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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80p (전종서의 위성)

쑤 아가씨가 말했다.

"나는 벌써 많이 먹었어요. 오늘 음식이 풍성하군요.

추선생,동선생 저는 한걸음 먼저 갈테니까, 많이 드시고 오세요. 씬메이, 고마워요."

씬메이는 우거지상이 되어 그들 두사람이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오늘 홍지엔이 쑤 아가씨 앞에서 망신을 당하도록 계획했고 거의 완전하게 성공한 셈이지만 이 성공은 그의 실패라는 것이 실증되었다.

 

홍지엔은 차의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았고, 쑤 아가씨는 그에게 넥타아 를 풀어주겠다고 하였으니 그는 싫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쑤 아가씨는 그에게 눈을 감고 쉬라고 했다.

지금 그는 스스로 만든 눈앞이 캄캄한 상황에 빠져있는데, 그는 쑤 아가씨가 서늘한 손가락으로 그의 앞 이마를 만지는 것을 느꼈고 그녀가 불어로 낮게 "pauvre petit! (불쌍한 꼬마)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마음은 있으나 제대로 힘을 씃 수 없었고 마땅히 저항하고 뛰쳐 일어날 수도 없었다.

 

차가 주씨 댁에 도착하자 쑤 아가씨는 주씨네 문지기에게 자기차 기사를 도와 홍지엔을 부축해 안으로 모시라고 명령했다.

주선생과 주씨 마나님이 별것도 아닌 일에 크게 놀라서 서둘러 나오다 쑤 아가씨를 알아보았다.

그래서 그녀를 접대하려고 들어와서 잠시 앉았다 가라고 하려 했으나 그녀는 차를 타고 서둘러 떠나버렸다.

노부부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으나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있는 홍지엔에게 물을 수도 없고  애꿎은 문지기만 닥달했다.

관찰력이 없는게 못마땅하다며 그의 눈은 뭣에 쓰려는 건지, 왜 쑤 아가씨를 자세히 보지 못했냐고 다그쳤다.

 

다음 날 일찍 황홍지엔은 잠이 깨었다.

머리는 아직도 약간 골치가 띵했고, 혀끝은 마치 신발 바닥으로 문질러댄 문짝처럼 얼얼했다.

그는 한참을 더 침대에 누워 있었고 그제서야 기분이 상쾌해 져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는 탕아가씨에게 편지를 한통 썼는데, 단지 병이 났다고만 썼고 어제의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쑤아가씨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그녀는 오전 오후 할것없이 전화를 걸어와 좀 나아졌나 물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오늘 아무 활동도 안했음으로 달빛아래 산보를 하고 싶었는데 쑤 아가씨가 다시 전화로 그에게 좀 나아졌냐고 물으며 흥미 있으면 집에 와서 밤중에 얘기나 하자고 했다.

그날은 음력 4월15일로 늦은 봄이자 이른 여름이었는데 이 때의 달은 원래 연인들의 달이라 했다.

가을에서 겨울에 걸친 때의 달은 시인의 달빛이라해서 견줄 수는 없지만 거기다 달이 보름달이다보니 홍지엔은 탕아가씨를 몹시 보러 가고 싶었다.

 

쑤 아가씨의 모친과 올케는 영화를 보러 갔고,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밖으로 외출했기 때문에 집에는 그녀와 문지기 두사람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홍지엔을 온 것을 보고 원래 자기도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며, 홍지엔에게 잠시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녀가 옷을 더 입으러 위층에 올라가면서 조금 있다 둘이 정원에서 달을 보자고 했다.

그녀가 내려오자 홍지엔은 먼저 방금 전까지는 맡지 못했던 향기를 맡았는데 그녀는 옷만 갈아입은게 아니고 얼굴과 입술에도 모두 화장을  하고 왔다.

쑤 아가씨가 그에게 육각 작은 정자에 가자고 해서 둘은 난간에 기대고  앉았다.

 

그는 갑자기 깨달았는다.

지금의 상황은 대단히 위험하고 오늘 일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고 후회막급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쑤 아가씨에게 감사하는 말을 했고 쑤 아가씨는 그에게 다시 제 저녁 잘 잤느냐, 오늘은 식욕이 나느냐?,하는 것들을 물었다.

 

두사람은 휘영청 밝은 달이 머리위로 떠오르자 참지 못하고 서너번 연달아 달을 찬미하는 말을 하고는 이윽고 모두 조용히 달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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