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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59p (전종서의 위성)

그가 자세히 살펴보니 두번째 페이지에도 작자가 임의로 주석'1", "2", "3" "4"등등을 순서대로 붙여놓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석 "1"은 "Me'lange abultere" (杂拌 : 설탕에 잰 과일이나 건과를 합친 음식). 이시(詩)에서 전부 말한다.;

어제밤 별들이 오늘 밤에는 흔들흔들 출럼이니, 내일 밤에는 바람에 나부낄텐데...(2)

둥그렇게 부풀어 오른 임산부의 하얀 배가 휘청휘청 하늘에 걸려있다. (3)

생과부로 살다가 도망친 여인이 언제 새로운 신랑을 맞게되나? (4)

Jug! Jug! (5) , 진흙탕 속에서 -- E fango e' il mondo! (6)

-- 밤 뻐꾸기가 노래하다. (7) ....

 

홍지엔이 서둘러 읽어 본 마지막 연(聯);

비가 쏫아진 여름밤, 깨끗이 씼겨 내려가고 , 대지는  풍요롭고 새로워진다.

가장 작은 한포기 플 마저 소리 없는 아우성(원문 ;无声的呐喊)에 참가한다 : "Wir sind!" (우리도 존재한다) (30)

 

시 말미에 세부 주석의 출처를 표시해 놓았는데, 엘리엇(T S Eliot), 코르비에르(Tristan Corbie're - 프랑스 시인),레오파르디  (Leopardi - 이탈리아 시인, 언어학자), 베르펠(Franz Werfel - 독일의 유태계 시인, 극작가)의 시가 모두 있었다.)

 

홍지엔이 주의하고 보니 "임산부의 배"는 보름달을 지칭한 것이고, "도망친 여인"은 창어(항아 : 嫦娥 - 중국 신화에 나오는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훔쳐 월궁으로 도망친 선녀)를 지칭한 것이며 "진흙탕 속 밤에우는 뻐꾸기" 개구리를 지칭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더이상 보고 싶은 흥미가 없어져  바로 시 원고를 탁자에 놓고 말했다.

"정말 근거 없는 말은 한 글자도 없군요.옛날 시를 쓰는 사람들을 소위 '학자들의 시'라고 했다더니 대충 맞네요.

이 시의 스타일은 신고전주의 인가보죠?"

차오웬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고전주의"  그말은 영어로 했다.

 

쑤 아가씨가 어떤 시에 대해 물었는데 <핀판 핑반 : 拼盘姘伴> 일편을 다 읽고 말했다:

"이 시의 제목은 너무 기교를 부린것 같아요.

그리고 맺음 말이 특히 좋아요; "소리 없는 아우성(无声的呐喊) 이 다섯 글자는 정말 여름날 움질움질 머리칼이 우뚝 서는듯한 생명력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아요.

Touty fourmille de vie (생명으로 충만된 일체의 것),를 차오(曹) 선생이 몸으로 느끼신 것은 정말 행운이예요."

 

시인이 그말을 듣고 어찌 기뻤던지 둥글기가 태극같이 완전 둥근 얼굴위로 노란 버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홍지엔은 갑자기 겁날 정도로 큰 회의가 생겼는데 쑤 아가씨가 아주 멍청한 얼간이든가 혹은 아주 교활한 거짓말장이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탕아가씨 역시 그 시를 보고 한마디 했다;

"차오 선생님, 우리같이 학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너무 잔인한거예요.

시에 외국어가 많아서 나는 하나도 모르겠네"

 

차오웬랑이 말했다.

"이 시의 스타일이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더욱 맘에 들어할 수도 있어요.

제목부터 잡탕(杂拌)이니 열여덟개로 찟어진 의미인데 당신이 보다보면 느닷없이 이 사람의 싯귀도 나왔다 느닷없이 저사람의 싯귀도 나왔다 거기다 한문 속에 서양 말이 섞여있지 않나 그러다보니 자연히 일종의 질서없이 억지로 끌어 모아다 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겠죠.

탕아가씨, 당신이 느끼기엔 이것이 너저분하고 얼기설기 엮은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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