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생은 안절부절 못하며 밖을 바라 봤는데 아푸는 과부의 방 밖에 숨어서 벌겋게 부은 뺨을 만지고 있었다.
그는 리메이팅을 흘끗 보더니 혼잣말을 했다.
"요강속에 자기 얼굴을 비춰보지 말래더니만!
좀 집적거려 보려다가 초쳤지 않아 ---"
리선생은 교양도 있는터라 하인이 함부로 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 문을 세차게 밀고 나가면서 소리 쳤다.
"돼지 같은 놈! 너 누구에게 욕하는거야?"
아푸가 대답했다. "당신같은 돼지에게 한거요."
리선생이 말했다. "돼지라고 나를 욕했어."
이푸가 말했다. "난 돼지를 욕한거요."
두사람은 닭이 먼저니, 알이 먼저니 하며 말투를 문제삼아 끝없이 싸웠는데 이런 판에서는 어쨋든 목소리가 큰 사람의 말이 진리가 되는 셈이었다.
구선생이 걱정이 되어 리선생을 잡아 끌고 들어오면서 말했다.
"저런 어린놈하고 무슨 시비를 따집니까?"
아푸는 위세가 백배 충만해져서 말했다.
"당신 도망가는군요! 남생이가 동굴에 숨듯 하지 마시오, 내한테 당신이 겁을 먹었구먼 ---"
이말을 듣고 리선생은 또 문을 박차고 나가려 했다.
씬메이와 홍지엔이 듣다 못하여 뛰어 나가면서 아푸에게 크게 소리쳤다.
"너 사람의 도리도 모르는 놈이, 말로 얼렁뚱땅 어쩌구 하면서 도대체 어쩌자는거야?"
아푸는 약간 켕겼으나 여전히 고집스레 말했다. "웃기지 마쇼. 나 혼자 욕한거요.남의 일에 참견 마쇼."
씬메이는 구식 군함의 대포같이 입에 담배를 높이 꼰아 물고 손바닥을 문지르다가 소리나게 한번 박수를 치더니 주먹을 쥐고 말했다.
"내가 옆에서 들어보니 도저히 안되겠구먼, 어떻게 해줄까?"
아푸의 눈동장가 완전 겁에 질렸지만 씬메이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때 과부가 방에서 뛰쳐 나오며 소리쳤다.
"누가 감히 우리 하인을 괴롭혀? 두사람이 한명을 괴롭히고 창피하지도 않아? 비뚤어진 남자들이 나같은 과부나 괴롭히고, 앞날이 뻔하다!"
씬메이와 홍지엔은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다.
과부는 더욱 득의양양해서 냉소를 지으며 함부로 욕을 해대며 아푸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씬메이는 리선생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했고 홍지엔은 등뒤에서 씬메이에게 말했다.
"남자를 깔고 뭉개는 암호랑이가 나타나면 우린 쑨아가씨를 내세워야겠어.그래야 뭐라도 해보지."
남은 반나절 과부가 그들 다섯 사람을 보면 아예 못본체 했고 아푸는 불구 대천지 웬수를 보듯 리메이팅에게 입짓 눈짓 다했다.
과부는 때때로 "아푸"하고 부르면서 코맹맹이 소리를 했는데 마치 목소리에 꿀 설탕을 떨어뜨린것 같았다.
리메이팅은 한숨을 푹푹 쉬면서 한밤중 내내 노기를 참아야 했다.
여관에 묵은지 또 하루가 갔다.
바로 그 하루동안에도 쑨아가씨는 과부와 마주치면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미소를 보냈다.
만일 씬메이들이 주변에 없었다면, 아마 피차간에 서로 존대하는 말을 하며 차표를 사기가 힘들다느니 여관에서 기다리기가 지루하다느니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씬메이등 네명은 새로 은신술이라도 배운 것처럼 그 과부와 마주칠때마다 눈에 띠지 않았다.
다음날 차에 타는데 씬메이등은 짐 표를 끊고 손에 든 것은 작았기 때문에 밀치면서 차에 밀치고 올라 전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과부는 짐표를 끊지 않았기에 아푸가 차에 오를 때는 마치 환영회에서 귀빈이 요인의 손을 잡아끄는 것처럼 천수관음보살이 두손을 나누어 내주지 않는 것이 한스러웠다.
씬메이가 그들 두사람을 보고 빈정대며 말했다.
"다행이야, 어제 저녁 소란을 떨지 않았다면 이 자리를 양보할뻔 했구먼, 나도 이젠 그러고 싶지 않아."
"나"라는 말을 할때 의미에 무게를 주어 말하니 리메이팅이 얼굴이 붉어졌고 모두들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과부는 멀리서 쑨아가씨를 바라보았는데 그것은 그녀로 하여금 소나 말이 눈을 크게 뜨고 사람을 쳐다보며 뭔가 바라는 눈동자 같이 느끼게 했는데, 말을 할 수 없는 동물들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쑨아가씨는 마음이 약해져서 고개를 숙이고 못본체 했는데 앉아 있기가 불안할 정도 였다.
바로 차가 출발하자 몰래 훔쳐 보니 과부역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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