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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99p (전종서의 위성)

홍지엔은 안절부절 못했다.

맞다. 자기는 '실연' 당한 것이다. - 부친의 입에서 나온 이 실연이란 두 글자는 매우 생경하고  어색하게 들렸다.

하지만 결코 쑤원완 때문이 아닌데...

부모님이 동정할 번짓수가 틀렸는데, 마치 다쳐서 터진 상처는 다른 곳인데 동정하는 사람은 엉뚱한 곳에 약포를 붙인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모님에게 탕아가씨의 일을 알려야 할까?

그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부친은 아마 일필휘지(원문표현 :大笔一挥 - 크게 붓을 휘두르다)하여 직접 탕아가씨에게 그를 대신해 구혼 편지를 쓸지도 몰랐고, 부친그렇게 한다면 자기는 한번 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홍지엔은 이 두 마디를 얼버무려서 감추려고 전보를 부친에게 보여주었다.

기대했던대로 저우 마나님의 일은 한쪽으로 젓혀졌다.

툰영감은 이것이야말로 유학생이 할 일이라고 하며 작은 은행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그럭저럭 밥이나 먹고 사는 일보다 훨씬 낫다고 하면서도 핑청(平成)지방은 멀고 외진 곳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 황씨 집안도 자유지역(일본에 점령당하지 않은 지역이라 추정)에 누군가 있어야  나와 후방지역이 서로 소식을 통할 수 있을게 아니냐.

우리 고향이 함락된 후부터 일체의 행동을 너는 관련된 곳에 가서 잘 알릴 수 있을거야."라고 말했다.

 

황영감은 또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말했다.

"너는 앞으로 매달 월급의 삼분의 일을 내게 보내라.

결코 내가 네돈이 필요해서 그런게 아니고 너에게 부모에 대한 책임감을 훈련 시키려고 그런거야.

지금 네 두 동생들도 모두 집안의 지출을 분담하고 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툰영감 부부는 확실히 아들 역성을 들어 저우씨네를 옹졸하고 아랫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며 홍지엔이 쫏겨난 핑게를 만들었다.

"장사꾼은 장사꾼이야. 그들이 우리 황씨 집안이 현재 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하나 보군.

이런 인색한 속물 졸부 같으니! 우리도 뭐 그들과 사돈 맺은걸 대단히 중요시하는 것도 아니지."

두 노인에는 홍지엔에게 오늘 밤 저우씨 댁에가서 짐을 싸 놓으라 했고, 내일 황씨 마나님이 저우씨 마나님 문병을 가서 홍지엔을 대신해 그동안 폐를 끼쳤다고 감사하고,짐을 가져 오기로 했다.

 

홍지엔은 저녁 식사후 바로 저우 씨 댁으로 바로 가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과 극장 구경을 갔다.

극장이 끝나고, 어느정도 시간을 끌다가 저우 사장부부가 모두 잠이 들었을 것으로 예상될때가 되어서야 천천히 돌아갔다.

침실에 들어가자 책상위에 쌰오청의 영문법 교과서가 눈에 띄였는데 책 안에 메모가 꽂혀 있었다.

"홍지엔 형님. 형님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겠군요.자러 가야 하니까요.

문법 연습문제 제 34번 부터 38번까지 형이 빨리 해주세요.

그리고 또 국어 시간에  자유 제목으로 글을 써오라고 하니 마음대로 정해서 200자 정도 분량으로 써 주세요, 300자가 되면 더욱 좋고요.

대충대출 쓰면 되고 너무 잘 쓰지 않아도 되요. 내일 제출해야 해요. Thank you Very Much."

 

책 옆에는 커다란 접시가 하나 있었는데 비파 열매와 껍데기, 씨가 담겨 있는 품이 아마 쌰오청이 자기를 기다리다 심심해서 먹은 것 같았다.

홍지엔은 '흥' 하면서 트렁크를 정리하고 몽롱해져서 간단히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저우씨 댁을 떠났다.

 

저우씨 마나님은 사실 당일 오후 바로 후회했다.

승리는 공허하게 느껴졌으며 그저 홍지엔이 머리를 숙이고 돌아와 사죄 하기만하기만 기다렸다가 바로  이미 내린 일체의 명령을 철회할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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