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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21p (전종서의 위성)

일행들은 마치 기계화(机械画)에 쓰는 검은 물병 속에서 길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밤의 어듬은 짙어만 갔고 정말 손을 뻗으면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캄캄한 밤에는 귀신이라도 코를 부딪히면 방향을 바꿔 가야하고, 고양이라도 입가 수염이 곤충의 촉수가 아닌 것을 한탄할 수 밖에 없으리라.

인력거꾼들은 모두 성냥을 가지고 있었으나  인력거중 두 대만 등이 달려 있었다.

 

쏫아지는 빗속에서 등불을 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냥이 모두 젖었기 때문에 연달아 몇개피 그어대서야 겨우 가운데로 불이 올라와 붙었다.

이때 이시각의 황야는 수인씨(隧人氏 : 중국 고대 설화에서 인간에게 불 피우는 법과 불에 익힌 음식을 전수한 인물)가 태어나기 전의 세계였다.

 

홍지엔이 급히 소리쳤다.

"나한테 손전등이 있어."

그가 얼른 지니고 있던 작은 가방을 열고 그것을 꺼내어 지면을 비추니 커다란 범위의 노란 빛 원이 생겼고 무수한 빗줄기가 보였는데 마치 불을 보고 날아드는 나방이때가 황망히 이 빛의 동그라미 안에 몰려 들어온 것 같았다.

쑨아가씨의 큰 손전등이 더 넓은 범위를 환하게 비추자 캄캄한 어듬의 중심부에 한줄기 터널을 뚫어 놓은 것 같았다.

 

씬메이는 인력거에서 내려 쑨아가씨의 손전등을 달라고 했고, 홍지엔도 내리라고 해서 두사람이 이쪽 저쪽 들쭉날죽 한 곳을 비춰 주었다.

여덟대의 인력거는 영구 행열처럼 밭사이를 전등불이 가는대로 따라 갔다.

한침 가다가 리, 구 양인이 인력거에서 내려 교대 했다.

홍지엔이 돌아와 인력거에 타고, 피곤하여 졸고 있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다.

눈을 뜨고 소리나는 쪽을 보니 하얀 빛이 지면위에 누워 있었고 리선생이 직접 고함치는 소리만 들렸다.

 

인력거들이 모두 멈추어 섰다.

원래 리선생이 왼손에 우산을 들고 오른손에 손전등을 들고 길을 가던중 팔이 시큰거려 들고 있는 것을 바꾸려다가 잘못하여 밭 한가운데로 실족한 것인데 발버둥을 칠 틈도 없었다.

모두들 진흙탕 속에서 그를 끌어 올려 인력거에 앉혔고 그바람에 홍지엔이 다시 또 길을 비추게 되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가고있는지도 몰랐고, 그저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는 것과 가는 길이 끊임 없다는 것, 신발이 가면 갈수록 무거워 진다는 것 만 알 수 있었다..

피곤해서 졸음이 쏫아지는 가운데 계속해서 기계적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면서도 감히 멈출수 없었던 것은 한번 멈춰 서면 두 다리가 즉시 더이상 걷는 것을 멈추어 버릴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씬메이 역시 구선생과 교대했다.

 

긴 시간이 지나가고 그들은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그들은 여관을 찾아 들었고 인력거 꾼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었다.

네사람이 신발을 벗는데 위쪽에 붙어았는 진흙이 기를 쓰고 안떨어지는 것이 마치 탐관에게 땅위의 것들을 수탈당하는 것처럼 저항했다.

리메이팅은 진흙물로 목욕을 한 것 같았고 다른 세사람도 바지 앞뒤, 조끼 한가운데 종횡으로 반점이 있었는데 전부 진흙 물이었다.

모두들 피곤했고 눈동자가 비에 젖어 붆홍빛이 되어 있었으며 쑨아가씨는 추워서 입술까지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바같에 비는 그쳐있었지만 머리 속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것 같았고 계속 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

 

홍지엔은 뜨거운 것이 먹고 싶었고 씬메이를 닥달하여 소주를 조금 마시고 더운 물을 달래서 발을 씼고 눕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졌다.

씬메이 역시 몹시 피곤 했으나 홍지엔의 코고는 소리에 방해 받는 것이 두려워 걱정 하던중, 아무 방비 없는 상태에서 잠이란 몽둥이가 그를 후려치는 바람에 느닷없이 캄캄한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 꿈도 꾸지 않고 순수하고 완전한 잡에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자 날씨는 언제 그랫냐는듯이 맑게 개어 있었다.

단지 누런 진흙 땅 만이 어제 내린 비가 왔었다는 것을 표시해주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한여름 더위에 녹은 태피 초콜렛 같아서 겉은 끈적끈적하고 속은 딱딱했으며,  길을 가다가 미끌어지기 십상이었다.

 

모두들 어제 오느라고 너무 피곤하고 옷이 젖어 아직 마르지 않았으니 하루 더 쉬고 내일 아침에 떠나자고 했다.

구얼치엔의 흥미는 물속에 뜬 콜크마개 같아서 아무리 폭우가 쏫아진다해도 그것이 부숴져 깨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는 바로 오후에 쉐도우산(雪窦山 : 설두산)에 놀러 가자고 했다.

산에 갔다 오면서 씬메이는 시외버스표를 사는 것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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