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면 안되.
여자들이 돈을 써서 책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는건 누구나 다 아는 일반 상식 이야.
남자들은 사탕,화장품 같은 것을 사서 여자에게 주지만,책 만큼은 사서 주지 않아야 하는거야.
여자들도 받고 싶어 하지않고 말야.
이게 왜 그런지 알아?
빌렸다가 되돌려주면 책 한권이 두차례의 만날 수 있는 구실이 되며, 게다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지
이것이 남녀 연애의 첫걸음이고 책을 한번 빌렸다는 건 문제로 커지는 거야."
홍지엔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
하지만 자네는 쑨아가씨에 대해서 말할 때 그녀가 바보같이 엉뚱한 소리만 한다고 했지 않아."
씬메이는 선실 천정을 바라보고 웃으며 득의 양양하게 말했다.
"꼭 그렇다는건 아냐.
좋아, 더이상 말하지 말자. 난 자야겠어."
홍지엔은 오늘의 수면은 탕샤오후 같은 생각을 뿌리치지 못할테니, 견디기 어려운 기나긴 밤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고,그는 일종의, 캄캄한 밤에 넓은 광야를 홀로 헤매는 사람의 공포심 같은 것을 느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씬메이와 얘기할 꺼리를 찾았으나 씬메이는 들은 척도 안했다.
홍지엔은 저항할 수도 없고, 누구도 구원해 주지 않는 가운데 그의 가슴을 벌레들이 야금야금 갉아 먹는 것같은 고통을 느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배가 항구에 들어가지 않고 먼곳에 정박했다.
그리고는 점심때가 되도록 시간을 지체하다가 한참만에 선박회사에서 보낸 두척의 통통배가 승객들을 상륙시키려고 왔다.
먼저 2등칸과 일부 3등칸 승객들을 첫번째 배에 태웠다.
이 배의 갑판은 기선 3등선실의 갑판보다 5~6척 낮았고, 승객들은 뛰어 내려야 했다.
물결이 넘실대고 두 배의 사이의 거리에 한척 남짓 벌어진 바다가 있었는데 마치 입을 쩍 벌리고 사람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듯 했다.
승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선박회사의 무책임함을 욕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나하나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내렸음에도 의외로 실수하는 사람은 없었다.
뛰어내리느라 배가 아픈 사람이 적지 않은것 같았고 그들은 모두 손으로 배를 주므르고 양미간을 찌프렸으나 신음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홍지엔은 오로지 자기에게 맹장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배는 작고 사람은 붐볐으며 내내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선측에서 좌측편 사람은 몇명 우측으로 가세요.'
"안되요! 우측에 사람이 너무 많이 갔어요!"
"모두 죽고 싶어요?"
한마디 한마디가 배 전체에 들리도록 고함을 질렀는데 눈덩어리을 굴릴 때처럼 각자의 입을 거칠 때마다 윤곽이 점점 커지는듯 했다.
홍지엔이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니 상륙해서도 여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여관이 열군데 아홉군데 밖에 없어 손님이 꽉 찬다고 했다.
씬메이가 말하기를 같은 배를 타고 온 사람이 수백명이 넘고 리(李)와 구(顾)가 두번째 배를 타고 상륙할텐데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여관을 구했다가는 오늘 노숙밖에 할 것이 없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배가 해안에 닿자 씬메이는 쑨아가씨를 데리고 여관을 구하러 갔고 홍지엔은 부두에 남아 리 와 구 두사람을 기다렸다가 씬메이가 여관을 잡으면 데리러 오기로 했다.
씬메이등이 막 떠나자마자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렸다.
홍지엔이 급히 일어났고, 악운은 동반해서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났다.
자기에게 현재 재수없는 일이 일어나 있으니 폭사 안한다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도 배에 타고 있을 리와 구가 걱정되었다.
다르게 생각해 보니 이배는 일본의 맹우인 이태리인의 재산이니 피폭 당할리가 없을테고 오히려 자기 생명이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 부두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 홍지엔을 남겨두고 뛰는 사람은 결코 없었고 다행히도 추가 긴급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한시간정도 지나서 경보가 해제 되었고 씬메이도 돌아왔다.
그리고 잠간 있으니까 두번째 배가 사람을 새까맣게 태우고 왁자지껄하며 접안했다.
홍지엔이 흘끗 쳐다보니 리선생의 커다란 철제 상자가 좁은 선수에 우뚝 서있는게 보였다.
그것은 마치 조그만 얼굴에 큰코와 넓은 입이 붙어있는 것처럼보였고, 한군데가 너무 커서 전체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 같았으며, 마치 기히학의 원칙을 뒤엎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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