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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46p (전종서의 위성)

불쌍한 그들은 이날 감히 밥을 많이 먹을 수 없었다.

기껏 먹어 봤자 그들의 배가 고프지 않게 할 수도 없었고 오히려 감질 만 나게해서 배가 더 고팠다.

굶주림이 그들 신체에 오랫동안 자리잡게 되었으며 그들은  굶어 죽으면 더이상 배나 고프지 않을텐지만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을 유지 했다.

씬메이가 말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돈이 손에 들어올 때 쯤은 우리가 전부 죽어버리고 난 후라  기껏 관이나 사서 염이나 하게 되겠군."

 

구선생이 갑자기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두분 선생님들 아까 오다가 그 부녀협회란 걸 못보셨습니까? 나는 보았는데.

내 생각에 여자들은 마음이 여리니까 쑨아가씨에게 한번 가보라고 하면, 혹시 무슨 수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이건 당연히 부득이하게 쓰는 하책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쑨아가씨는 싫다고 하지 않고 당장 그러겠다고 하며 말했다.

"내가 지금 바로 갈께요."

씬메이는 얼굴에 난처한 표정이 역력해지며 쑨아가씨에게 말했다.

"이걸 어쩐다? 네 부친이 나에게 너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는데,어찌 나도 잘 못하는 일에 너까지 끌어드리겠니?"

 

쑨아가씨가 말했다.

"나를 이제까지 계속 자오선생님이 돌봐 주셨는데 ..."

씬메이는 그녀가 자기에게 감사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말했다.

"좋아, 네가 한번 해봐. 네 운이 우리들 운보다 좋았으면 좋겠다."

 

쑨아가씨가 부녀협회에 갔으마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와서는 내일 아침 일찍 다시 가겠다고 했다.

홍지엔은 응용심리학에 나오는 지식을 말했다.

"다시 가서 사람을 만난다해도 별 수 없을거야.

여자들 설질은 의심과 시기심이 많고, 매우 속이 좁아.

여인에게 다른 여인을 가서 구하라고 하면 분명히 일이 잘 안풀리게 되어있어."

씬메이는 여관 규정이 삼일에 한번 여관비를 정산하게 되어 있는데 내일 돈을 주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고 리선생은 호방하게 말했다.

"만약 내일도 여전히 방법이 없는데, 여관비 달라고 독촉하면 내가 약을 처분하면 되요."

 

다음날 쑨아가씨가 떠나고 나서 한시간도 채 못되어 회색 군복을 입은 여성 동지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녀의 방에서 소근소근 한참동안 수다를 떨더니 쑨아가씨가 나와서 씬메이등 여러 사람을 들어오라고 했다.

그 여성동지는 쑨아가씨의 졸업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그 위쪽에는 쑨아가씨가 졸업식때 사각모를 쓰고 찍은 예쁜사진도 있었다.

쑨아가씨는 한사람 한사람 소개를 했고 리선생은 또 명함을 정중히 건네 주었다.

 

그녀는 숙연하고 경건한 마음이 들었는지 그녀에게 공로국(公路局 ; 도로공사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으니 아마 도와줄 수 있을거라며 반나절쯤 있다가 와서 회답을 주겠다고 했다.

모두 마음속 깊이 고마워했으나 감히 그녀에게 무어라도 먹고가라고 하진 못했고, 공손히 문까지 나가서 배웅했다.

쑨아가씨는 그녀와 손을 잡고가며 특히 친한것 같았다.

그날 점심을 먹을 때 쑨아가씨의 여행 동반자들은 그녀에게 부드러운 얼굴로 대했는데 마치 동쪽에서 처음 떠오르는 태양을 대하듯 했다.

 

이윽고 오후 다섯시가 되었는데 그 여성동지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모두들 또 배가 고팠고 또 다급해져서 쑨아가씨에게 몇번이나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는데 이렇게 묻다고해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홍지엔은 어둠속에서 뭔가 전조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비록 돈을 받지도 못했고 언제 어떤 핑게로 연기 될지도 모르며 무슨 흥미있는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마치 용수철 문을 밀고 들어가면 그 힘이 쓸데가 없어져 저절로  움직이게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저녁 여덟시가 되자 모두들 기다리기에 지쳐 체념하며 절망에 빠졌고 차라리 더이상 걱정하며 기다리느니 잘 준비나 하자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그 여성동지가 그녀의 남자친구와 같이 오면서 시인처럼 말했다.

"온종일 찾아도 안보이다가,때가 되닌 스스로 오는구나."라는 멋진 구절을 읊으며 갑자기 나타나자 다섯 사람은 어찌 기쁜지 오랫동안 헤어졌던 애인을 우연히 본 것 같았고, 반갑기로하면 강아지가 짐으로 돌아온 주인을 맞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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