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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28p (전종서의 위성)

이 때 서너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애가 두손을 머리속에 거칠게 집어 넣으며 그 뚱뚱한 여주인에게 들리도록 고함을 쳤다.

뚱뚱한 여자는 한손으로는 품속에 서 깊이 잠든 아기를 도닥이며 다른 한 손으로는 여자 아이 대신 가려운 데를 긁어 주었다.

손에 달려있는 다섯개의 굵은 소시지 같은 손가락을 재빠르게 놀려 머릿 속의 이를 잡아내어 눌러 죽이고는 아이에게 손을 벌리라고 해서 그것을 받아가게 했는데 벌써 전리품이 주렁주렁했다.

여자아이는 다른 손으로 죽은 이를 가리키며 입속으로 아무렇게나 수를 세었다.

"하나, 둘, 다섯, 여덟, 열...."

 

쑨아가씨가 이것을 보고 씬메이 홍지엔에게 말해주자 모두들 자기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꼈고 바로 자려고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방금 전에 본 광경이 그들에게 침대에 대한 경게심을 불러 일으켰다.

쑨아가씨가 손전등으로 그들의 침대위를 비춰 주었으나 곧 전지가 떨어져서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씬메이가 말했다.

"겁내지 마, 피곤하면 일체의 소소한 가려움 쯤이야 언제나 그냥 넘기게 되는거야.

오늘 밤 자보고 다시 얘기하자."

홍지엔도 침대에 올라갔으나 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막 안심하고 자려는데 갑자기 가렵기 시작했다.

어찌 가려운지 그냥 넘길 수 없었는데 한쪽이 가렵다가, 두 군데가 가렵다가, 온 몸이 가렵다가, 나중에는 가슴속 깊은 솟까지 가려웠다.

마치 몽마르트(Monmartre)의 벼룩시장과, 예루살렘의 "세계 벼룩(蚤), 이(虱) 대회가 전부 이 구아(유럽 아시아 ) 여관에서 거행되는 것 같았다.

온 몸이 안물린 데가 없을 정도여서 손가락 힘이 모두 빠질 정도로 긁어댔다.

 

새로 가려운데가 생길 때마다 손가락을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일단 누르고 나서,그런 다음 신중히 조심해서 잡으려했지만, 기껏 그 사람을 무는 작은 놈을 잡지 못했다는 걸 알았을 뿐이고 수없이 쓸데 없는 힘을 들였지만 손가락 사이에 잡힌 것은 작은 피부 알갱이 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빈대 한마리를 눌러 죽이고 나니 철천지 원수에게 복수한 것처럼 속이 후련했으며, 떳떳한 도리를 다한 것같이 마음이 편해져서 잠이 올 것 같았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일벌 백계로 한마리를 죽였지만 아직 백마리에게 경고가 안되었던지 여전히 온몸이 근질거렸다.

나중에는 도저히 피곤를 참을 수 없어서 의식적으로 몸을 웅크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호랑이에게 먹이려고 자기 몸을 던졌다는 본보기도 있으니,차라리  벼룩, 이에게 자기 몸을 맡겼다.

외국인들이 말하기를 청각이 예민한 사람은 벼룩이 기침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날 밤에는 두 귀로 당연히 벼룯이 녀석들의 포식하고 난후의 트림소리를 들을수 있을 것이다.

 

아침 일찍 잠이 깨고나니 의외로 자신이 벼룩, 이에게 깡그리 먹어치워지지 않고 먹히고 남은  육신이 여전히 한사람 몫이 되는 것을 보고 역시 성불(成佛)하지는 못했구나 깨달았다.

씬메이가 침대에서 원망스럽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 여기도 한마리 있군! 너, 나를 먹으니 기분이 좋았냐?"

홍지엔이 말했다.

"자네 벼룩이와 대화하는 중인가 아니면 이를 잡는 중인가?

씬메이가 말했다.

"내 자살하는 중이야.

내가 빈대 두마리,벼룩 한마리를 잡아서 눌러 죽였지.

한방, 한방 빨개졌는데 그게 모두 내 피(血)이니. 이게 자살하는 거와 뭐 다른건가 ---아! 여기 또 한마리 있다! 이건 놔 줘야지 --

홍지넨, 나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여관에는 이처럼 피를 빠는 것들이 많은데 어떻게 여주인은 그렇게 살이 디룩디룩 쪘을까."

 

홍지엔이 말했다.

"아마 이놈들 이, 벼룩들을 저 여주인이 기르고 있다가,그놈들에게 손님들 피를 빨아다가 그여자한테 공급하겠지.

내가 권하는데 자네 그거 잡으면 안되.

조금 있다가 그녀가 한마리 한마리 목숨 값을 받으면 어떻게 햐려고 그래!

어서 일어나 다른 여관으로 바꾸자고."

 

두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깡그리 벗어 빨가벗은 몸이 되었는데, 춥기도 했고 웃음도 났다.

두사람은 이를 잡기 위해 손가락으로 옷의 이음새를 따라 일일이 끄집어 내가며 꼭꼭 눌렀다.

그리고 나서 훌훌 털어 다시 입었다.

그들은 방문을 나서다가 쑨아가씨와 마주쳤는데 얼굴에 몇개 붉은 점이 있었고 화장수 낸새가 진동했으며 그녀도 밤새 내내 가려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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