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집에 가서 쓴 몇푼 때문에 나를 헐뜯지 않을까 겁이나.
인간이 저렇게 쩨쩨하니 말야.
내가 그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전대에서 돈을 꺼내는 주는 편이 낫지."
홍지엔은 밤에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안왔다.
자기 자신이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생각할수록 후회 막급이었다.
리메이팅과 구얼치엔은 한패가 되어 몰염치하게 건들거리고 다니고 있다.
또 이번 십일간의 여행은 사람의 의지와 기를 완전히 꺾어 놓았다.
하루는 씬메이와 산보하다가 땅콩 파는 행상이 고향 사투리를 하는 것을 들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과연 동향이었는데 피난을 와 이곳까지 떠돌아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그 행상인은 담담한 어조로 현성 안의 어떤 거리에 산다고 하며 결코 고생스러움을 하소연하지도 않았고 고향에 갈 여비를 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홍지엔은 안심도 되고 감개 무량하기도 해서 말했다.
"이 사람은 틀림없이 얼마나 많은 동향의 정보원이 있나 모르기 때문에 더이상 말하려 하지 않는 모양이야.
나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정도로 좌절을 겪었는데 시련이 얼마나 심한지 이제는 체념하여 오히려 마음이 편안한 지경까지 왔어."
씬메이는 그가 의기소침해진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자네 이렇게까지 충격이 컸구먼,앞으론 일생동안 연애에 성공할 수 없을거야."
홍지엔이 말했다.
"누가 자네처럼 쑤 아가씨 주변에서 이십년이란 기간동안 시간을 보낼 사람이 있겠어?"
씬메이가 말했다.
나도 요즘와서는 마음이 답답해.
어제는 한밤중에 잠이 깨었는데 갑자기 쑤원완이 내 생각을 할때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군."
홍지엔이 그 말을 듣고 탕샤오후와 자기를 샐각해보니 마음이 화염 혓바닥 같이 불타 올라 말했다.
"자네가 생각났을까 아니면 자네를 생각 했을까?
우린 하루에도 셀수 없이 많은 사람을 떠올리는데 친척, 친구, 원수 내지는 서로 상관 없이 얼굴만 아는 사람도 떠오르지.
정말 어떤 사람을 생각하고 그를 염려하며 그와 가까워지기 바라는 것은 매우 드믄 일이야.
사람은 일이 바쁘다보면 한군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수도 없고, 한순간도 끊임없이 한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을 수는 더더구나 없는거야.
우리가 일생동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대해서 모두 합산해 보아야 한시간도 채 안될거야.
그 생각이란 것도 그의 신상을 그저 한번 쓱 흟어 보는 정도로 생각나는 것에 불과한거지."
씬메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언제나 자네가 앞으로 몇분 몇초라도 나를 생각해주길 바라겠어.
자네에게 말해주겠는데 내가 처음 자네를 만난 이후 나는 자주 자네를 생각했고 자네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답답했을 지경이었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난 시계를 보지도 않았고 시간을 계산해 보지도 않았지."
홍지엔이 말했다.
"이거봐, 연적끼리는 서로 생각하게 되는 법이야.
연인끼리는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하겠지만 -- 그때 쑤 아가씨가 꿈에 정말 자네를 보았을거야.
그러니까 자게에게 문득 그녀 생각이 난거고.
씬메이가 말했다.
"사람들이 어디 있든지 우리를 꿈에서라도 본다면 떠돌아 다니는 외로운 넋이라고 하겠지.
게다가 그녀는 이미 차오웬랑의 사람이 되었는데 꿈속에서 나마 나를 본다는 것은 그녀의 남편에게 충실하지 못한거야."
홍지엔은 그를 올바르다고 보면서도 웃으며 걸고 넘어졌다.
"자네가 정치가가 된다면 정말 독재자의 기질이 농후해!
누가 자네 마나님이 될지 모르지만 꿈속에서도 자유롭지 못할거야.
자네가 특수 업무자를 보내서 그녀의 잠재의식까지 정탐하게 항테니까."
삼일 후 난청(南城)에 가는 버스는 여늬때처럼 붐볐고 겨우 발이나 올려 놓을 정도였다.
다섯 사람은 모두 사람들 틈에 끼어서 서서 갔고 서로 안위를 물었다.
"반나절이면 바로 난청에 닿을테니 조금 서서 가더라도 관계없어.
짧은 옷을 입고 만면에 기름끼가 번질번질한 사내가 두 무릅을 쩍 벌리고 권법연습할때 사방을 제압하는 것처럼 확실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는데 마치 그는 버스에 미리 배치된 일부분 같았다.
앞에 둥그런 마대를 놓았는데 안에는 쌀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이 마대는 의자만큼 높았고 바로 쑨아가씨 옆에 있었다.
씬메이는 쑨 아가씨에게 말했다.
"왜 거기 앉지 않고? 의자에 앉는 것보다 더 편해 보이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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