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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51p (전종서의 위성)

새벽 다섯시가 채 못된 시각인데 인력거 꾼들은 벌써 일어나 쌀을 씼고 밥을 지었다.

홍지엔과 쑨아가씨는 자정이후 잠을 거의 못잤지만 그들을 따라 일어나 바깥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그들은 그제서야 집 주위가 모두 무덤인 것을 알게되었다.

보아하니 그 여관도 무덤을 깍아 땅을 고르고 지은 집인 것 같았다.

온돌 칸 뒷켠 멀지 않은 곳에는 망가진 문틀이 하나 우뚝 서있었는데 집은 이미 불 타 없어졌고 이 출입구만 남아 있었는데 양쪽 문짝 역시 누가 떼어가고 없었다.

 

홍지엔은 무덤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쑨아가씨, 귀신을 믿어, 안믿어?"

쑨아가씨는 간밤에 악몽에 시달린 후 홍지엔과 친숙해 져서 웃으며 말했다.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네요.

어떤때는 귀신을 믿기도 하고, 또 어떤때는 귀신이 있다고는 절대 믿지 않아요.

예를 들면 어제 밤 같은 경우 나는 귀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무서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방 온천지가 무덤이지만 귀신 같은 건 절대로 없다고 생각해요."

 

쑨아가씨가 말했다.

"어제 어린 애 목소리 같은 것을 들었다고 하셨는데 내가 꿈속에서 본 손도 어린애 손이었어요.이거 참 이상하지 않아요?"

"아마 우리가 누워 잔 곳이 어린애 무덤이었던가봐. 이것 좀 봐.

이 무덤들은 모두 작은데 어른 무덤같아 보이지 않는구먼.."

 

쑨아가씨가 천진스럽게 물었다.

"왜 귀신은 성장하지 않는거죠?

어째서 어린애는 죽은지 수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어린애인 건가요?"

홍지엔이 말했다.

"영원히 떠나게 되면 사람이 백년 같이 사는 세상보다 늙지 않는거지.

귀신은 자라지 않을 뿐아니라 오랫동안 친구도 볼 수 없으니 우리들 마음 속에는 설령 우리가 늙었다 하더라도 그당시의 모습만 남아있게 되는거야.

-- 에, 안그레 씬메이"

 

씬메리가 큰소리로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 두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귀신 소굴에 와서 또 무슨 귀신 타령이야."

두사람이 어제 밤의 일은 그에게 말하자 씬메이는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은 영혼끼리도 서로 통하는 모양이지, 대단해!

난 아무 것도 느낀 것이 없었는데 말야.

나는 거친 사람이라서 귀신도 무시하고 찾아오지 모양이야.

-- 인력거꾼들이 오늘 오후에는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하더군."

 

황홍지엔은 인력거 안에서 생각했다.

오늘 학교에 도착할텐데 학교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지 않는가.어쨋든 내 스스로 지나친 기대는 하지 말아야지.

방금 전에 보았던 여관 집 뒤에 있던 망가진 문짝이 어찌보면 좋은 본보기 아니겠나.

문짝만 보면 그 뒤에 거창한 큰 건물이 있어 사람을 들어오도록 끌어들이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들어갈만한  이유가 없고 나갈 이유도 없는 그런 식이지.

비록 "모든 희망을 버리면 당신들도 도를 깨달을 수 있다!' 라고 말하지만 호기심과 희망을 억누를 수 없는 것은 마치 화로에서 물이 팔팔 끓게되면 주전자 뚜껑을 말어 올리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그는 인력거에 타고 가는것이 불편하여 차라리 내려서 자기발로 걸어가기로 했다.

 

씬메이 역시 이런 기분이 들었고 자리가  편치 않았는지 인력거에서 내려 걸으면서 말했다.

"홍지엔,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정말 적지 않은 경험이 되었어.

결국은 일이 원만히 잘 끝나게 되었는데 말하자면 불사를 잘 이루어 불경을 가지러 서천(西天 : 인도)에 간 셈이지.

적어도 앞으로는 리메이팅, 구얼치엔 두사람과는 존중은 하되 가까이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말야.

리메이팅은 더이상 말할 것도 없고, 구얼치엔이 비위를 맞추려고 아첨하는 추태를 보면 정말 못 봐주겠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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