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처방은 매우 타당한 것인데, 말린 두부는 미끄러운 것이고, 참기름 역시 미끄러운 것이며 태 속의 아이를 둘러 싼 포의 또한 미끄러운 것인만큼 아이를 쉽게 낳을 수 있고, 장래의 난산을 방지하게 할꺼요. 당신 이처방을 그녀들에게 보여 주시오.
당신,지금 가라는건 아니고, 나와 홍지엔이 하는 얘기를 들어 보소.. - 홍지엔, 너도 거의 서른살이 다되었으니 이제 네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 더이상은 우리같이 한물 간 늙은이들이 이러쿵 저러쿵 나서게 하면 안되지 않겠니.
하지만 - 여보, 우리 더이상 아들에게 간섭하지 맙시다.
사람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그에게 가르쳐 줄테니, 우리가 나서서 체면 깎일 일이 아니지, 안 그렇소?
네 장모가 일찍부터 전화를 했는데 네가 바깥에서 황당한 일을 저질렀다고 하더라,
뭐 여자와 시끄럽게 했다나 뭐라나 , 너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사리 분별은 하는 사람이니 그녀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황영감은 아들에게 왼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그를 누르며 다 이해 한다는 몸짓을 했다.
"하지만 네가 한 일도 뭔가 네멋대로 한 구석이 있었기에 그녀의 눈 밖에 났을거야.
네 나이쯤 되면 남들 하는대로 결혼을 벌써 했어야 하는건데 말이다.
내 잘못 같은데, 한때 내가 너를 너무 간섭하지 않고 너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고 이후에도 내가 너 대신 이래라 저래라 하지도 않았었지.
내 생각에 네가 집으로 돌아 온것은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기도 하고, 동시에 나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한 것이 아니겠나 싶다.
집에서 먹는 밥과 차(茶)가 조금 거칠고 생활이 고생스럽기도 하겠지만, 너는 당연히 겪어 나가야해.
젊은 사람이 편한 것만 밝히고,쉬는 것만 좋아하면 장래가 뻔한거야."
황홍지엔은 머리 끝까지 창피하고 화가 나서 수십마디 말이 입주위에 한꺼번에 몰려 서로 튀어 나오려고 했다.
"저는 원래 내일 오려 했습니다. 그런데 장모님이 신경병이 생겼는지,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걸 정말 좋아하고, 그 분은 진짜 모르겠어요."
황영감은 불끈 화를 내면서 말했다.
"너 지금 말하는 태도가 잘 못된거야. 내가 보기에 너는 점점더 상스럽고, 무례해 지는 것 같구나.
네 장모 말이 조금 지나쳤다고 치자. 하지만 그분도 네게 웃사람으로서 호의는 갖고 있었을거 아니냐, 너 같은 젊은 놈들은 ..."
황툰영감이 잠시 말을 멈춘 것은 세간에는 이런 가증스럽고 무례한 젊은이를 형용할 글자가 없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황씨마나님은 홍지엔의 얼굴 빛을 차마 보지 못했고 두 부자지간의 설전이 무서워, 얼른 비겁하고, 교활하게 아들을 향해 말했다.
"그래 그 쑤 아가씨란 처녀는 어떠냐?
네가 정말 그처녀를 좋아한다면 네 아빠와 나는 네가 하자는대로 할테니 너만 정하면 된다."
황홍지엔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저는 그녀와 진작에 왕래가 없어졌어요."
빨개진 얼굴은 노부부의 관찰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두사람은 눈짓을 주고 받았다.
황영감은 철저히 다 이해 한다는 듯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말싸움을 좀 했나보구나?
그런건 청춘 남녀간에 늘상 있는 일이지.
한번 싸우고 나면 감정이 한번 더 가까워 지는거란다.
서로 마음 속으론 이미 후회하면서도 얼굴에는 화난 표정을 짓다보면 어느 누구라도 서로 무시하게 되는거야.
내가 말하는게 틀렸냐?
이럴 때는 제삼자가 나서서 화해 시켜야하지.
네가 잘못을 인정하기가 억울해서 받아들이기 싫으면 나같은 늙은이라도 나서서 화해를 시 시켜볼께.
내가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고 어찌어찌하면 그처녀도 틀림없이 내 체면을 봐줄꺼야."
툰 영감은 얼굴에 웃음을 띠우며 장난스런 어투로 말했지만,, 묵직하게 짓느르는것이 계단이라도 눌러서 내려 앉힐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홍지엔은 아버지가 차라리 화를 내는 것이 도리어 나았고, 아버지의 유머는 정말 공포스러웠기때문에 당황한 나머지 나오는대로 아무렇게나 말했다.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과 약혼했어요."
노부부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툰영감은 숙연하게 표정을 바꾸면서 말했다.
"그럼 너 - 소위 실연 당했구나.
오, 그렇다고 해도 자포자기하지 마라!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거야."
툰영감은 용서 할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인에게 모욕을 당한 이 아들이 한 없이 불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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