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홍지엔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음으로 더이상 남아있고 싶지 않았고 사람이 많이 남아 있을때 쑤 아가씨에게 간다고 하기가 조금 쉬울 것 같았다.
쑤 아가씨는 황홍지엔이 오늘 자기에게 친근하게 굴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복도까지 따라 나왔는데 마음이 마치 추운날 문밖에 나갈때 나가기전 화로 앞에서 손을 쬐고 나가는 것과 같았다.
홍지엔이 말했다; "쑤 아가씨, 오늘은 당신과 얘기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았네요.
내일 저녁 시간 있어요? 내가 어메이춘에서 저녁을 사고 싶어요, 내가 자오씬메이가 한턱 낸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겼지만 말이죠!
나는 그에 비해서 단골도 아니고, 음식도 잘 시키질 못하긴 할거요."
쑤 아가씨는 그가 여전히 자오씬메이에게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넓어져서 편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우리 둘이서만 인가요? "
말하면서 약간 부끄러웠는데 이런건 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황홍지엔이 머뭇머뭇하며 말했다. "아니요, 우리 둘하고 당신 사촌 동생도 같이서요."
"어, 그애도 있네. 그애한테 말했어요?"
"아까 말했어요, 그녀도 온다고 했는데 --- 같이 오면 되겠네요."
"좋아료, 내일 봐요.""
쑤 아가씨의 작별할때 태도가 황홍지엔의 즐거움을 싸늘하게 위축시켰다.
그는 이일이 온전하게 지나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쑤 아가씨의 애정이 아무탈없이 끝까지 잘 유지해 가도록 매끈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탄식하며 쑤 아가씨가 참 안됬다고 생각했다.
또 자기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데 그녀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다면 이건 공정하지 않은 일이다!
그녀는 너무나 당치 않은 이익을 보는 셈이다.
그녀는 당연히 이런 일로 쉽사리 상처 받지 않아야하고, 의당 속으로만 삼키고 아프다고 소리 내지 않아야한다.
무엇 때문에 사랑은 한 사람의 정신의 저항력을 약하게 하고 사람을 연약하게 만들고, 지배 당하게 만드는 것일까?
만약에 하느님이 정말 인류를 사랑한다면 결코 이렇게 힘없게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황홍지엔이 이런 사상을 자오씬메이에게 알려 준다면 당연히 '허세만 부리는 철학자'라고 욕을 해댔을 것이다.
그는 그날 밤 잠을 잘때, 흡사 멥쌀 가루로 그려 놓은 선 같이 끈기가 없고 길게 잡아 느릴 수 없었다.
그의 즐거움은 꿈속에서 뿜어져 나오는데 그는 네댓차례 잠이 깨었다.
그리고 매번 잠이 깰때마다 바로 탕샤오후의 얼굴이 자기 눈 앞에 있는 것 같았고, 목소리가 귓속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는 오늘 그녀와 얘기할때의 글자하나, 한문장,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맘에 쏙 들었으며 혼미한 가운데 잠이 들면 또 놀라서 깨었다.
이 즐거움이 모두 잠에 뭍혀 사라지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졸리움을 참을 수도 없었고, 다시 잠이 들면 낮에 있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깨었을 때 몸을 일으키고 보니 약간 흐린 날씨였다.
그는 약속을 잡은 날이 편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할 수만 있다면 압지로 눌러서 하늘의 연한 구름과 비를 모두 빨아들이고 싶었다.
또 오늘 월요일은 은행이 의례 바쁜 날이었는데 그가 여섯시 정도에 도착하려면 퇴근하여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음식점으로 갈 틈이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미리 옷매무새를 잘 꾸몄다.
귀국한지 일년이 채 못되었는데 이마에는 주름살이 많이 생겼고 어제는 잠도 못 잔데다가 얼굴 색, 눈초리 모두 활기가 없고 암담해 보였다.
그는 이틀만에 마음 속의 애인이 생긴 후에는 자기의 외모상 결점에 대해 하나도 빠짐 없이 그냥 넘어가지 않고 깨달았는데 그것은 마치 손님 맞을 옷이 한벌 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이 얼룩이나 꿰맨 자국을 덮은 윗 부분을 모두 알고 있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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