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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01p (전종서의 위성)

쑤 아가씨에게 너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된 것은 지기에게 반했던 사람이 어떻게 쉽사리 다른 여인에게 빠질 수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비록 자오씬메이에게 시집을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녀의 의식 밑바닥에는 어쩌면 자오씬메이는 앞으로 절대 다른 사람에게 장가들지 않고 차오웬랑이 죽을 때까지 꾹 참고 후보로서 남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차오웬랑은 급히 집으로 돌아가 한편의 연시를 지어 보냈는데 하나는 경사를 기억시키고, 둘은 공을 세워 잘못을 덮기 위해서 였다.

이 시의 큰 의미는 사유재산의 개념을 타파하고, 그의 몸과 마음 일체를 쑤 아가씨와 공유하겠다는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마음이 열렬했던 나머지 초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아래 여러차례 뛰어 다니느라 머리에 종기가 생겨났고 얼굴에도 붉은 뾰루지가 났는데 말하자면 이런 것들마저 당연히 쑤 아가씨와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황홍지엔은 정확히 5시에 자오씬메이가 사는 서양식 아파트로 찾아갔다.

아직 문에 들어서기 전인데 아파트 몇집에서 켜 놓은 라디오에서 요즘 유행하는 <봄의 연가>가  들려왔다.

분위기는 대중이 흠뻑 빠진 중국 여가수의 날카롭고 째지는 목소리 때문에 어지러이 산만하게 흩어졌다.

 

봄, 봄은 왜 아직 안오는가?

내 마음 속에는 이미 꽃이 피었는데!

아!! 내사랑....

 

논리적으로 추론하자면 당연히 이렇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그녀의 신체에는 열매가 맺힐 것이다.

그 여가수의 애교섞인 노래소리는 날카로운 가운데 혼탁함이 배어있고, 그것은 태반이 코 속으로 흥얼거리며 나오는 느끼하고 끈적거리며 뭉클거리고 또 힘이 없는것이,, 코의 주 생산품인 콧물이 구비한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콧물은 저렇게 길지나 않지, 이놈의 노래는 아무리 봐주려 해도 구불구불 끊히지 않고 이어져 나오는 가락이었다.

 

이층에 올라가니 자오의 집 문 앞이 었는데 안에서는 역시 같은 노래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초인종을 누르면서, "제길할!"이란 말이 떠올랐다.정말 "제길할" 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외설 소설이나 음화를 보는 느낌이 었다.

그것은 생각하는 힘이 떨어지고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표시인데 의외로 자오씬메이의 실연이 이러한 타락을 가져왔구나!

 

하인이 문을 열고 명함을 받아 들고 들어가니 라디오 소리가 그쳤다.

하인이 다시 나와서 작은 응접실로 그를 안내했는데 그곳은 잘 꾸며져 있었고 벽에 몇개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

자오씬메이의 돌아가신 부친의 커다란 사진과 자오씬메이가 석사 가운을 입고 졸업장을 들고 있는 큰 사진, 자오씬메이의 미국 은사의 서명이 들어있는 사진이 있었다.

또 미국 서머스쿨에서 찍은 단체 사진에는 자오씬메이가 제일 앞 열에 앉아 있었는데 보는 사람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자기 머리 위에 붉은 잉크로 + 표시를 해 놓았다.

그 위치가 바로 사진의 뒤에 서있는 사람의 가슴 배 부분에 에 표시가 되어있다보니 얼핏보면 그에게 일본식으로"할복"하라는 표시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제일 눈에 거슬리는 것은 채색이 되어있는 한장의 좁고 긴 사진이었다.

쑤 아가씨가 지팡이를 들고 양떼를 모는 사진이었는데 그녀는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양몰이 복장으로 생각되는 옷을 입고 있었으며, 고전 적, 낭만적, 전원 시적, 목가적등등 여러가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애석하게도 이 양치기 소녀는 열심히 양떼를 돌보는 것 같지 않았고 얼굴을 사진틀 밖을 향하여 관객을 향하고 애교있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사진 가장자리에 두줄 설명이 써있었는데 쑤 아가씨가 프랑스 시골에 피서를 갔을때 찍은 사진이며 귀국후 확대해서 씬메이에게 준다고 써 있었다.

홍지엔은 끝내 가벼운 질투심이 났는데, 쑤 아가씨가 자기에게는 이 사진을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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