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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42p (전종서의 위성)

등불에 비친 그녀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아마 자기가 잘못 보았나보다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호흡이 갑자기 짧아지는 것 같았다.

다시 보니까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자고 있었지만 얼굴에 불그레한 홍조를 띠고 있는것 같았다.

그는 황망히 등불을 불어 끄고 미끄러지듯 침상에 들어왔으나 오랫동안 부끄러움에 가슴이 두든 거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리선생은 여관비 계산실의  계산대위에 놓여있던 어제 날자 신문을 보았다.

헤드라인에 실린 소식은 창샤(长沙 : 호남성의 성도)가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너무 놀라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다가 일분쯤 지나서 겨우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말을 했다.

모두들 너무 놀라고 초조해서 배고픈 것도 잊어버려서 아침을 그대로 넘겨 버렸다.

 

홍지엔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일이 자기 혼자만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다른 사람이 하는대로 따라 하다보면 방법이 생길것 같았다.

리메이팅은 가슴이 답답한지 한숨을 푹푹 쉬면서 말했다.

"제길 할! 이번에 처음 나와 봤더니 정말 재수가 없네

상해에서는 나를 붙드는 사람은 나를 붙들고,나를 초대하는 사람은 나를 초대하고 하는데 내가 귀신에 홀렸지,

어쩌자고 가오송니엔(高松年)의 개인적인 안면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 고생을 하면서, 그것도 중도에 포기하고 되돌아가게 되었어!

이고생 한 것을 누구한테 변상해 달래야 하는거야?"

 

씬메이가 말했다.

"돌아가려 해도 역시 돈이 없을텐데요.

내 생각에는 지안에 가서 학교에서 송금한 돈을 수령하고 그때 다시 정세를 판단해 봐야지 지금 계획을 세우기는 너무 이릅니다."

모두들 한숨을 내쉬기는 했지만 저으기 마음이 놓였다.

 

구얼치엔이 갑자기 총명해 진것처럼 말했다.

"만약 학교에서 송금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땐 우린 쫄딱 망하는거네요."

네사람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이구동성으로 그에게 지나친 걱정말라고 소리 쳤으나 마음 속으로는 모두 그의 이말에 동요 되었다.

그럴리 없다고 서로 이유를 대었으나 그것은 구얼치엔의 말을 반박하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었을 뿐이다.

 

구얼치엔은 서둘러 이말을 거둬들이려고 했는데, 그것은 마치 뱀 꼬리를 붙들고 있으려니까  뱀굴로 웅크리고 들어가야하는 형국이 된것과 같았다..

"나도 정말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내가 그냥 한번 해본 소리예요."

홍지엔이 말했다.

"나는 이문제를 쉽게 풀었으면 합니다.

우리중 한사람이 먼저 가는 겁니다.

지안에 가서 돈이 있으면 전보를 치고 그때 우리가 모두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안에 갔는데 돈이 없어서, 우리 다섯명이 모두 헛탕을 칠 필요도 없고, 괜히 쓸데없이 차비만 날리는 일도 없을게 아닙니까?"

 

씬메이가 말했다.

"그래, 맞아!

우리 일을 분담합시다.  짐을 기다릴 사람은 짐을 기다리고, 돈받으러 갈 사람은 돈받으러 가고, 행동을 좀 빠르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 모두가 함께 기다리며 허송세월할 필요는 없어요.

송금은 내 이름으로 한거니까 내가 짐을 챙겨 가지고 먼저 지안으로 가려는데 홍지엔과 함께 가면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겁니다.".

 

쑨아가씨도 부드러우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자오(赵) 선생을 따라 갈거예요. 내 짐도 벌써 왔거든요."

리메이팅은 날카로운 눈초리를 씬메이에게 보냈는데 마치 X광선으로 투시하는 것 같았다.

"좋습니다.오직 나와 구선생만 남게되는군요.

하지만 우리들 돈도 모두 공금에 충당했는데 당신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나눠 줄거요?"

구얼치엔은 리메이팅을 향하여 겸연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내 짐도 모두 왔으니 나도 저사람들과 같이 가고 싶은데요. 여기 남아있을 의미가 별로 없으니까요."

 

리메이팅의 얼굴에 노기가 서리며 사납게 말했다.

"당신들 나 한사람만 버려두고 몽땅 가시오.

나는 아무 상관 없소. 무슨 얼어죽을 같은 배를 타고 서로 돕고 어쩌고..,

일이 닥치니까 각자 자기 이해타산만 하는 거 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들이 지안에 가서 돈을 수령하고 나서 나에게 동전한닢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 리메이팅은 그렇게 곤경에 빠지지 않소.

내 상자 안에 있는 약만 내지에서 팔아도 천위안 정도 만드는 것은 식은죽 먹기요.

당신들이 내가 거지가 된것을 보게된다면 상해에 까지 비난이 자자해질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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