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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17p (전종서의 위성)

그 커다란 철제 상자를 큰 배에서 아래로 운반해 내렸다는 것은 물리학의 기적이기도 했다.

 

리선생의 얼굴에서 그 검은 안경이 안보였고 두개의 커다란 흰자위가 마치 삶은 계란의 껍데기를 까 놓은 것 같았다.

씬메이가 급히 안경이 어디 갔냐고 묻자 리선생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어 다시 쓰고는. 배에서 뛰어 내릴때 코에서 미끌어져 떨어져 깨질까봐 그랬다고  했다.

 

리선생 일행은 짐이 번잡스러워 첫번째 배에 싣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리메이팅의 어조는 마치 방금 전의 배위에서 만남 공습시의 공포를 마치 씬메이등 일행을 대신해 맞았다는 투 같았다..

만일 그가 서양음식칸 표를 씬메이들에게 주지 않았다면 그에게 도선을 먼저 탈 우선권이 있었을테고 바다와 불벼락 사이에 끼어서 "오싹 신경이 곤두서는" 상황을 맞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씬메이등 두사람은 가장하고 입발린 소리하는 능력이 그야말로 바닥 나버려 결국 아무런 감사 표시도 하지 않았다.

 

구얼치엔은 흥분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지 계속 소리를 질러대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어, 사지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나왔으니 말야!

그때는 당신들 두사람과 서로 다시 본다는 건 생각도 못했소.

나는 오늘  배에 탔던 사람 모두가 리선생의 복때문에 살았다고 생각해요.

리선생이 배에 있었기 때문에 적기가 오지 않은거요.

이말은 결코 엉터리없는 말이 아니며 나는 운명을 믿소.

정원정(曾文正) 공도 말했지만 하늘은 믿지 안아도, 운은 믿으라 했소."

 

리선생은 본래 동면(冬眠)중인 냉혈동물 같았는데 구선생이 여러 사람 앞에서 추켜세우자 봄기운에 다시 사람으로 되살아난듯 꿈틀꿈틀 활력을 되찾으며 느닷없이 자기를 봐 달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운명을 믿어요.

나도 이번에 길을 나서기 전, 어떤 친구에게 가서 사주팔자를 보았는데 지금이 바로 운이 바뀌는 때라며, 계속 전화위복(원문표현 : 逢凶化吉 - 흉한 일이 길하게 된다)된다더군요."

 

구선생이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누가 아니랍니까? 나도 확실히 봤어요."

홍지엔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나도 점을 보았는데 나는 금년에 운이 아주 나쁘다던데, 다른 사람까지 나때문에 피해를 볼까 걱정되지 않으세요?"

 

구선생은 머리를 바짝 쳐들고 마치 어린아이가 손에 작은 장난감 북을 얻은 듯 기뻐하며 말했다.

'무슨 별말씀을 다하시네요!

아. 오늘은 대단히 운이 좋은 날이오!

상해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하고 허송세원로 시간을 보내는데  어찌 이렇게 길을 나서면 위험하다는 걸 알겠습니까.

내지(內地 : 중국 내륙)는 불가불 가야하는 곳이죠.

우리 오늘 저녁은 음식점에 가서 경축합시다. 동생이 주관하시고."

 

모두 여관에 가서 잠시 쉬었다가 회식을 하러 갔다.

리메이팅은 술을 꽤 여러잔 마셨다.

사람들이 모두 활기를 되찾은 가운데 그는 방금전까지도 입춘 시절의 파충류 였으나 지금은 단오절 전후의 파충류가 되어있었다.

그는 쑨아가씨를 향해 무언가 꼬치꼬치 물으며 떠도는 여러가지 소문에대해 장황하게 얘기했다.

 

씬메이와 홍지엔은 같은 방을 쓰기로 하여 여관에 돌아온 후 두사람은 침대에 누워 한담을 나누었다.

홍지엔은 씬메이를 향해 리메이팅이 쑨아가씨에게 추태를 부리지 않나 주의해서 보라고 했다.

 

씬메이가 말했다.

"나도 진작에 간파했는데 그는 색을 밝히는 자 같아.

그가 부두에 올라 왔을때 검은 안경을 끼고 있지 않은 것을 보았는데 유심히 보니까 그의 눈동자는 흰자위가 크고 검은 눈동자는 작아.

이게 바로 음란한 상인데 나는 어렷을 적에 이말을 할아버지한테서 여러 차례 들었어."

 

홍지엔이 말했다.

"나는 차라리 그가 색을 밝히거나  인기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다면 그는 그야말로 인간미가 없을거야."

바로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벽을 넘어 리와 구의 방에서 여자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부터 일반적인 중국 여관 방은 벽이 얇고 뚫린 곳이 많아 비록 몸이 이방에 있다하더라도 귀는 옆방에 있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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