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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24p (전종서의 위성)

쑨아가씨가 급히 리선생에게 알렸더니 리선생은 미간을 찌프리며 즉시 당부했다.

하지만 차 알머리에서  브르릉하며 싸움을 걸자 그는 돌연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돋구었다.

리선생은 먼저 빠르게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듯  말했으나 그것은 그의 입 주변에서 그대로 공중으로 거꾸러져 버렸고 쑨 아가씨 쪽에서는 전혀 귀에 들리지 않았다.

홍지엔들은 승객이 와글와글 붐비는 것을 보고 내일 일이 걱정되어 그저 이렇게 말했다.

"리, 구 선생은 오늘 붐비는 차를 탔지만 우린 내일 별 문제 없을거야."

 

다음날 세사람이 역에 도착하여 차표를 받고 짐을 관리하는 짐꾼에게 다시 가서 거듭 부탁의 말을 하니 그는 반드시 그들의 큰짐을 이번 차위에 실어줄테니 모두 손에 드는 작은 가방만 갖고 타라고 하였다.

잔뜩 모인사람들 사이에서 차를 기다렸는데 겁을 먹은 나머지 시시각각 스스로 격려하며 위축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첫차가 새로 들어오자 모두들 사나운 기세로 밀치면서 차에 올랐다.

그것을 보니 과연 중국에는 목숨을 걸고 적진으로 돌격할 지사가 많기는 한데 단지 전쟁터로 가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밀고 들어갈 수가 없어 두번째 차가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거기에도 여전히 앞에서 돌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래도 어쨋든 세사람은 모두 차에 올랐는데 겨우 발을 딛고 서 있을 곳은 있었다.

그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서로보며 쓴 웃음을 지었는데 겨우 땀을 흘릴 여가가 생긴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치지  않고 몰려왔다.

격분하여 제정신이 아닌 사람.

웃으며 살랑살랑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 "미안 합니다. 안으로 조금 좁혀 갑시다."

대의(大义)를 부르짖는 사람; "통로에서 비켜요. 모두가 편하려면. 자 좀 좁힙시다! 좋아요! 좋아!"

눈 앞은 것만 지적하는 사람; "여보슈, 안에 자리가 많은데 왜 입구에서서 멍청하게 그래요."

기세 등등한 사람; "나도 표 있어요.내가 왜 차를 못탄단 말이오? 이차 당신이 몽땅 전세 냈어? 흥!"

 

결국 차표를 산 한떼의 사람들이 모두 차에 탔다.

예상치도 못했는데,이 좁은 차 칸이 탄력성이 있어 늘어난건지, 하여튼 이 많은 사람들을 전부 받아들였다.

차칸은 정어리 통조림같이 안에 사람들로 빽빽히 들어차서 신체가 모두 납작해졌다.

정어리 뼈는 각각 몸속 깊은 곳에 숨겨있었고 이 한떼의 승객들도 무픞 뼈, 팡굼치 뼈 할것없이 모두 옆 사람들의 신체에 단단히 파뭍혀 버렸다.

통조림 안의 정어리들이 세로로 세워 있는 것처럼,이 한떼의 사람들도 모두 웅크리고 구부렸는데 허리와 다리의 굽은 경사도가 기하학에서의 유명한 각도를 만들었다.

 

씬메이의 상자는 너무 길어서 바닥에 가로로 놓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좌우 양쪽 좌석 가운데 통로에 똑바로 흔들리지 않게 세우고 그위에 자기가 높이 걸터 앉는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몸 뒤쪽에는 바구니가 있었고 그위에서 담배를 피우는 바구니 여주인이 두다리를 벌리고 걸터 앉아있었다.

씬메이가 고개를 돌려 사람 옷이 불에 타지 않도록 그녀에게 담배를 조심해서 피우라고 하자 그녀가 대꾸했다.

"당신 등뒤에는 눈이 없지만 내 눈은 앞에 달려 잘 볼수 있으니 절대 담배를 피우다가 당신 바지를 태울일은 없을거요.

당신이나 조심해서 궁둥이를 내 담배에 갖다 대지 않도록 하세요."

그녀의 고향 사람들이 모두 호응한다는 듯 왁 웃었다.

 

홍지엔은 앞을 밀치고 운전사에게 기대놓은 여행 가방위에 앉았다.

쑨아가씨는 긴 의자에 걸쳐넣은 널판지에 자리가 있어 비집고 앉았는데 역시 매우 불편했다.

좌우에서 두사람의 남자가 각자 커다란 다리를 옮겨 한귀퉁이 내준 틈바구니 였으니 그것은  그저 원숭이가 아직 진화를 덜해서 사람이 되기 전에 꼬리나 겨우 올려 놓을 정도의 좁은 곳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고 있을 때는 인생의 지평선에 가까워 지는데,  차를 타고 불과 수시간만 지나도 승객들은 마치 반평생을 전부 차안에 쓸데 없이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러다 의자에 자리잡고 앉게 되면 심신은 마치 집에 돌아간것 같이 느껴지는데 한번 고생하고 나서 오래도록 편안해 지게 된 것처럼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무언가 먹거나,  혹은 졸게 되고 노정 이외의 일들은 잠시 사후 세계의 일과 같아진다.

 

운전사가 자기가 가져온  개인 물품을 한구석에 놓아두고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다.

이차는 오랜 풍파를 다 겪어, 사람으로 치면 당연히 고희(70세)의 장수 잔치를 해주어야할 나이였으나 때가 항전 시기인 만큼 쉽게 은퇴를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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