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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04p (전종서의 위성)

그날이후 홍지엔은 외롭지 않았고 세사람은 자주 어울렸다.

세주일 후 씬메이는 새로운 동료를 다실로 오라고 해서 같이 아침을 먹었는데 이때 모두들 서로 인사했다.

홍지엔 외에도 세사람이 더 있었다.

 

중국문학과 주임 리메이팅(李梅亭)은 가오송니엔의 오랜 동료로 나이가 사십여세쯤 되었고 검은 수정 안경을 썼으며 거만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크게 신경을 안썼는데, 거기에다 날씨에게 조차 못마땅히 여겨 별로 신경을 안쓰는지, 지금이 음력 6월 중순인데도 그는 검은색 모직 코트를 입고 었다.

씬메이가 그에게 옷으벗으라 청했는데도 그는 한사코 받아 들이지 않았다..

그걸 보고있자니 씬메이가 오히려 그 대신 자기 와이셔츠에 마치 황열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땀을 뻘뻘 흘렸다.

 

구얼치엔(顾尔谦)란 사람은  가오송니엔의 먼 친척으로 그가 역사학과 부교수로 초빙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듯, 어찌나 좋은지 기쁜 마음이 끓는 물처럼 책상 위에 흘러 넘칠 것 같았고, 자오와 리 두사람에게 꽤나 성심을 다했다..

그는 비록 오십세 가까이 된 삐쩍 마른 남자였으나, 천진하고 귀여운 소녀같은 티를 내었고 그의 웃는 얼굴은 그의 본 얼굴보다 삼십년은 족히 젊어 보였고, 입안의 두개 금 앞니는 웃을 때마다 유별나게 번쩍였고 눈이 부셨다.

 

또 다른 한사람, 쑨로우쟈(孙柔嘉) 여사는 씬메이가 다니는 신문사의 선배 직원의 딸로 갓 대학을 졸업했고 젊음의 뜻을 품고, 상해에 남아있지 않으려고 해서 그녀의 아버지가 씬메이에게 간청하여 외국어문학과 조교 직을 주기로 되었다.

쑨아가씨는 갸름한 얼굴에 상아색 겅대뼈와 뺨 위에 약간의 주근깨가 있었고 눈이 너무 커서 그때문에 그녀가 놀랍고 이상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다.

또 낯선 사람 앞에선 낯을 가리는지 감히 한마디도 나서서 말을 못했고 얼굴에 끊임없이 빨갛게 홍조를 띠었다.

그녀는 처음 왔을 때, 씬메이를 보고 "자오 숙부"라고 불렀다가 씬메이가 급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타일렀고 홍지엔은 이를 보고 속으로 웃었다.

 

씬메이가 모친을 천진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자 벌써 양력 9월 초가 되었다.

바로 출발할 때가 된 것인데 싼뤼대학은 10월초에 개강하기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씬메이는 출발날자를 정하기 위해 모두 모이라고 해서 식사를 하려고 했다.

씬메이는 음식점에 가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걸핏하면 핑게를 대어 밥을 샀다.

친구들도 그에게 요구할 일이 있으면 역시 식탁에 앉아 그와 협의해야만 했다.

그가 외국에서 정치 외교를 공부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두마디를 방불케 했는데, 나폴레옹이 외교관들에게 했다는 훈령 "밥을 사야 친해진다!"와 스토웰 후작(Lord Stowell)이 했다는 일의 요령 "같이 식사를 하게되면 일을 능율적이고 순조롭게 만든다."가 떠올랐다.

 

하지만 첫번째 모임에서 홍지엔이 항의하기를 이것이 모두의 일인데 언제나 씬메이 혼자서 돈을 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하였고 그 결과 회식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식사를 하면서 9월 20일 이태리 회사의 배를 타고 닝보(宁波 - 절강성 항구 도시)로 가기로 결정했다.

씬메이는 자기가 배표 다섯장을 사러 가겠다고 했고 모두 양식 식사칸 표를 살테니 나중에 다시 정산하자고 했다.

리(李),구(顾) 두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웨이터가 계산서를 가져 오자,구선생은 부리나케 자기 혼자 부담하겠다면서 덧붙여 말하기를  여럿이 함께 모이게 되면 진작부터 한번 내려고 마음 먹고 있었으나 오늘은 마침 돈이 없다고 했다.

 

모두들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말하니, 구선생은 계산서를 흘끗 보며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던지 한미디 했다.

"뭐 이런 자잘한 돈을 나눈단 말이오?사실 내가 초대자라면 모르겠지만."

씬메이가 전부 다 내려고 카운터를 찾는데 구선생은 화장실에 갔고 리선생도 덩달아 따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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