찬찬히 뜯어보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 그랬구먼. 당신 거울에 비친 얼굴 한번 보세요.

사람이라도 잡아 먹을것 같아 겁나 죽겠네! 당신 눈에 띄지 말아야지. !"

왕씨 부인은 자기 뒤에 서있는 남편을  밀어 젓히지는 않고 그저 분 곽에서 분을 찍어 얼굴에 두드렸다.

그녀가 거울에 비친 남편의 검푸른 얼굴을 보니 양쪽으로 불그레 해져있어 얼굴 표정을 알수 없었다.

 

류둥황은 요즈음 걱정이 늘었다.

부친, 모친이 돌아가셨으니 누이동생의 한평생은 오빠의 책임이었다.

작년에 쿤밍(昆明 : 운남성의 성도)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그녀를 위해 누구를 소개해 주었는데 아무 결과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그녀가 집에 있으니 당연히 류씨 부인은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예를 들면 두아이의 털실 옷은 모두 그녀가 뜨게질 했고, 큰 딸아이는 그녀와 함께 잤다.

하지만 이렇게 일년 일년 허송세월을 했다가는 시집도 못가고 일생동안 그들의 짐이 될까봐 오빠와 올케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녀는 작년에 내지로 피난을 왔으니 당연히 4학년에 입학해야 했지만 4학년은 전학이 안되었다.

마침 올케가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임시로 사람을 고용할 수도 없고 집안이 난장판이 되자 경황이 없어 그녀를 위해 뭔가 방법을 찾을 생각도 못했다.

한번 시기를 놓지게되자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고 이일로 인해 류둥황은 마음 속으로 매우 미안해 했다.

류씨 부인은 남편을 탓하며 당초부터 왜 누이동생을 왜 여자대학에 넣었냐고 하며 만일 남녀공학하는 대학에 들어갔더라면 결혼문제는 진작해결되었을 거라고 했다.

 

류둘황은 다그침이 심해지자 이렇게 말했다.

"환(范)아가씨도 남녀공학 학교를 졸업했지만 왜 아직까지 시집을 못 가지 않았어?"

류씨 부인이 말했다. "당신 또 시작이군요. 우리 아가씨는 환아가씨보다 훨씬 낫다구요."

이렇게 시누이를 두둔하는 걸 보면 역시 좋은 올케라고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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