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종서의 위성

144p (전종서의 위성)

은행 사무원이 말하기를 돈은 며칠전에 왔다며 신청 양식을  쓰라고 했다.

씬메이가 은행 사무원에게 양식을 쓰기위한 붓을 달라고 했는데 이때 리, 구 두사람은 좌우에서 그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마치 그가 글을 모를까봐 겁내는 듯 하였다.

이 붓이란 것이 털이 다빠진 대머리 같아서 먹물을 찍을 것이 아니라 포마드를 찍어 발라야 할것 같았는데 그는 한자 쓸때마다 먹을 찍어 써야 했지만 리,구 두사람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여기지 않는것 같았다.

 

그 사무원이 말했다.

"이 붓은 잘 써지지 않을테니 당신이 양식을 갖고 가서 써 오시오.

어차피 보증인 도장도 찍어와야 하니까요 -- 한데 한가지 알려드릴 것은 여관 사람은 보증을 설 수 없습니다."

이 말에 다섯 사람이 모두 깜짝 놀라 듣기 좋은 말로 구슬리며 이 낯선곳에서 어찌 보증안을 구할 수 있겠냐고 한번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고 사정을 했다.

사무원은 동정과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공무는 공무이니 규정대로 해야 한다면서 안된다 고 생각하지 말고 찾아보기부터 하라고 권하였다.

다섯 사람은 은행을 나와 말도 안되는 규정에 대하여 화를 내며 욕을 했으나 욕을 한바탕 하고 난 다음에는 서로 위안의 말을 던졌다.

"어쨋든 돈은 와 있어."

 

다음날 아침,씬메이와 리메이팅은 시들시들한 땅콩을 몇개 먹고 식어빠진 차를 반 주전자 정도 들이킨 후에 같이 현지 교육기관을 찾아 나섰다.

오후 두시가 넘어서 두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의기 소침해서 돌아왔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말하기를 중, 소학교가 모두 지방으로 소개되어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그냥돌아왔다고 했다.

"밥이나 먹고나서 다시 얘기 합시다. 당신들도 배가 고파 어지러운거 같으니."

밥을 몇 입 억고나니 조금 정신이 났고 갑자기 그 은행 사무원이 예의 바른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어투로 보건대 정말로 보증인을 구하지 못하면 그냥  돈을 줄 것만 같아서 저녁때 다시 그에게 잘 상의하러 가기로 했다.

 

5시가 되자, 쑨아가씨만 여관에 남고 나머지 네사람은 다시 은행에 찾아갔다.

어제의 그 사무원을 찾으니 그는 벌써 그들이 누구인가를 잊어먹었는지 다시 누구냐고 묻고 여전히 보증인이 꼭 필요하다며 그들에게 교육국에 가서 방법을 찾아 보라고 하면서 자기가 알기로는 교육국은 아직 옮겨가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모두 터덜터덜 여관으로 되돌아와서 돈을 절약하기 위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홍지엔은 배가 고파 잠이 깊이 들지 않았는데 몸은 마치 물건을 넣지 않은 상태의 공문서용 가죽가방같이 거의 등과 배가 서로 달라 붙은 것 같았다.

그는 그제서야 불란서인들이 말하는 소위 "빵도 못먹는 나날"은 역시 편안치 않다.라는 말이 이해 되었다.

빵도 못먹는 나날과 잠도 안오는 밤은 모두 빵도 못먹고 동시에 잠도 안오는 밤과는 그 끝이 없어 보이는 점에서 난이도를 비교할 수 없었었다.

 

동쪽 하늘이 아직 밝아오지 않았는데 씬메이도 잠이 깨었는지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열받아 죽겠네, 꿈속에서 조차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깨어나니 나 원 참!"

그는 꿈에 으리으리한 "도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소갈비 햄버거와 레몬 과자를 시켜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배가 고파 잠이 깨었다고 했다.

 

홍지엔이 말했다. "그만 말해 그말을 들으니 내가 더 배가 고파지니까.

자네같이 짠돌이가 꿈속에서 뭐 먹을 때 나도 불렀어?"

씬메이가 웃으며 말했다.

"난 자네한테 알릴 틈도 없었는데 여하간 나도 못먹었지 않아!

지금 리메이팅을 잡아서 잘 구어다가 자네 먹으라고 갖다주면 자네도 더는 그를 미워하지 않을거야."

 

홍지엔이 말했다.

"리메이팅은 고기가 없어, 내가 보기에는 자네가 허옇고 살도 쪘으니 잡아서 불에 잘 익혀가지고 조미료에 된장에 소금 간을 해서 ---"

씬메이는 신음소리를 내며 웃으며 말했다.

"하도 배가 고프니까 웃을 기운도 없네.한번 웃을  때마다 배가 당기고 아파.

에라 이친구야! 그렇게 배가 고프면 이빨이라도 앂어먹어라. 하하하 ---"

 

홍지엔이 말했다.

"누어 있을 수록 더 힘드는 것 같군. 일어나야 겠어.

거리에 나가 좀 움직이면 배고픈 것을 잊을 수 있을거야.

새벽 거리는 깨끗할테니 나가서 신선한 공기도 미시고."

'전종서의 위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6p (전종서의 위성)  (0) 2013.09.15
145p (전종서의 위성)  (0) 2013.09.14
143p (전종서의 위성)  (0) 2013.08.28
142p (전종서의 위성)  (0) 2013.08.28
141p (전종서의 위성)  (0) 2013.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