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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27p (전종서의 위성)

홍지엔등은 예약한 방을 둘러보고 세수를 하고 난 후에 밥을 먹으러 나와서 식탁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식탕위는 마치 <유림외사(儒林外史)> 에 나오는 환진(범진 : 进)이 후투후(호도호 : 胡屠户)의 뺨을 때리고 도끼 자루에 돼지 기름을 발랐다더니 그것처럼 기름이 덕지덕지 끼어 있었다.

모두 음식을 시켰는데 홍지엔과 쑨아가씨는 모두 식욕이 별로 없으니 담백한 것을 먹겠다고 하며 한그릇씩 쌀국수를 시켰다.

씬메인는 쌀국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삼선비빔국수를 일인분 시켰다.

 

홍지엔이 문득 밀크커피라는 분홍색 종이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여기 이런게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구아(유럽,아시아)여관이란 말이 부끄럽지 않네!

우리 먼저 한잔씩 마셔서 식욕을 돋구고 또 식사 후에도 한잔씩 주문해서 그걸로 유럽인 기분을 내보는게 어때?"

쑨아가씨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고 씬메이가 말했다.

"내 생각엔 별로  일것 같은데 종업원을 불러 한번 물어보지."

 

종업원은 단숨에 책임진다며 그것은 상해에서 온 좋은 것이며 포장도 아직 안뜯었다고 했다.

홍지엔이 무슨 상표냐고 물으니 종업원은 무슨 상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쨋든 달기도 하고 향기가 최고인 상품이며 종이포 하나에 한잔씩 이라고 했다.

씬메이가 뭔가 생각하더니 홀연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어린애들 구슬리는 커피사탕 이겠구먼---"

홍지엔이 기분이 좋아져서 말했다.

"말로 할게 아니라 세잔 시켜서 맛을 보고나서 다시 말하자구, 얼마나 커피 냄새가 나는지 말야."

종업원이 이 소리를 듣고 바로 가지러 갔다.

 

쑨아가씨가 말했다.

"커피사탕에는 우유성분이 없을텐데 어떻게 밀크 커피라 할까요.

보나마나 다른데서 우유를 가져다 넣었겠죠."

홍지엔이 뚱뚱한 여인을 향하며 삐딱한 어조로 말했다.

"저 여자 젖만 아니면 되지뭐."

쑨아가씨는 미간을 찌프리며 화난 것처럼 입을 삐쭉였는데 싫어 한다는 표정이 퍽이나 귀여웠다.

씬메이가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벌개져서 말했다.

"쓸데 없는 소리! 자네는 좋은 말은 아예 안하는구먼."

 

커피를 가져왔는데 의외로 까맣고 향도 있었다.

다만 표면에 한거풀 흰 거품이 있었고 홍지엔이 종업원에게 이게 뭐냐 물으니 종업원은 우유라고 했다.

무슨 우유냐 다시 물으니 대답이 우유의 지방분이라고 했다.

씬메이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사람의 침 같은데."

홍지엔은 막 마시려다가 아쉽게 잔을 도로 내려 놓으며 말했다.

"나 이거 안마셔!"

쑨아가씨도 마시려 하지 않았다.

씬메이는 한편으론 웃으면서 한편으론 미안하다는 듯이 그러면 자기도 안 마시겠다고 말하며 장남삼아 커피잔에 침을 뱉았는데 과연 그 둥둥 뜬 흰 거품과 똑 같았다.

홍지엔이 그에게 먹을 것을 왜 못쓰게 해 버리냐고 욕을 하니 쑨아가씨가 그저 씩 웃는데, 마치 아이가 장남치며 노는 꼴을 바라보는 엄마의 자애로운 미소 같았다.

 

종업원이 씬메이가 시킨 국수를 가져왔다.

면을 삶아해 놓은 것이 너무 흐믈흐믈했고 기름지면서도 끈적끈적해서 풀을 한바가지 퍼온것 같았고 면위에 닭 목뼈와 순대 껍질을 올려 놀았다.

씬메이가 그것을 보고 마음에 안들어 하는데 홍지엔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 나보고는 커피에 침이 들어있다고 했는데 내가 자네 국수를 보니 이건 사람이 코를 풀어 놓은 것 같구먼."

 

씬메이가 국수 그릇을 그에게 밀면서 말했다.

"이거 자네 먹어."

그는 종업원을 불러 도로 가져가고 다른 것으로 바꿔 달라고 했으나 종업원은 그러려고 하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다른 쌀국수를 시켜 먹었다.

식사후 계산을 할때 씬메이가 말했다.

"우리 오늘 리메이팅과 구얼치엔이 없는게 천만 다행이군.

음식을 시켜서 먹지 않았다간 죽도록 욕을 먹었을거야.

하지만 저 국수 만큼은 나도 정말 먹을 수 없었고, 싹국수도 밥맛 떨어질까봐 감히 자세히 볼 수 없었어."

 

침실에는 석유등이 켜 있었는데 바깓보다 어두워서 세 사람은 들어가지 않고 앉아서 한담을 나누었다.

모두 어느정도 피곤했고 과도하게 흥분했는데, 쑨아가씨도 말도 많이 하고 웃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씬메이와 홍지엔이 시끌벅적 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이 여자애가 훨씬 어른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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