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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47p (전종서의 위성)

그 남자가 거드름을 피우며 자리에 앉았고, 그가 매번 묻는 말마다 모구들 성의를 다하여 앞다투어 대답하자 그는 손을 내저어 막으며 말했다.

'한사람씩 말 하세[요."

그는 쑨아가씨의 졸업증서를 달라고 하더니 세세히 사진과 쑨아가씨가 맞는지 살펴 보았는데 쑨아가씨는 그가 보는 것이 사진이 아니라 자신을 감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거북했다.

그는 씬메이에게도 꼬치꼬치 따져 물었는데 그들이 신분증명서를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의 여자 친구가 옆에서 여러가지 좋은 말을 해주자 그는 그제서야 태도가 부드럽게 바뀌더니 그가 결코 의심해서 그런 것이 아니며 친구로 사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공로국 명의의 보증인 필요한지 어쩐지는 알 수 없으니, 유효성 여부를 그들이 은행에 가서 확실히 알고 통지해주면 자기가 도장을 찍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를 더 묵으면서, 한번 더 은행에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날 밤 모두들 깊이 잠이 들었지만 여전히 배고픔을 느꼈고 이것은 기아가 독립선언을 한 것과 같았으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몸과 분리된 것 같았다.

 

이틀 후 그들은 돈을 받았다.

여관에서 은행까지 가는 길을 어찌 많이 갔었는지 그들의 신발들도 가는데 익숙해져서 발에 신을 필요도 없이 자기들 끼리도 갔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은행에서 가오송니엔이 그들에게 새로 보낸 전보를 건네 주었는데 안심하고 학교에 오라고 하며 창사(장사 长沙 ;호남성의 성도) 전투는 아무 영향도 없다고 써있었다.

그날 저녁 그들은 감사하고 경축한다는 명목을 들어 여성동지와 그녀의 친구를 음식점으로 초대하여 푸짐하게 한턱 내었다.

 

구선생은 술 석잔을 마시고 껄껄대며 입을 벌리며 천금같은 웃음을 웃었는데 바로 그의 금이빨이 번쩍인 것이다.

그는 술이 올라 올라 훤해진 얼굴로 마치 탐조등 비치듯 식탁전체를 한번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리선생님이 상해를 떠나 올때 점을 보았는데 점쟁이가 말하기를 귀인이 나타나 도와 주어 가는 길 내내 전화위복이 된다고 했다는데 과연 당신들 두분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또 보증까지 서주셨군요.

두 분은 앞으로 헤아릴 수 없이 큰 돈도 벌고 귀한 사람이 될겁니다. - 자오 선생, 리선생님 우리 다섯 사람이 두분에게 술 한잔 올립시다.

쑨아가씨, 당신,,,당신도 한잔 들지그래."

 

쑨아가씨는 "귀인"이 자기를 말하는 것으로 완전히 믿고 있었던터라 진작부터 고개를 숙이고 미리 얼굴까지 빨개져 있는데 나중에 들려오는 이 말은 자가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말이었다.

그녀의 홍조는 따뜻한 날 유리에 대고 호 하고 입김을 부는 것처럼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바로 공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 여성동지와 그녀의 남자 친구는 비록 민주국가의 선량한 공민으로서 백성이 제일이라는 도리를 잘 알고 있었으나 이런 봉건적인 사상에 물든 떠받침을 받아보니 기분이 좋았고, 술에 취하기도 해서 두 사람 모두 만면에 웃음 꽃을 피웠다.

 

씬메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귀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쑨아가씨도 귀인이라면 귀인이지,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리메이팅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로 쑨아가씨에게 술을 권했다.

 

홍지엔이 말했다.

"내가 제일 창피한데, 이번에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정말 밥만 축낸셈이죠." (원문 표현 : 饭桶 - 무능한 인간, 식충이)

리메이팅이 말했다.

"맞긴 맞네요. 황군(갑자기 小方으로 낮춰 부름)은 여관방에 앉아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이 있어도 우리가 그를 위해 뛰어 다녔으니 정말 귀인이라 할만 하죠.

씬메이선생, 우리가 비록 뛰어다녔어도 아무 성과가 없었기는 했지만 뛰어 다니느라 고생도 많았어요.안그래요?"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씬메이가 말했다.

"오늘은 편안하게 잘 수 있을거야.

홍지엔, 자네가 봐도  그 여성동지  정말 못생겼지.

술을 마시니까 죽은 사람처럼 훨씬 무섭게 보이더군. 그런데도 의외로 남자 친구가 있네."

 

홍지엔이 말했다.

"나도 그녀가 못봐 줄 정도라는 것은 맞아, 하지만 우리의 은인이라서 나는 차마 그녀를 자세히 볼 수 없었어.

자세히 들여다 본다는 건 잔인한 짓이야.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틀림없이 나쁜 놈일테니 혼을 내 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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