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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100p (전종서의 위성)

다음날 아침 홍지엔이 말도 않고 떠나버린 것을 발견하고 아들도 오늘 학교를 하루 결석해야 한다면서 펄펄뛰며 욕을 해대자 ,그녀는 화가 나서 한바탕 수다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황씨 마나님이 왔을때 얼굴은 "친한 친척을 방문했을 때 허물 없는 욕을 하는 것(探亲相骂)"처럼 연기했다.

점심을 먹고나자 디엔진은행 사람이 홍지엔의 4개월치 월급을 황씨 집으로 가지고 왔고 툰영감은 아들 대신 그것을 받았다.

 

홍지엔은 집에 있으면서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매일같이 부친 대신 편지를 썼고 약 처방을 간추려 적었고,틈이 날 때면 거리를 어슬렁 거렸다.

그는 매번 나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희망을 숨기고 있었는데 , 길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극장 입구에서 뜻밖에 탕아가씨를 우연히 만나게 되길 기대했다.

우연히 만나게 되면 어떻하지?

어떤때는 자기가 냉담하고 거만하게 그녀를 보고도 못본체하여 그녀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때는 이상적인 것은 자기가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과잉 친절을 베풀며 싸움을 거는게 좋은데, 그녀를 정중하게 손짓으로 불러서 그녀가 난처하여 어쩔줄 모르게 만드는 것이 좋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때는 상상력이 점점 도를 더해서 탕아가씨보다 훨씬 미인과 손을 잡고 가다가 아직도 남자친구가 없는 탕아가씨와 정면으로 맞닥드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탕아가씨가 상심하여 절망하는 것을 보게되면 자기는 즉시 그 여인을 버리고 그녀와 다시 화해하리라 마음 먹었다.

이상적인 것은 탕아가씨가 때때로 자기를'잔인'하다고 욕을 하며 때때로 사랑하는 감정을 억지로 참고 있기를 바랐고,우연히 만났을 때 얼굴을 돌리지 않고 속눈썹에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애쓰며 자기를 바라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있은지 근 십여일이 지나자, 단오절도 지났는데 싼뤼대학에서는 아무 기별도 없었고 홍지엔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느날 아침, 심부름꾼이 편지를 가져 왔는데 그것은 자오씬메이(赵辛楣)가 쓴 것이었다.

편지 내용은 어제 디엔진 은행에 일부러 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으니, 오늘 오후 네시 넘어 시간이 나면 우리 집으로 한번 왔으면 좋겠는데 중요한 일이라 직접 보고 말하겠다고 했다.

 

덧붙여 "기왕 지나간 일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니 개의치 말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제일 알 수 없는 것은 자신을 호칭하며 홍지엔 "동정(同情 : 여기서는 같은 사람을 사랑했다는 의미) 형(兄)" 이라고 쓴 것이었다.

홍지엔은 그것을 보고 벼라별 의심이 다 들었다.

생각해보면 지금 자오씬메이는 쑤아가씨와 약혼했을 텐데 자기를 찾아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어떻든간에 그들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서달라고 할리는 만무한 것 아닌가?

 

조금 있으려니 신문이 왔다.

세째 며느리가 서둘러 읽어보더니 갑자기 물었다.

"시아주버니의 여자 친구분이 쑤원완씨 아니었나요?"

홍지엔은 자기 얼굴이 빨개진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는데, 세째 며느리가 깊은 관심을 갖고 자기 얼굴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왜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세째 며느리는 신문지면에서 한줄의 공고문을 가리키며 그에게 보라고 했다.

거기에는 쑤홍예와 차오웬쩐 두사람의 서명이 올라있었는데 신문 독자들에게 쑤씨 딸과 차오씨의 동생이 오늘 약혼한다는 공고였다.

홍지엔은 깜짝 놀라며 자기도 모르게 "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생각해보니 이것이 바로 자오씬메이가 편지에 쓴 소위 "중요한 일"인가 싶었다.

 

쑤 아가씨가 차오웬랑(曹元朗)에게 시집을 가다니 여자란 어리석기가 정말 바닥이 없어!

불쌍한 것은 자오씬메이 였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쑤 아가씨가 차오웬랑에게 결혼을 승낙했다는 것을 알고는 이렇게 말했다.

"자오씬메이가 정말 안되었어.그는 나만 모질게 원망하고 있었으니 말야."

 

차오 시인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평소에는 여인의 심리에 대하여 섬세하게 이해하고 있었으나 이런것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분별없이 이렇게 말했다.

"너무 걱정할 것 없어요.그도 또 다른 대상을 찾으면 되니까.

나는 그도 나같이 즐겁게 살고, 그 역시 빨리 연애에 성공하길 바래요."

쑤 아가씨가 차분한 얼굴로 아무 소리도 안하자 차오웬랑은 그제서야 자기가 말을 잘못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신시만 집중 연구하다보니 원웨이즈(원진() : 元微之)의 두마디 싯귀를 주의하지 않은 것이다.

"일찌기 바다를 보니 웬만한 물은 물이 아니요 (曾经沧海难为,),무산의 구름 빼 놓곤 구름이라 할 것도 없다.(除却巫山不是)"

후회 막급이었다.

 

*曾经沧海难为, 除却巫山不是云  : 큰 풍파를 겪어 작은 일에는 아랑곳도 않다. 큰일을 많이 겪고 식견이 넓어져 평범한 것은 안중에 두지 않다. 는 의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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