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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29p (전종서의 위성)

세사람이 차 역에 가서 "게시판"을 보니, 리와 구가 남긴 메모가 있었는데 자기들은 역근처 여관에 머물고 있으며, 바로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여주인과 숙박료를 계산할 때 홍지엔은 이 여관에는 벼룩이 너무 많다고 했다.

여주인은 시큰둥하게 대답하면서 그녀의 여관 침대는 제일 깨끗해서 그럴리 없고, 만양 그랬다면 그런 빈대,벼룩 이 같은 것은 홍지엔네 들이 뭍혀 왔을것이라고 했다.

 

짐은 계속 운반되어 왔지만 오늘은 손가방,내일은 이불 말은 것 이런 식이어서 그들은 매일 오후마다 차역에 물건을 찾으러 가지 않을 수 었었다.

닷새가 지나도록 리메이팅의 철제 상자는 종적이 묘연했다.

급한 김에 그는 펄펄뛰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 보았지만 소용 없었고 두차례 장거리 전화를 건 후에야 겨우 그것이 도착했다.

 

리메이팅은 서둘러 상자를 열고 안에 있는 물건들이 혹시 손상을 입지는 않았는지 보았는데 모두들 자기 일처럼 기뻐했고, 다 같이 모여서 들여다 보았다.

상자안은 설합 장처럼 하나하나 작은 설합으로 가득했는데, 서랍을 당겨 열어보니 안에는 가지런히 종이 카드가 정렬되어 있었고 마치 도서관의 목록 같았다.

그들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고, 리메이팅은 얼굴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나의  움직이는 보물 덩어리요.

이것만 있으면 중국의 책들이 전부 타버린다해도 나는 얼마든지 예전처럼 중국어문학과 과정을 개설할 수 있소."

 

이 카드들은 네 모서리마다 번호를 배열해 놓았고 성명과 제목 두가지 기준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홍지엔도 호기심이 나서 설합을 하나 열고 카드를 한묶음 뽑아 보았는데 그 카드의 윗부분 빈 공간에는 붉은 잉크로 가로로 "두보(杜甫)라는 두 글자가 써있었다.

아랫면에는 보라색 잉크로 제목을 달아 놓았고 제목 다음에는 남색 잉크로 가느다란 끌씨로 원문이 적혀 있었다. 

홍지엔은 메이팅의 흰 눈동자가 검은색 안경 속에서 자기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닿고 곧장 말했다.

"치밀하고 자세하기가 말로 할 수 없근요! 정말 대단 합니다---"

그는 혹 자기 말투가 자기 속 마음처럼 하품이 너무 세게 나와서, 리메이팅을 속일 수 없을까봐 얼른 덧붙여 말했다.

"구선생, 씬메이, 당신들도 와서 들여다 보고 싶지 않아?

정말 너무나  과학적인 방법이야!"

 

구얼치엔(顾尔谦)이 말했다.

"나는 안목을 더욱더 넓혀야 겠어요. 나도 공부를 하긴 했지만 도저히 못 따라가겠군요!"

그는 그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계속 찬탄해 마지 않았다.

"리선생, 당신의 펜글씨 세체는 대단히 힘차기도 하면서 아울러 여러가지 서체에도 능통하신것 같이요.

변화 무쌍하고 정말 경탄스럽습니다!"

 

리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난 글씨를 잘 못써요.

이 카드들은 모두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이 쓴 것인데 그 안에 십여명이 손으로 쓴 글씨가 있지요."

구얼치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과연 명 스승 밑에는 반드시 걸출한 제자가 있군요!"

이렇게  상하좌우 몇개의 설합을 열면서 리메이팅이 말했다.

"아래쪽도 전부 이런 식이니 뭐 더 볼만한 것도 없이요."

 

구얼치엔이 말했다.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군요! 이걸 훔쳐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리메이팅이 미처 저지하지 못한 사이에 그는 벌써 아랫쪽에 있는 설합을 두개 빼내었다.

"어랍쇼! 이건 카드가 아니네..."

쑨아가씨가 얼른 다가와 그것을 보더니 말하고 싶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이거 서양 약 같은데요."

리메이팅이 냉담하게 말했다.

"이거 서양약 맞아요.내가 여행 중 먹으려고 준비한 거요."

 

구얼치엔은 이때 호기심이 발동하여 주인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두개을 설합을 열었다.

거기에는 약 병이 가득 들어있었고 솜으로 밀봉된채 콜크 마개로 닫혀 있었으니 어찌 서양약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리메이팅은 더이상 참지못하고 그를 떼밀며 말했다.

"물건이 손상되지 않았으니 나 이제 그만 상자를 닫아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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