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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96p (전종서의 위성)

작년에 전투가 벌어진 것은 그리 여러 날이 되지 않았고, 셋째 아들 훵이(凤仪)의 아내 역시 첫 아들을 낳았다.

황툰 영감은 이 당시 깊이 생각한 바가 있었는지 "군인은 불길하고 전쟁은 위험하다(兵凶战危)" 라는 귀절이 떠올랐다.

그래서 상황을 접하니 생각이 떠오른다며 그아이를 "흉한 아이(阿凶)"라고 부르기로 하고 <묵자 :비공편(非攻)>을 근거로 아이의 아명을 "훼이공(非攻)으로 지었다.

 

황툰영감의 이름 짓는 방식은 그대로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는 미리 십여개의 훼이(非:아니라는 의미) 항열의 이름을 생각해 두고 기다렸다가 며느리들이 연달아 하나가 아니고 둘이라도 이름을 지어 달래러 오면 예를 들어 남자 아이라면 강태공의 고사에서 따온 훼이씨웅(비웅:非熊)이라 했고 여자 아이 같으면 당나라때 소설에서 따다가  "훼이옌(비연:非烟)"이라 했다.

 

이번에 피난 와서도 아초우(阿丑 : 중국인은 가족을 호칭할때 보통 阿 자를 붙인다고 함) ,아쓩(阿凶) 두녀석은 정말 사람을 귀찮게 했다.

홍지엔 같이 별로 사근사근 하지도 않은 총각도, 부모에게 피난 생활의 쓰라림을 듣고는 두 제수씨가 아이들을 간수하려 들지 않고 늙은 부모에게 떠 맡겨 고생 시키는  것이 매우 이상했다.

이때 아초우, 아쓩 두놈은 할머니에게 떨어지지 않고 달라들어 귀찮게 했고 그들 엄마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정만 눈뜨고는 못볼 노릇 이었다.

황씨 마나님은 효성을 다한 며느리 생활을 오래도록 해왔지만 이제 자기가 시어머니가 될 차례가 오자 갑자기 그야말로 그럴리도 없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양 가정에서는 장모와 사위간의 싸음이 지금까지 면면히 내려오는 전통아라 할 수 있는데,우리 중국 가정에서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적대시 하는 것이 서양인들의 유구한 역사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며느리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거기 의지해서 겨우 할머니로 승진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때부터 며느리에게 끌려 다니기 시작하게 된 거이다.

며느라가 거짓말도 아닌 떡벌어진 사내 아이를 낳자 시어머니가 대번에 한발 물러서게 된 것이다.

황씨 마나님은 천성이 나약하고 착했지만 두 며느리들은 이와 반대로 성격이 드세었다.

더구나 아초우를 낳았을 때는 황씨 집안에서 이십여년동안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던 터라 노 부부는 너무 기뻣던 나머지 며느리의 기고만장함을 부축이는 결과를 낳았고, 거기다 손자녀석의 품성도 나빠지게 민든 것이다.

훵이의 마누라 역시 오기가 나서 첫아이를 떡벌어진 사내 아이를 낳았고 이때부터 동서지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점점 치열해져 갔다.

노 부부는 나름대로 공평하게 하느라 애를 썼지만 두 아이를 등에 업은 며느리들은 배후에서 서로 시부모가 편애한다고 원망 했다.

 

홍지엔이 처음 귀국 했을 때는 집도 넓었고 아초우는 유모를 두어 보살폈기 때문에 눈에 거슬릴 것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피난을 온 후에는 아초우의 유모를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세째 며느리가 아쓩을 낳았을 떼는 전쟁통이라 계속 유모를 쓸 수 없었는데 상해에 도착해서는 둘째 며느리의 아초우 얘기를 꺼내면서 한사람 써야한다고 우겨댔다.

 

옛 가정에서는 거의 불문율로 손자의 유모는 당연히 시부모가 돈을 내어 고용하게 되어 있었다.

황툰영감은 상해로 피난을 왔기 때문에 상황이 전과는 비교도 못할정도로 나빠졌으니, 작은 돈도 아껴야 할 판이라 둘째 손자의 유모를 구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세째 며느리에게 돈이 없어 그런다는 말은 한미디도 하지 않고 상해는 자기 고향과는 비할 수 없이 나쁜 사람도 많고 잘못된 일도 많은 곳이니 낮은 계층의 여인들은 청결한 사람이 드믈것이라 했다.

여자 하녀가 운전기사, 택시기사와 부부인데 아이를 낳아 유모를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여자들은 전부 병균이 있을것이니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없고 거기다 상해는 분위기가 비천한 곳이라 유모가 걸핏하면 휴가를 내어 밤에 나돌아 다닐텐고, 또 젖이 바뀌면 아이에게 안맞을 수도 있으니 꼭 그렇다고는 단언 할 수 없지만 일생에 한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세째 며느리는 시부모를 보면서 애는 자기가 보살피겠다고 말은 했지만 내심 불만이 가득했고 이것이 점점 더 커져갔다.

무엇을 먹어도 소화가 도지 않았고 사지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의사를 불러 약도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아쓩을 시어머니가 데리고 보살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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