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p (전종서의 위성)

내가 차오웬랑을 한번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에 쑤 아가씨가 그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보고 그는 분명하 나보다 강자라고 여겼지.

나는 내가 그자보다 못하다는 사실이 참기 힘들었어.

쑤 아가씨가 정말 그에게 반할 줄이야!

솔직히 말해서 이정도 안목밖에 안되는 여자라면 나 자오씬메이의 배필로는 안맞고, 나역시 그녀를 대단치 않게 생각해!"

 

홍지엔은 씬메이의 넓적다리를 탁 치면서 말했다.

"정말 통쾌하군, 통쾌해."

 

"그들 두사람이 약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쑤씨댁 마나님이 내 어머니를 보러 오셨지.

입에 발린 말만 많이 하다가 말하길, 원완 그애가 성질이 집요해서, 그녀 스스로 그에게 여자를 소개해줄 필요는 없을거라며, 이일로 쑤씨 집안과 자오씨 집안의 양대에 걸친 우의에 금이 가서는 안된다고 했지.

정말 이상한 것은 - 자네 이말하면 분명히 웃을거 같은데 -  그녀는 그후 매일 새벽마다 부처님 앞에 향을 피우면서 나를 위해 복을 빌었다는군."

홍지엔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말했지.

'그렇다면 아예 불경이라도 몇 권 독경이라도 해서 나를 제도시키지 그랬냐고' 

내 어머니는 내가 아직도 그녀에게 관심이 많은줄 아시고 여러가지 소소한 일들을 알아다가 내게 알려주셨지.

 

이번에 쑤홍예(쑤아가씨 부친)가 중경에 일이 있어서 금새 돌아올 수 없게 되었는데 편지로 일체 딸이 하자는대로 해서 맘 편하게 해주라고 했다는군.

그러자 이 신세대들은 모두 서양물이 들어 구식 결혼에서의 길일 잡는 것을 반대했고 서양 날자로 정하겠다고 주장했지.

양력 5월은 결혼에 제일 좋지 않다고 하면서 양력 6월이 제일 결혼하기 좋다고 했대.

하지만 그들이 약혼을 이미 6월에 했으니 9월초에 결혼하기로 연기한거래.

사람들 말로는 날자도 많이 연구했는데 월,화, 수는 좋은데 그중에서도 수요일이 제인 좋고,, 목금토는 하나같이 좋지 않다고 하여 그 결과 그들은 수요일로 정했다더군."

 

홍지엔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틀림없이 차오웬랑이 생각해낸 스타일일거야."

 

씬메이가 웃으며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자네같은 구라파 유학생들이 제인 싫어하는 건데 스타일에 갖다 붙이는 명목도 많아.

하필이면 결혼은 수요일이냐 말야, 그날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나는 길을 가면서 생각했는데 요행히 오늘은 내가  신랑이 아니라는거였지.

식장안에는 냉기가 흘렀지만 차오웬랑은 검은색 모직 예복을 입었는데 초조한 나머지 머리가 온통 땀 투성이였지.

내가 보니까 그는 하얀색 풀먹인 칼라가 땀에 젖어서 누렇게 변했고 누굴누굴해졌지.

나는 그의 뚱뚱한 몸 통이 전부 땀에 젖어 양초같이 녹아서 기름판으로 변할까 걱정되었지.

 

쑤 아가씨 역시 긴장한 모습이 못봐주겠더군.

결혼식이 진행되는데 신랑 신부 억굴이 웃는것 같기도 하고, 우는것 같기도 한 묘한 표정이었어.

모두 경사스런 일을 진행하고 있는게 아니고 아냐, 단두대에 올라 갔다고는 할 수 없고 그래 공공장소에 소매치기 조심이라고 쓴 팻말아래 주욱 붙여놓은 범죄자 사진 같은 표정 같았지.

나는 갑자기 생각했는데 내가 스스로 결혼식을 하고 있다하더라도  많은 눈이 보고 있는데 잡혀가는 소매치기 같은 느낌은 벗어날 수 없을것 같았어.

나는 순간 싱글벙글 웃는 행복한 결혼 사진은 모두 결혼식때 찍은 사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

 

"큰 발견이군, 대단한 발견이야!

내가 궁금한 것은 그날 쑤 아가씨가 자네를 보고 어쨋나 하는거야."

 

"나는 숨어서 그녀 눈에 안띠게 했지.

단지 탕아가씨와 몇미디 나눈 것 빼고는."

혼지엔은 마음속으로 펄적 놀라며 갑자기 마음이 무거웠졌다.

마치 화물차에서 짐을 내릴때 보따리들이 바닥으로 와르르 쏫아지는 느낌이었는데 단지 신기한 것이 있다면 씬메이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