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씨 집, 응접실은 상당히 넓었는데 벽돌 바닥위에는 갈대로 짠 자리가 깔려 있었다.
홍목으로 만든 고풍 탁자와, 의자는 넓직하고 든든했고 그것은 왕추호우가 주둔지로 부임해가는 군관집에서 산 것으로 만일 그가 또 다른 기회가 생겨 잘되어 학교를 떠나 게되면 학교에 팔 수도 있는 것이었다.
왕추호우가 먼저 나왔는데 만면에 웃음을 띠고 두사람에게 춥지 않느냐 묻더니 하녀를 시켜서 화로를 갖다 놓았다.
두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그가 사는 집이 좋고 실내 장식이 세련되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들이 근래들어 본 집중에서 첫손가락으로 꼽을 집이라고 말했다.
왕선생이 의기양양해져서 장탄식을 하며 말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대단한 것들이 좀 있었는데 이번에 한꺼번에 날렸소.
두분은 우리 남경(南京)집을 못 보았겠지만 - 집이 결국 일본놈들에게 불에 타기 전에 그 안에 있던 소장퓸 전시했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소.
그래도 내가 달관한 사람이라 그대로 넘겼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상심했을거요.".
이런 류의 말은 그들이 근래에 익숙하게 듣는 말이었고 자기들도 말하는 것이 거의 습관이 된 것들이었다.
이번 전쟁으로 당연히 많은 돈과 집을 갖고있던 사람들이 빈털털이가 되어 타향땅을 떠돌게 되었다.
동시에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지만, 빈털털이들이 자기들도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에는 부자였다고 주장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일본인들은 아예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수많은 공중누각 같은 집들을 불태웠고 수 많은 유토피아 같은 산업을 점령했으며 수많은 짝사랑의 인연을 망가뜨렸다.
예를 들어 류즈샤오만 해도 툭하면 흘리는 말이 전쟁 전에 두서너명의 여자가 그에게 시집오려고 서로 다투었다고 하며 "지금은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지만!"라고 했다.
리메이팅도 상해 쟈베이(闸北区)에 있을 때 밑도 끝도 없이 양옥집 한채를 지었다 했고, 그게 지금도 있었다면? 애석하디 짝이 없다!고 했다.
죽어 마땅한 일본인들이 불을 질러서 큰 손실을 보았지만 그렇다고 미리 예측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황지엔 역시 일본인에게 함락 당하기전 고향에 있는 옛집을 몇배 부풀려 말했고 집을 자랑하다보니 이웃들의 땅까지 자기네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자오씬메이는 조계 안에 살다보니 집을 바꿀 마술을 부릴 수 없었고 스스로 훌륭한 인재라고 자부하다보니 전에 많은 아가씨들이 그를 연모했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그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영사관에서 물러나지도 않았을테고 그가 계속 관에서 일하고 있었을 - 아니 승진해 있을거라 했다.
왕추호우는 전쟁 전에 그가 허세를 부린 만큼 사치스럽게 살지는 않았겠지만 동료들은 그의 허풍을 믿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현재 기거하는 집과 먹고 입는 것이 확실히 다른 사람보다 편안하게 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두들 그가 파면당한 탐관오리로 알고있었는데 - "정부가 이렇게 감싸주지 않고 내버려두기도 힘든데 그는 벌써 배부르게 잘 살고 있지 안은가.
그는 벽에 걸려있는 당대 명인들의 글씨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는것 대부분이 내가 피난을 나온 후 친구들이 보내준 것이오.
내가 절망에 빠져서 더이상 골동품을 사 모을 생각도 못하고 여기가 내지(内地)다 보니 아무것도 살 수도 없는데 - 이 두폭의 그림은 집사람이 그린거요 "
두사람은 벌떡 일어나 자세히 두폭의 작은 산수화 화폭을 들여다 보았다.
황홍지엔은 왕씨 부인의 그림을 잘 모르겠다고 뜻 밖에 말했다.
자오씬메이는 "오래 전부터 왕씨 부인이 그림을 잘그린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과연 딱 들어맞는다고 했다.
이 두가지 의견은 서로 상반되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같은 것이기도 해서 왕추호우는 기분이 좋아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우리 집 사람은 애석하게도 몸이 좋지않아서 그림과 음악에 대하여 ... "
말을 채 마치지 못했는데 왕씨 부인이 나왔다.
그녀는 몸매가 균형이 잡히고 결코 말랐다고 할 수 없었다.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으며 루즈는 바르지 않았고 분만 살짝 칠한 상태였다.
하지만 입술을 붉게 칠했고 치바오(중국 전통 복장)를 연한 보라색으로 입어서 얼굴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
그녀는 파마를 하지 않은 머리를 단정히 빗었고 생각컨대 여기 미장원의 전기 파마는 인연이 없는 듯 했다.
손에는 가죽 더운물응 담은 자루를 들었고 열 손가락이 전부 빨갛게 물들었는데 당연히 그림을 그리다가 색이 물든 것은 절대 아닌 것이 그녀의 그림은 청록 산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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