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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31p (전종서의 위성)

연인숙 건물의 위층은 사람이 자는 곳이고 아래층은 차와 식사를 파는 곳이었다.

좁은 복도 양편으로 방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래층 차을 파는 곳에는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았다.

문 입구의 탁자위에는 밥그릇이 포개져 쌓여있었고 큰 접시 안에는 반쯤 익다 반쯤 익다 만 기름진 고기가 몇덩이 들어 있었는데 본래 그것을 볶다가 조릴 요량이었으나 지금은 잘 나가던 사람이 재수가 없어 불운을 당한 것처럼 차갑게 식어서 검게 변해 있었다.

그 옆에는 만토우(소를 넣지 않은 만두)가 접시에 담겨 있었고 그 뒤로 순결한 처녀가 전부 검은 반점으로 더렵혀저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이 검은 접들이 확 날아 흩어지며 어두운 가운데를 빙빙 돌는 것이 알고보니 파리떼 였다.

 

이놈은 모기, 벼룩과 함께 작은 여인숙의 끈끈히 정을 쌓아온 세친구(본문 표현 :  岁寒三友 - 형편이 어려울 때 친구)로서 지금은 막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인데도 그들의 움직임은 조금도 힘이 빠지지 않았다.

건물에는 기다란 내나무 계단이 하나 있을 뿐이어서 리선생의 철제 상자는 어떻게 해도 위로 올릴 수 없었다.

여인숙 주인은 가슴을 두드리며 자기가 책임질테니 건물 아래에 놔두라고 말했고 리선생도 아쉽지만 어쩔수 없어 자위하듯 말했다.

"예를 들자면 이 상자가 기차에서  잘못되어 운반이 안되었다 하더라도 나 같은 사람이 대신 보지 않는 한 없어질 것이 없을 거요.

진화에서도 며칠씩이나 더 기다렸다가 겨우 찾지 않았었나요?"

모두들 그가 시원시원하다고 감탄했다.

 

씬메이가 종업원을 따라서 위층에 있는 침실을 보러 갔다.

얇은 판자로 된 나무판이 그들이 디딜 때마다 무슨 불평이라도 하는 듯 삐그덕거리며, 먼지가 솔솔 아래로 떨어져 내렸는데 구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자오 선생은 체중이 꽤 나가나 봐요!"

여인숙 주인은 쑨아가씨가 손수건을 꺼내어 먼지를 터는 것을 보고 바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이 마루판이  이래뵈도 꽤 튼튼한 겁니다.

또 마루판이 소리가 잘 나야 밤중에 도둑이 들더라도 금새 손님들이 놀라 깰것 아닙니까?

우리 여인숙은 도둑 든적이 한번도 없어요.

어디 감히 오겠어요? 우리들의 마루판이 금새 알고 삐걱거릴텐데.

햐! 쥐새끼만 지나가도 얼마나 시끄러운데요."

종업원이 사다리를 내려가 손님을 불러 올라왔다.

 

리메이팅은 여인숙 주인에게 신신당부하며 철제 상자를 잘 보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층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빈방은 셋박에 없었고 방마다 모두 침대 하나씩만 놓여있었다.

종업원이 오더니 자오, 황두사람의 방 가운데에다 대나무 울타리를 쳤는데 침대 두개의 요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씬메이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 방이 여기서 제일 낫군.햇볓도 잘들고, 침대에 휘장까지 쳐 있으니 말야.

하지만 나는 이집의 요와 이불에서 자고 싶지 않은데 곧 무슨 방법이 떠오를테지."

홍지엔이 말했다.

"좋은 방이면 왜 쑨아가씨에게 주지 그랬어?"

씬메이가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 좀 봐."

 

다 벗겨진 희색 칠을 한 벽에 비뚤빼뚤 써있는 검은 글자가 보였다.

"잉탄을 거쳐 가며 왕미옥 여사와 사랑을 서로 다짐하며 이를 영원히 기념하기위해 제남(산동성의 성도)의 쒸따룽( 许大隆)이 쓴다.

날자; 중화민국 *년* *월 *일.,

얼핏 셈해 보니까 그것은 바로 어제 저녁에 쓴 것이였다.

그 뒤쪽으로 역시 쒸따룽의 검은 필적으로 시가 써 있었다.

"술에 취하지 않으면 스스로 취해라.

색에 빠지지 않으면 스스로 빠져라.

오늘 아침은 인연이 있어 만났지만

내일 너는 동(東)으로 나는 서(西)로 향하게 될 것을."

 

또 씌여 있기를 "어르신이 가신다!"

거기에 있는 감탄부호를 보면 사람들은 쒸선생이란 자가 경극에 나오는 대사를 던지고 말채찍이라도 휘두르며 의기가 충만한 것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밖에도 연필로 쓴 작은 글씨가 있었다.

모두 왕미옥에 대해 쓴 것이었는데 생각컨대 쒸선생이 술에 취해 색에 빠진 그날 밤 이전에 쓴 글씨 같았다.

왜냐하면 쒸선생의 시가 "외로운 왕이 잉탄궁에서 술에 취했을때, 왕미옥이 예쁜 용모로 태어났다."라고 연필로 쓴 글자 옆에 써있었기 때문이다.
또 신식 구둣점을 찍은 세줄 문장도  있었다.

 

"주의!

왕미옥은 병균이 있다.

항전(抗戰)시기인 만큼 우리 모든 동포는 위생이 나라의 근본임을 반드시 알고 절대 전염되지 않도록 하라!

게다가 그녀는 그저 서양 은화만 알고, 정이라곤 없다.

경험자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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