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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07p (전종서의 위성)

황툰영감이 말했다.

"아마 네가 반드시 조심해야 할게 있는데, 요새 어떤 여학생들은 남이 이뤄 놓은 것을 통채로 즐길줄만 알지 아무 것도 모르는 경우가 있단다."

황씨 마나님은 초가을 날씨는 변화가 심해서 예측하기 어려우니 가는 길에 한기가 들지 않으려면 작은 이부자리를 하나 더 가져 가야 한다고 하였다.

밤에 잘때 덮는 얇은 면 이불과 의복을 가운데 넣고 둘둘 묶어 놓으면 매일같이 큰 이불을 펼 필요도 없다고 했다.

홍지엔은 짐이 너무 많아지면 거추장스러워 질것이 걱정되었고,가오송니엔이 편지에tj 지시한대로 일주일, 늦어도 열흘 안에 오라고 한 것을 감안하면 날씨가 그렇게 추워질리 없으니 손에 드는 트렁크에 얇은 양모 담요만 넣으면 충분 하다고 말했다.

 

황툰영감은 헤어질 아들에게 해줄 꼭 기억해야할 충고를 여러가지로 많이 분부 했다.

결혼한다는 말은 듣기 좋은 것이었고 무슨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주고 우뚝서라", "오랫동안 집을 그리워 할 수는 있겠으나 매 순간 집을 그리워 하지는 말아라" 등등 이었다.

홍지엔은 이런 말들이 비록 자기에게 말은 하고 있지만 말을 하는 주요한 이유는, 일기에 쓰거나 기억의 관에 넣어 후세 사람들이 황툰 영감이 어떻게 아들을 가르치고 어떤 교훈의 말을 했었나 보여주고 싶어해서 그러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황툰영감은 근자에 별로 하는 일 없이 한가하게 지내고 있는 자신을 홀연히 발견했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기의 용모를 고개를 흔들며 곁눈질해 보면서 흥미 진진해 하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자아도취에 빠져서 자서전을 쓴다던가, 일기를 쓴다던가 하는 것은, 여인에 비한다면 중국옷, 양장등 춘하추동 여러가지 옷을 입고 손으로 턱을 괴고 돌아보든가, 일상의 여러가지 자태를 한장한장 사진으로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기념으로 주는 것 같은 것이다.

 

이렇게 기재해 놓은 것들은 각 방면에 걸쳐,각종 사실을 증명함으로서 황툰영감이 뛰어난 사람임을 증명해 줄 것이다.

그는 현재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하나를 하는 순간마다 바로 일기와 언행록에 어떻게 기술할까 생각했다.

기재한 것들이 결코 불완전한 쓸데 없는 공론은 아니었는데 물방울을 예로 들자면 물방울이 터지면 작은 물거품이 남는 것이나 같다.

언어심리학을 연구한 사람이라야 한번 보고 바로 이해하는" 어문광(글과 말에 미친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 지도층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문관,무관 장시꾼을 막론하고 전부 이런 병세를 무심코 드러낸다.

 

친구가 와서 툰영감이 늘 쓰는 일기를 자기들에게 보여달라고 했다.

; 이웃에 사는  돌파리 의사가 단오절 전에 황씨댁 큰아들이 여자친구를 함부로 사귄다는 것을 알고 황툰영감에게  아들을 한번 엄히 꾸짖으라 했고, 그 결과 아들이 "깜짝 놀라 자기 잘못을 깨닿고 후회 막급"했다고 써있었다.

또 그저께 일기에 씌여 있기를 그가 홍지엔에게 저우씨 댁에 멀리 떠난다는 인사를 드리라고 했더니 홍지엔이 들으려고 하지 않고, 저우씨 마나님을 인색한 속물이라 욕을 하기에 그가 어떻게 아들을 타일렀나 하는 것을 이렇게 썼다.

"군자는 스스로 자기에게 많던 적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없다는 것은 부모를 잃었기 때문이며,원인이 없다는 것은 원인을 잃은 때문이다."라고 했더니 아들이 어찌 받아들였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 홍지엔이 저우 마나님을 욕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툰영감이 스스로 그녀에게 불만을 가졌기 때문에 그것을 입밖에 내지 않고 둘러서 비난한 것일 뿐이었다.

홍지엔은 처음엔 분명히 인사를 가려고 하지 않았으나 마지막에는 마지못해 갔었는데 아무도 못보고 그냥 돌아왔으니 얼렁뚱땅 양해가 된 셈이었다.

하루가 지나자 저우씨 집에서 네가지 색갈의 여행가면서 먹을 음식을 보내왔다.

홍지엔 그 도리를 모르는 녀석이 몹시 화를 내어 모친에게 그것을 받지 말라고 한 것을 알았다.

황씨 마나님은 아들에게 스스로 물건을 가져온 사람에게 말하라 했고, 그는 저우씨네 운전기사를 보려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저우씨네 운전기사는 서로 떠넘기는 사이에 음식을 내버리고 가버렸다.

홍지엔, 고집불통은 저우씨댁에서 보내온 음식을 먹지 않았다.

황툰영감은 일기에 한줄 첨가했다.

웃기는 아들이"주의 곡식을 먹지 않았다(不食周粟)"는 백이 숙제가 되려항다.

 

* 백이 숙제가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았고 굶어 죽었다는 고사를 인용 저우(周)씨의 음식을 안먹었다는 말로 해학적으로 묘사함.(不食周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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