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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53p (전종서의 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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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뤼대학 교장 가오송니엔(高松年)은 노(老)과학자였다.

여기서 "노(老)"라는 말의 위치는 대단히 난해한 것으로 과학을 형용할 수도 있고 과학자를 형용할 수도 있다.

불행히도 과학자와 과학은 서로 많이 다른데 과학자는 술과 같아서 오래 될수록 귀한 것이 되는 것에 반해 과학은 여인과 같아서 늙으면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국어 문법이 발전되어 완전하게 되면 결국 어느날엔가는 "늙은 과학자"와 낡은 과학을 하는 사람" 혹은 "과학을 하는 노인"과 낡은 과학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구븐이 될 것이다.

지금은 초창기라 두루뭉술하게 호칭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다.

 

가오(高) 교장은 살찌고 굳세어 보이는  얼굴로 아직 발효되기 전의 누런 밀가루 만두 같았다.

"식탐이 대단한 사람"도 아직 그를 씹어보지 못했는지 한군데 입발 자국도, 한가닥 주름살도 없었다.

만약 교칙을 위반한 여학생이 뛰어나게 예쁘게 생겼다 할 경우, 가오 교장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인간적으로 용서를 빌기만 한다면 아마 교육정신에 입각하여 끝도 없이 관대히 처리할 것 같았다.

이것은 이 과학자가 늙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는 20년 전에 외국에서 곤충학을 연구했다.

생각해 보면 20년전의 곤충들이 모두 대학에서 스승과 제자로 진화하였고,  모범적인 많은 인사들이 되어 그에게 오라고 청했다.

그는 교장자리에 있기도 했지만 역시 전도 유망한 사람이었다.

 

대학 교장은 문과 출신과 이과 출신 두 부류로 나뉜다.

문과 출신들은 쉽사리 이런 자리에 오르지도 못하지만 이런 자리에 오른다 하더라도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틀림없이 정치라는 벽에 부딪쳐서 해임당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벼슬을 하지만 전공 학문에 뛰어나지 않는다는 것은은 그저 시 책이나 읽으며 현악기의 소리나 들으며 낭송이나 하면서 심신을 쉬고 있는 것이나 같다.

이과 출신들은 전혀 다르다.

중국이 세계에서 제일 과학을 주창하는 국가 이다보니 주변 국가 중에서 이렇게 괴학자들에게 높은 벼슬을 주는 국가는 없다.

 

외국 과학은 앞으로 나아 갔고(进步)  중국 과학은 벼슬길로 나갔다.(进爵)

외국에서는 인문 사회학 학문과 이공계 학문이 처음부터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누구라도 수력발전, 토목공학, 기계공학, 동식물학 등등을 알기만 하면 바로 정치인 노릇을 할 수 있었는데 -  이공계의 일방적인 승리라 하겠다.

 

이공계 출신들도 교장이 되었지만 정치 생애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종전에는 대학이 지향하는 것이 치국평천하(治国平天下)에 있었지만 지금은 치국평천하가 지향하는 것이 대학이 되어 버렸다.

첫째 부류에 대하여  말하자면 대학은 흔들 의자를 펴 놓은 것이나 같고, 두번째 부류라면 요람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아서  - 하는 수 없이  조심해서 요람을 흔들다가 잠이 푹 들면 더이상 요람을 흔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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