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종서의 위성

126p (전종서의 위성)

또 앉아있는것이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상자가 너무 딱딱하고 너무 낮았으며 몸은 사람들 무리속에 처박혀 있어서 다리를 펼 수도 없었고 등을 구부릴 수도 없었으며 앉은 자세를 바꿀 수도 없었다.

단지 할 수 있는것이 있다면 앉아서 좌우 궁둥이를 한번씩 번갈아가며 무게를 옮기는 것 뿐이었다.

그것을 조절 수단으로 삼기는 했지만 좌측으로 기울이면 일분도 못가서 언던이 뼈가 시큰거려 얼른 우측으로 바꾸어 기울였는데 편한데데가 한군데도 없었다.

일각도 참기 힘든 일각이었고 언젠가는 역에 도착할 때가 있으리란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였다. 

 

차가 고장으로 멈추기를 서너차례한다음 뜻밖에 어떤 작은 역에 도착했다.

운전사가 점심을 먹으러 가자 승객들도 내려서 길가에 있는 작은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었다.

홍지엔등 세사람은 얼떨떨한 가운데  풀려나서 차에서 내려 허리도 펴고,다리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밥을 먹고 싶은 식욕이 없어 차 한잔에 손가방에서 가져온 비스켓을  몇개 꺼내 먹었다.

 

잠깐 쉬고나니 정력이 조금이나마 회복되어 다시 고생스러운 차로 되돌아왔는데 운전사가 말하기를 이차는 기계가 고장났으니 차를 바꿔 타라고 했다.

모두들 우르르 원래 차에 가서 각자 짐을 꺼내들고 두번째 차에 서로 밀쳐가며 올랐다.

홍지엔 일행은 뜻밖에 차끝부분에 있는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원래 차에서 자리를 차지했었으나 지금은 자리가 없어진 몇몇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며 떠들어 댔다.

당연히 원래 차의 자리에 대로 앉아야 하는데 이게 뭐냐, 중화민국이 도둑놈의 나라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지만 모두 묵묵히 있었고 맞받아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몸이 편해지니 마음도 우쭐해졌다.

그들은 차가운 눈초리로 그들 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째려 보았고 선 사람들은 그들을 되돌아 볼 용기가 없어그저 창밖만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고물차는 학질에 걸려 신음중인지 달릴때는 문과 창문이 덜덜 떨지 않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차의 끝부분에 앉은 사람들은 훨씬 진동이 커서 골절이 모두 헐거워져 빠질 것 같았고 오장육부가 뒤집혔으며 방금 먹은 멥쌀 밥이 위 속에서 쟁그렁 쟁그렁 부딫치는 것이 마치 도박판의 사발속에 있는 주사위 같았다.

 

날이 캄캄해졌을 때 겨우 진화(金华 : 저장성 중부의 도시)에 도착했다.

표를 끊었던 짐들은 모두 원래 차에 실려 있었기 때문에 내일 차가 싣고 올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홍지엔 일행은 피곤한 가운데 역을 나와 바로 근처에 있는 작은 여관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의 고생은 대충 끝난 셈이었고, 내일의 고생은 아직 멀었으니 이 하루 밤은 심신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오늘과 내일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중립 시간중의 도피 였다.

 

여관 이름은 "구아대여관(欧亚: 유럽,아시아)"이였다.

비록 아지까지 유럽인이 와서 잔적이 없을지라도 이 이름을 일종의 예언이라 본다면 이것이 과장된 언사라고 단정 할 수도 없다.

후면에는 두채의 중국식 단층집이 들어서 있었고 나무 판자로 대여섯 칸의 침실로 나누어 놓았다.

전면에는 길대로 엮은 막을 세워 놓았는데 식당인 셈이었다.

술과 고기 냄새가 났고 음식을 조리하는 칼과 솥등 식기 소리도 났으며 종업원들의 떠드는 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끌려 들어와 투숙 했다.

막 안에서는 전등불이 휘황하게 켜져 있었고 대나무로 엮고 진흙을 바른 벽에는 홍록색 종이가 가득 붙여 있었는데 이집에서 제일 잘하는 요리 를 써 놓았다.

무슨 '자라 찜", "이고장 명품 햄", "삼선 쌀국수", "밀크 커피"등등 이었다.

십여개의 식탁은 거의 반절가량 손님이 차 있었다.

 

주인이 계산을 하는 카운터에는 뚱뚱한 여인이 앉아 부끄럼없이 흰 가슴을 풀어헤치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젖도 아이가 먹는 밥이니 식달에서 먹이는 것이 당연했고 이런 점에서 이 여관이 과학적 관리를 하고 있다는 증명이 된다.

그녀는 온몸이 빈 구석 없이 전부 기름진 영양 덩어리라 어린 아이가 빨고 있는 것이 설탕을 친 용해된 돼지 기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이렇게 비대한 것을 보면 이 여관의 음식은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을 표시하며 그녀가 카운터에 떡 기대고 앉아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좋은 광고인 셈이다.

 

 

 

 

 

'전종서의 위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8p (전종서의 위성)  (0) 2013.07.25
127p (전종서의 위성)  (0) 2013.07.23
125p (전종서의 위성)  (0) 2013.07.16
124p (전종서의 위성)  (0) 2013.07.13
123p 전종서의 위성  (0) 201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