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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19p (전종서의 위성)

그날의 여정은 닝보(宁波 :절강성의 항구 도시)에서 씨코우(溪口)까지 가는 것이었는데 먼저 배를 타고 가다가 인력거로 바꿔 타는 것이었다.

그들이 배에 오르자 안개 비가 내렸다.

때때로 한두방울 떨어져서 머리에 하늘에서 뭐가 내리는지도 몰랐는데 자세히 봐도 비가 내리는 것 같지 않았다.

잠시 후 빗방울이 짙어지기는 했으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많은 작은 물방울들이 공기중에 장난스럽게 구르기도 하고 튀어오르기도 하는듯 보였다.

그리고 나자 기세를 얻어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홍지엔 일행은 뱃머리 부분에서 짐을 간수하고 있다가 서둘러 우의를 꺼내 입었다.

리선생만 예외 였는데 그는 이런 비는 많이 내리지 않을거라며 상자를 열어 우의를 꺼낼 필요도 없다고 했다.

비는 내릴 수록 점점 비답게 내렸는데 물 방울이 일관되게 빗줄기가 되면서 강물 위에는 곰보 자국이 났는데 무수한 곰보 흉터같은 작은 소용돌이가 생겼다가 없어졌다.

시시각각 그침없이 빗줄기는 짙어 갔는데 빤질빤질한 수면 위에 긴털이 걸려있는것 같아 보였다.

 

리선생은 새로 산 우의가 아까워서 여행중 입는 것을 애석해 했는데, 바로 자신의 불찰을 한탄했고 우의가 상자 맨 밑에 있기 때문에 꺼낼 수 없다고 하며 지금 상자를 열면 옷들이 전부 젖어버릴 거라고 했다.

쑨아가씨는 눈치 빠르게, 자기는 방수 모자가 있으니 손에 들고 있는 초록 무늬 작은 우산을 그에게 빌려주겠노라고 했다.

이것은 원래 엉터리 우산이었고 쑨 아가씨는 햇빛을 가리는 데만 썼는데 짐속에 넣으면 우산대가 부러질까봐 항상 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해안에 올라선 후  리선생이 찻집에 들어서며 우산을 접자 모두들 깜짝 놀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우산의 녹색 무늬가 비에 젖어 탈색이 되면서 리선생의 얼굴이 누르끼리한 색에서 푸르죽죽하게 변해 있었고 희 와이셔츠 명치 부분에도 푸른 물이 배어있어서 마치 수채화의 밑그림처럼 보였다.

쑨아가씨가 얼굴이 빨개져서 황망히 미안하다고 했다.

리 선생은 마지못해 상관 없다고 말했고 구선생은 계속하여 사환을 부르며 세수할 물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씬메이는 인력거꾼과 가격을 흥정했고 홍지엔은 쑨아가씨가 우산을 아까워하는 것을 보고 찻집 심부름 꾼에게 물을 짜내고 차 화로 가에서 말리라고 했다.

리선생은 잿빛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그쳤으니 길에서 우산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점심을 먹은 후 모두 차에 올랐다.

찻집 심부름꾼은 우산을 쑨아가씨에게 되돌려주었는데 물에 흠뻑 젖었으면서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났다.

이때는 벌서 오후 두시였고, 일행은 인력거꾼에게 길을 재촉했다.

30분도 못가서 급경사진 돌무더기 언덕이 나타났고 리선생의 그 커다란 청제 상자를 끌어안고 있던 인력거꾼은 적재중량이 너무 무겁고 길이 미끄러워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발로 움직이지 못하게 제대로 잡지 못하여 넘어뜨리기라도 하면 인력거가 뒤집힐 것이라고 했다.

리선생은 급히 자기가 탄 차에서 뛰어내려 고함을 쳤다.

"상자를 너에게 줄테니 박살을 내버려!" 하면서 인력거꾼이 밥통(饭桶 : 밥 벌레)이라 욕을 해댔다.

그러자 인력거꾼이 피멍이 든 무릎을 그에게 보여주자 그는 그제서야 더이상 말을 못했다.

이 인력거꾼을 가까스로 쫏아 보내고 다른 인력거를 불렀다.

 

이윽고 꼭대기를 등나무 줄기로 묶어놓은 긴 다리에 도착했고 모두들 차에서 내려 걸어갔다.

그 다리는 난간도 없었고 양쪽이 아래를 향해 무너져 있는 가늘고 긴 안장 형태의다리였다.

씬메이가 먼저 다리에 올랐는데 두어 발자국 가더나 바로 겁을 먹고 되돌아와서 자기 다리가 후둘후둘 떨린다고 했다.

인력거꾼들이 그를 보고 웃으면서 그의 용기를 북돋아 주어다.

구선생이 말했다.

"내가 어찌하는지 시범을 보일테니까 잘 보세요."

그는  태연자약하게 다리를 건넜고 맞은편 다리 어귀에 서서 다른 사람들도 빨리 건너 오라고 했다.

리선생이 용기를 내어 정신을 가다듬고 안경을 벗은 후에 한발작 한발작 조심하면서 맞은편에 도착해서 소리쳤다.

"자오 선생, 겁내지 말고 빨리 건너 오시오, .

쑨아가씨는 내가 다시 가서 부축해서 건네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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