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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49p (전종서의 위성)

홍지엔은 씬메이의 고무 물자루에 물을 가득 담아 와서 그녀의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서 그녀에게 목이 마르냐고 물었다.

그녀는 물을 한모금 마시더니 다시 토했고 두사람은 다급해서, 리메이팅의 약중 아마 인단(仁丹)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옆방을 향해서 그에게 한포 달라고 하였다.

 

리메이팅은 차가 한낮이나 되어야 도착하기 때문에 침대 위에서 빈둥대고 있던 중이었다.

그의 약을 학교에 가져가서 좋은 값을 받으려면 원 포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뜯지 말아야 했다.

그는 두메산골에 있는 학교 병원에 가져가서 원가의 열배정도 받고 팔 요량을 하고 있었다.

인단 한포라고 해야 먹으면 불과 몇 알갱이에 불과하지만 겉봉을 한번 뜯으면 남은 것을 돈을 받고 팔 수 없게되고, 또 쑨아가씨에게 돈을 받는다는 것도 난처한 일이었다.

비록 인단 한포가 몇푼 나가지 않는다지만 그는 이제까지 오는 동안 그녀의 자기에 대한 태도가 인단 한포를 나눌 정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그녀에게 약을 안주면 자기의 옹졸함이 들통 날것이다.

 

그는 지안에 있을때 세끼 밥도 못먹게 되자 자기가 영양실조가 될 것을 염려하여 몰래 일본제 어간유(鱼肝油)병을 터서 매일 식후에 세알씩 먹어 영얀을 보충했다.

어간유알약은 당연히 인단보다 비싸지만 이미 약병을 열어버렸으니 시집간 여자처럼 시중가가 형편없이 떨어졌을것이다.

리선생은 옷을 걸치고 방을 나서며 배를 차게해서 생긴 병은 누워 있으면 자연히 낫는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물었다.

그러면서 어간유알약을 먹더라도 아무 영향이 없을것이라 생각하며 말했다.

"당신들 먼저 아침 식사 하러들 가면, 내가 가서 쑨아가씨에게 약을 먹이겠소."

씬메이와 홍지엔 두사람 다 의심을 피하고, 또 리메이팅에게 그들의 공로를 빼앗기는 것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바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리메이팅은 방으로 돌아가 알약 하나를 꺼내서 잔을 찾아 더운 물에 탔다.

 

쑨아가씨의 게슴치레 눈을 뜨자 그가 제멋대로 목에 약을 붓는 것이 보였다.

홍지엔이 아침을 먹고 쑨아가씨를 보러 오니 한바탕 고기 비린내가 나서 그녀가 또 토하는구나 생각했다.

어찌 해서 고기 비린내가 나는지 그녀에게 바로 물어보려는데 갑자기 그녀의 양 뺨이 눈물에 젖는 것을 보았다.

그중 일부 눈물은 꽉 감은 눈자위 에서 부터 흘러나와 귓가를 를 지나 벼개머리까지 적셨다.

홍지엔은 당황해서 어쩔줄 몰랐는데 마치 자기도 모르게 자기가 보아서는 안될 비밀이라도 본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서둘러 씬메이에게 은밀히 알렸다.

 

씬메이 역시 이렇게 울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궁금했으나 그렇다고 그녀에게 꼬치꼬치 물을 수도 없었다.

두사람은 일평생 알고 있었던 여성에 대한 지식 전부를 총동원해서 그녀가 왜 우는지에 대해 해석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웅들릐 견해는 대개 비슷하다 면서 뻔한 의견일치를 보았다.(본문 : 英雄所见略同 : 서로 의견이 일치함을 자화자찬할때 또는 조롱의 의미로 씀)

그녀의 울음은 심리적 고통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자 아이가 집과 천리나 떨어진 곳에 가려고 하직인사를 하고 나와서 반도 못 가서 병을 얻었는데 돌보아 줄 부모도 없으니 자연히 통곡이 나오는게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두사람은 그녀가 소리 없이 우는 것을 더욱 불쌍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그녀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떠나자고 말하며 살금살금 발자국 소리를 줄이며 그녀를 보러 갔다.

그녀는 자고 있는 것 같았고 얼굴에 눈물자욱과 먼지가 엉겨 붙어서 몇줄기 검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다행히 젋은 여인의 눈물은 가을 겨울의 차가운 빗방울과 달라서 자기 얼굴을 초췌하게 만들지 않고 그저 청명한 계절의 환상적인 빗방울 같이 지면을 촉촉하게 하고 약간의 진흙을 추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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