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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03p (전종서의 위성)

하지만 가오송니엔은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계속해서 전보와 편지로 그에게 올 것을 종용했는데 그는 3일전 쑤 아가씨로부터 해산명령을 받고서야 비로소 가겠다는 승락 전보를 보낸 것이다.

가오송니엔은 이번에 편지를 보내면서 홍지엔의 이력서를 동봉해 달라고 하면서 상해에 한무리의 초빙에 응한 같이 일 할 사람들이 있으니 앞으로 그들과 약속하여 같이 동행하기로 하게 되면 여행비와 기타 비용을 모두 그에게 선지급하여 부쳐 주겠다고 했다.

 

홍지엔은 비로소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말 했다.

"나로서는 그저 고맙기만 할 따름이군요. 내 밥그릇까지 챙겨 주셨으니."

 

씬메이가 말했다.

"무슨 말을! 당연히 같은 배를 타야지요."

홍지엔이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묻는 것을 깜빡 할 뻔 했네, 편지에서 나 보고 동정형(同情兄)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의미요?"

씬메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동씨에촨이 생각해 낸 것인데 같이 한 스승에게 매운 사람을 동문(원문 표현 同师兄弟)이라 하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을 동창(원문표현 : 同学)이라 하니 같이 한여자를 애인(情人)으로 갖고 있었던 사람들은 동정(同情)이라 부르자고 했다고 한다.

홍지엔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 말, 참 기발하네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의미라면 동정자(同情者)는 차오웬랑이지 내가 아니오."

 

씬메이가 말했다.

 "당신 너무 솔직하지 못하군요!

우리가 현재 동병상련(同病相怜)의 처지인 것은 내가 실연 당했고, 당신도 실연 당했으니 나한테 대고 당신이시치미를 떼고 아닌척 할 필요는 없소.

설마 당신이 쑤 아가씨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할 셈이오?"

 

"나는 쑤아가씨를 사랑하지 않았소. 나와 당신은 동병(同病) 이긴 해도 동정(同病)은 아니오."

"그럼 누가 당신을 차버렸단 말이오? 당신 나에게 알려줄 수 있죠?"

비밀로 덮어 두자니 다시 들어올 압력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탕아가씨요." 홍지엔은 고개를 숙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탕샤오후(唐晓芙)라!  역시 안목이 높군요, 안목이 높아.

난 왜 이렇게 머리가 안돌아가지"

본래 씬메이는 홍지엔이 당한 것과 같은 절망적인 일을 같이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해 그와 침통하고 엄숙한 얼굴 표정 경쟹을 하고자 했지, 감히 그를 상심했다는 미명 아래 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홍지엔이 자기와  강물이 우물물을 범하지 않는 것처럼 관련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태도가 훨씬 가벼워졌고 목소리도 보통때의 또랑또랑한 소리로 회복되었다.

(원문표현 : 河水不犯井水 - 각자의 한계가 분명하여 서로 관련이 없다는 의미)

 

그는 홍지엔을 가지 못하게 잡아놓고 동씨에촨에게 전화를 걸어 셋이 같이 음식점에가서 저녁을 먹었다.

씬메이의 실연에 대해 씨에촨은 전부 알고 있었다.

식사 후 담소 하던 중 쑤 아가씨와 차오웬란의 혼사가 화제가 되었는데 씬메이는 도량이 넓고 너그러운 척 말했다.

"이렇게 된게 참 잘된것 같아. 그들은 뜻도 같고 같은 길을 간다고 해야겠지, 둘다 시를 연구하는 사람이니 말야."

 

홍지엔과 씨에촨은 반대의견으로  의견일치 했는데 같은 전문가 끼리의 결혼은 제일 안 좋다고 했다.

왜냐하면, 피차 전문가이다 보니 누가 누구를 속일 수도 없을 테고, 남편이 자기 마누라가 높고, 깊이를 알수 없는 심오한 마누라라고 숭배를 해줄 리도 없고, 또 마누라 역시 맹목적으로 남편을 숭배할 리가 없을테니 혼인의 기초가 견고하지 못하다고 했다.

 

씬메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 니한테는 하지 말아줘. 나는 그저 그들 두사람의 행복만 빌 뿐이야."

모두들 씬메이가 마음이 평안하고 온화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성인(聖人)'이 다 되었다고 말했다.

성인은 웃으면서 말이 없었는데 한번은 담배를 꺼내다 말고,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반짝아면서 말했다.

"차오웬랑의 것은 적어도 쑤 아가씨가 읽을테고, 쑤 아가씨의 것은 적어도 차오웬랑은 읽어 보겠지.

피차 독자가 없을 수가 없으니 이게 뭐가 나빠?"

모두들 한바탕 웃으며 씬메이는 역시 성인이 아니고, 여전히 친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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