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종서의 위성

53p (전종서의 위성)

사실 주위 사람이 보기에는 그의 얼굴색은 언제나 그랬으나 그 자신만이 오늘따라 특별히 보기 않좋다고 여긴 것 뿐이었다.

핏기 없고 누렇게 뜬 얼글을 만회하고자 꽃무늬 넥타이를 세번이나 갈아매고 겨우 아래층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저우 영감님은 매일 이시간이면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그는 저우 마나님과 샤오청(效成) 과 함께 세사람이 같이 식사를 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이층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이 전화기는 그의 침실 바깥에 설치되어 있었고 그는 집에 있을때면 귀가 조용하리란 것은 아예 단념했다.

그는 자주 걸려오는 전화기 소리를 들을때마다 마음속으로 짜증이 났고 자기의 미혼처도 바로 "혼을 뺏어가는 벨소리" 때문에 단명했다고 생각했다.

 

이때 하녀가 내려와 말했다;

"황 도련님 전화 왔어요. 쑤씨라는데 여자예요." 

하녀가 말하면서 그녀와 저우 마나님 그리고 샤오청 세사람이 눈짓을 주고 받았고, 바쁘게 공기중으로 눈녹은 봄 강가의 잔잔한 비단물결 파장이 퍼져 나갔다..

홍지엔은 쑤 아가씨가 전화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참이라 허둥지둥 올라가 전화를 받았는데 샤오청이 큰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왔다;

"내가 추측하기엔 그사람이 바로 쑤원완 인거 같아요."

이 애는 전날 학교에서 본국사(本国史) 수업시간에 청조의 국성(國姓)  <아이씬줴로 (爱新觉罗: 청태조 누르하치의 성(姓) 발음)>를 잘못 써서 <친아이 바오루어 : 亲爱保罗 - 친애하는 폴(Paul)>이라고 쓰는 바람에 선생님에게 한바탕 혼줄이 나고 홧김에 오늘 하루 학교에 안가고 집에 있는 중이었다.

하필 쑤 아가씨의 이름을 그는 한번 보고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홍지엔이 수화기를 들면서 주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숨죽이고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쑤 아가씨 입니까? 나 홍지엔이예요."

"홍지엔,  지금은 당신이 아직 안나가고 있겠다 싶어 전화 했어요.

나 오늘 몸이 불편해서 저녁때 어메이춘에 못갈것 같아요.

정말 미안해요! 나보고 뭐라고 욕하지 마세요."

 

"탕 아가씨는 오나요?" 홍지엔은 말을 꺼내놓고 바로 후회했다.

그러자 단호하게 "그건 나도 모르죠."하고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는 당연히 가겠지요 뭐!"

"당신 무슨 병이 난는지 모르지만 심한가요?" 홍지엔은 진작 물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물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피로해서 그런지 외출하기 귀찮아졌어요." 이 말에 함축된 의미가 확실해졌다.

"그럼 나도 안심했네요. 당신은 푹 쉬시고, 내가 내일은 꼭 보러갈께요.뭐 먹고 싶은거 없어요?'

"고마워요. 난 뭐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 - 잠시 멈췄다가 - "그럼 내일 봐요."

 

쑤 아가씨가 전화를 벽에 걸어놓자, (옛날 전화기라 벽에 걸어 설치된 것 같음) 홍지엔은 그제서야 예의상 오늘 저녁 먹는 것을 취소하고 한턱 내는 것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쑤 아가씨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그녀에게 탕아가씨에게 저녁을 다음에 하자고 말해달라고 부탁할까?

하지만 마음 속으로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고민하는 중에 샤오청이 깡충깡충 뛰면서 목소리를 높여 위층까지 들리게 말했다.

"친애하는 미쓰 쑤 아가씨.상사병이 생긴걸 아시나요? 당신 뭐가 먹고 싶나요?

나는 큰 떡도 먹고 싶고, 요우티아오 (기름에 튀긴 꽈배기 같은 것), 우썅도우(오향두), 비티간(鼻涕干), 쵸우쌴위(臭咸*)도 먹고 싶어요."

'전종서의 위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55p (전종서의 위성)  (0) 2013.01.15
54p (전종서의 위성)  (0) 2013.01.14
52p (전종서의 위성)  (0) 2013.01.09
51p (전종서의 위성)  (0) 2013.01.07
50p (전종서의 위성)  (0) 201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