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종서의 위성

58p (전종서의 위성)

홍지엔이 말했다 

"좋으시겠어요! 어쩐지 어제 나타나지 않은것이 알고보니 시를 논하느라 그랫구먼, 우리같은 속물들이야 뭐!

근본적으로 당신과 알고 지낸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죠.

그 차오선생은 당당한 켐브리지 출신인데 우리같이 새로 생긴 대학에 이름 걸고 다닌 사람들이 어찌 같이 어울릴 자격이 있겠어요?

내가 한가지 묻겠는데 당신의 <18인의 백화시인>에 아직 그를 넣지 않은것 같던데 혹시 재판(再版)을 찍을때 그늘 넣어주려고 준비 중인거 맞죠?"

 

쑤 아가씨는 화를 내는것 같기도 했고 웃는것 같기도 했는데, 왼손 식지로 허공에서 그를 가리키며 한마디 말했다.

"당신은 질투심으로만 똘똘 뭉쳐서 그러는데 질투할 대상이 아니예요."

그녀의 표정과 함축된 의미에 놀라서 황혼지엔은 감히 입을 놀릴수 업었고 그저 자기가 너무 화난 것같이 꾸며댄 것이 후회스러웠다.

 

잠시후 탕아가씨가 왔다.

쑤 아가씨가 말했다. "야 대단히 거만하구먼! 어제 저녁 내가 전화를 걸어 문후를 여쭸는데도 너는 오늘 답신도 안하고 그냥 있었지.

지금까지 그냥 있다가 다시 내가 오라고 청하니까 마지 못해 오는구나.

황선생도 네가 어지됬나 묻더라."

 

탕아가씨가 말했다; "우리가 허세나 부리는 사람이라고요?

우린 다른 사람이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사람이예요.

지금도 오라니까 온건데 도대체 뭐가 이상하단 말이오?

오라고 청해도 가기 싫어 안가야 위대해 지는거 아니오?"

 

쑤 아가씨는 그녀가 어제 세번이나 자기가 전화했던 일을 들통낼까봐 겁이나서 서둘러 마무리하고 그녀를 위로하듯 말했다.

너같은 애를 를 보니까 농담이 하고 싶어져서 그런건데 바로 정색을 하는구나."

그리고는 바로 홍지엔이 가져온 귤을 까서 그녀와 같이 먹었다.

문지기가 동굴동글항 얼굴의 인물을 안내하여 들어왔다.

그녀가 말했다. "차오(曹) 선생 오셨네,"

 

홍지엔은 깜짝 놀랐는데 작년에 같이 배를 타고 귀국한 그 쒼 아줌마의 못생긴 아이와 어떻게 그렇게 똑같이 생겼을까 하고 생각했다.

마치 그애가 그대로 커진것 같았고 얼굴에 "쑨 스(孙世) 형"이라고 써있는것같았았다.

천하에 이처럼 놀랍도록 똑 같은 얼굴이 있다니!

또 시를 쓴다는사람이 투덕투덕한 찐빵 얼굴이면 시(詩)가 놀래서 좋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갑자가 당 시대의 유명한 가난하고 깡 마른 시인 가도(贾岛)가 생각났는데 그역시 둥근 얼굴에 단신이었으니 차오웬랑(曹元朗)도 겉모습 만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서로 소개하고 인사를 나눈후에 차오웬랑은 가죽 서류가방에서 한통의 붉은 나무 협판(책을 끼워두는 나무판)의 서첩을 꺼내어 정중하게 쑤 아가씨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오늘 특별히 가르침을 청해야 겠습니다."

홍지엔은 그것이 서첩이 아니란 것을 겨우 알아차렸는데 그것은 아주 귀하게 만든 화선지로된 수첩이었다.

쑤 아가씨가 그것을 받아서 몇장 넘겨보고 말했다.

""차오 선생, 이거 내게 두고가면 자세히 보고, 다음 주에 돌려드릴께요, 그래도 되요? - 홍지엔, 당신 차오선생 의 대작들을 아직 안 읽었어요?"

 

홍지엔은 바로 생각했다. 얼마나 좋은 시이길래 저렇게 소중한 책에 적어 놓았을까.

그는 그것을 공손하게 받아서 펼쳐보았는데 모필 붓으로 단정하게 쓴  송나라체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제 일 수(首)는 14행의 시로 제목이 핑판핀반( 拼盘姘伴 : 拼盘-잡탕요리,姘伴- 내연의 상대방)라고 붙어있었다.

'전종서의 위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60p (전종서의 위성)  (0) 2013.01.22
59p (전종서의 위성)  (0) 2013.01.21
57p (전종서의 위성)  (0) 2013.01.17
56p(전종서의 위성)  (0) 2013.01.16
55p (전종서의 위성)  (0) 201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