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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77p 下

홍지엔은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소동파의 시 조차 그의 안목에 따르자면 대단치 않다니,그런 사람이 짓는 시는 얼마나 대단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고, 다만 그에게 방금 쓴 시를 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쑤 아가씨는 씨에촨이 썼던 시를 알고있었기 때문에 그를 향해 얘기를 꺼낸 것이다;

오로지 구시를 쓰는 사람은 신시를 보지 않는다고 감히 말하지만 신시를 쓰는 사람은 지금까지 구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씨에촨은 네댓장의 종이를 좌석의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꿋꿋이 앉아 이 사람들이 모두 시를 이해하지 못할테고, 결코 그의 싯귀중의 묘처(妙處)를 찾아내어 음미하지 못하면서도 친절히 시의 요점을 찾아낼 능력은 없으면서 그냥 찬미만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때 그는 다른 사람들의 칭송을 기다리면서도 그 칭송이 자기를 만족시키지 못하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아편의 독이 퍼져나가는 시점에서도 담배갑을 찾는 심리를 방불케했다.

 

종이에 쓰여진 7-8수의 근체시는 노련한 격조가 있었다.

군사 참의를 사직하고 귀국하여 그 몇수의 시를 남긴 것이다.

"좋은 문장은 여인의 보조개를 보고 생각난 것, 너무 칭피한 이름이 어린아이의 울음마저 멈추게한다."

중일 전쟁에 분개한 시도 있었다.

"하늘 조차마저 술에 취했는지 의심스럽고, 지금 일본과 같이 망하려고 한다."

이밖에도 이런 것도 있었다.

"청풍(시원한 바람)은 한푼도 안내고 살 수있지만, 기쁜 비는 만호에 봉해야 한다.;

"돌 이빨을 , 양치질하는 차가운 급류, 저녁 바람이 소나무사이를 지나며 솔바람이 솨하고 분다."

"사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세상을 피해 생각할 수는 있다, 혼자 술이 덜깬 몸을 일으킨데 대한 상(賞)은 시든꽃이다."

 

그리고 몇개의 구 비슷한 것도 있었다.

"눈을 씼고 허공을 보니 졸고 가는 기러기가 보이는데. 괴상하고 아름다운 규룡이 가슴을 휘감는 듯."

"몇사람(數子 ?) 데리고 가 옛흔적을 찾는데, 쓸쓸하고 슬픈 마음에 갈대는 슬프게 보이고, 대나무는 고통스럽게만 보인다."

"가을 기운에 몸이 가벼운 기러기가 지나가는데, 귀밑머리털이 흔들리는 그림자를 만마리의 까마귀가 엿보는 듯."

무슨 의;미인지 대단히 난해했다.

 

홍지엔은 <절 마당을 거닐며>라는 시집을 읽지 않았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 이 글자들로 구성된 구의 출처를 알려고 애썼다.

그는 갈대,대나무가 결코 불이 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럴 가능성도 없는 것들이라고 여겼는데 하물며 "凄悲(처랼하고 슬프다)"에서는 등대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몇사람(數子 )은 분명 친구를 가리키는 것이지 결코 어린아이를 의미하지는 앟을 것이다.

그런데 친구라면 어떻게 데리고 간다라고 할 수 있을까?

만마리의 까마귀를 시인의 몇 뿌리의 백발이라고 본다면 설마 "까마귀 둥지같이 시끄럽다"라는 표현은 그의 머리위에 둥지를 튼다는 말인가?

마음 속으로 의심이 들었지만 감히 묻지는 못했는데 씨에촨이 자기가 문외한이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비웃을까 겁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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