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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95p (존종서의 위성)

홍지엔이 4시쯤 집에 도착했는데 늙은 하녀가 문을 열더니 소리쳤다.

큰 도련님오셨어요, 마님, 큰 도련님 오셨어요.

이제 모시러 갈 필요가 없어졌어요."

 

홍지엔이 문에 들어서자 모친이 오래된 둥근 식탁 한구석에서 아쓩(阿凶 : 흉한 아이라는 뜻)을 안고 분유를 먹이고 있는 것이 보였고 아초우(阿丑 : 못생긴 아이라는 뜻))가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늙은 하녀가 문을 닫고 들어와 아초우를 어르며 말했다.

"시끄럽게 하지말고 얌전하게 '큰아버지' 해봐. 큰아버지가 사탕 주실꺼야."

아초우는 눈을 반짝이며 홍지엔을 보았으나 그에게 사탕을 줄 것같이 보이지 않았는지 다시 소리를 지르며 황 마나님에게 뛰어갔다.

이녀석 아초우는 차남 펑투( 鹏图;홍지엔의 동생)의 네살 된 아들인데 걸음마를 뗄 무렵, 용모가못생겨서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펑투가 아직 이름도 안짓고 그냥 응석받이로 내버려두고 있다가 아이의 오관칠규(중의학에서 말하는 더섯가지 기관의 일곱개 구멍,:두눈.두귀,두 콧구멍,입)가 대충 모양을 잡아 갈때쯤, 그는 그 아이에 대하여 정말 지신이 창조자이며 주요 역할을 한 사람을서의 자랑스러움이나 편파적인 생각은 조금도 없이 부친의 서재에 서둘러 가서 말했다.

"요괴가 태어 났습니다."

툰자이 선생은 손자를 안고 마음이 급하여 얼른 주역을 꺼내어 점을 보았는데 三三이란 괘가 나왔고 이것은 "소축(畜)이란 괘로 무슨 "구름이 꽉 끼었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또는 "수레에서 복이 떨어지니 부부가 반목한다" 또는 "피를 겁내니 잘못 엇음이 드러난다"는 의미였다.

그는 <역경>에 나온 괘의 뜻을 보고 마음이 답답하여 설마 며느리가 난산 혹은 유산을 해을까 샹각하고, 정성을 다해 다시 점괘를 보았는데 갑자기 아들이 어쩔줄 몰라하는 밀을 듣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아이가 걸음마는 떼었냐?"

 

펑투는 아버지의 기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공손히 말했다.

"사내 아이고, 모자 모두 건강합니다."

황영감님은 억지로 기쁨을 참으면서 아들에게 훈계했다.

"너는 이미 아버지가 되었다.말을 할 때는 그렇게 불성실하게 말하지 말고 네가 앞으로 어떻게 네 아들을 가르칠까를 생각해 보거라!

 

황펑투가 변명하며 말했다.

"그 아이의 용모는 정말 못생겼습니다. -  아버님, 이름을 지어 주세요."

"그러자. 네가 그아이가 못생겼다 하니 그애를 초우얼 (丑儿 : 못생긴 아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황영감은 <순자:비상편>에서 위대한 옛 성인, 현자들의 용모가 모두 하나같이 기이하고 추하게 생겼다고 한 것을 떠 올렸다.

그리고 아예 손자의 아명을 훼이상(非相:비상 - 용모도 아니다)이라고 하기로 했다.

 

황씨 마나님은 무슨 용모도 아닌 용모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초우얼"이름이 않좋다며 말했다.

"우리 꼬마가 이렇게 잘 생겼는데 왜 그래요, 새로 낳았을때는 아이들은 모두 이래요.

누가 그애를 못생겼다고 그래요?  당신 애 이름 바끕시다."

 

이것은 황영감이 책 보따리 밑에오랫동안 애지중지 감춰 놓았던 것을 모두 꺼내 보인 것이었다.

"당신들은 모두 이런 당연한 이치를 모르고 있구먼.

홍지엔만 집에 있었다면 다 알게 해 주었을텐데."

 

말하는 한편 서재에 있는 서가에서 두세권의 책을 뽑아내어 두적이더니 아들에게 보여 주었는데, 황씨 마나님이 글자를 그리 많이 알고있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황펀투가 책에 있는것을 보면서 설명했다,

"사람은 어렸을때 쉽게 커야 하기때문에 모두들 천한 이름을 아명으로 짓는데 예를 들어 개,양, 개, 말같은 것들로 짓는 거지요."

또한 사마상(司马相 : 병부상서)도 개자식이란 아명이었고, 환희씨는 아명이 돌대가리 였으며, 범화는 아명이 벽돌이었고, 모용농은 아명이 나쁜 종놈, 원야는 아명이 야차(흉물), 그리고 이보다 심하게 무슨 얼룩 짐승이든지, 대머리 물고기,오소리 등등 .많은 예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기 아들을 "못생긴 아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래도 체면을 살린 셈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황영감은 그날 차관(음식과 차를 파는 집)에 가서 여러 사람과 담소하며 이일을 화제삼았는데 그를 떠받드는 차 친구들은 모두들 기탄없이 치하하는 것에 덧붙여, 그를 치켜세우며 그가 지은 이름이 색다르며, 꾸밈 없이 순박할 뿐만 아니라 우아하고  부르기에 크고 낭낭하다고 했다.

 

그저 황씨 마나님만 손주를 데리고 놀 때, 자주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를 대신하여 따지기라도 하는듯 말했다.

"우리 애가 얼마나 예쁜데! 우리 작고 예쁜 보물,귀염둥이 내새끼를 무엇때문에 억울하게 못생긴 애라고 한단말야?

네 할아버지는 정말 경우가 없는 사람이니 얼른 가서 수염이라도 뽑아버려라."

 

화옹지엔이 외국에 있을때 편지를 보냈는데 조카의 아명에 대한 자기 의견을 얘기하면서 <봉신방 : 封神榜>에 보면 두명의 길을 여는 귀신(开路鬼:장례 행렬 맨앞에 가는 귀신 형상의 무서운 종이인형)이 나오는데 형은 황비(方弼)라 했고 동생은 황상(方相)이라 했는데 황훼이상 (方非相)"이란 이름은 귀신 형제같이 서로 싸우는 것을 연상시키니 일찌감치 바꿔주는게 어떠냐고 했다.

하지만 황영감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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