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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5p (전종서의 위성)

황홍지엔이 잘 방에 가니, 숙영의 사진이 탁자위에서 없어진것을 발견했다.

아마 그가 그것을 보고 그녀를 생각하느라 상심하여 잠을 못 이룰까봐 장모가 일부러 와서 가져간 것 같았다.

 

배에서 하선한지 불과 6~7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배위에서의 일체의 것들이 먼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상륙했을때의 흥분은 모두 날아가 버리고, 자신이 무기력하고 보잘 것 없으며, 직업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연애 역시 이루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에 그리던 유학을 갔다와서 귀국했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물이 증발되어 하늘로 올라간후 다시 비로 변해서 땅으로 내려온 것 같은 것인데 당대 사람들은 모두 바라보았고, 말들을 했다.

현재 그는 먼 곳에서 고향으로 돌아왔는고, 조국이라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바다에서 자신은 물거품 하나 일으키지 못했는데...

아니 않았는데, 그 왕주임이 펜을 들어 추켜세우는 바람에 자기는 하나의 커다란 비누거품이 되어버렸고, 터지기 전까지는 오색영롱하지만 사람이 톡 건드리는 것도 이겨내지 못하고 어디로 간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는 망사 창가에 기대어 밖을 내다 보았다.

하늘 가득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소리도 전혀 없는데도 천상의 번거롭고 소란스런운 면을 보여 주는 듯 했다.

환한 달은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여자 아이의 처럼 보였고, 얼굴을 내미는데 창피하거나 위축되지도 않았고, 밝고 윤곽이 뚜렸하게 보였으며 점점 야경을 드러나게 했다.

작은 정원 풀밭에는 작은 곤충들이 소란스럽게 밤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디선가 개구리들이 일제히 힘을 합해 큰소리로 눈물도 안흘리며 와글와글 울어댔고, 그 소리의 파도는 불로 바글바글 끓여대는 것 같았다.

몇마리의 반짝이는 반딧불이 유유히 다가 왔는데, 그것은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밀도 높은 공기 속을 떠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달빛이 미치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한점 반딧불이 갑자기 환해 졌는데 마치 여름 밤의 한마리 작은 초록색 눈동자 같이 보였다.

 

이런 풍경은 홍지엔이 출국전 익숙히 보아오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때 다시 보니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지고, 아파왔으며 눈허리가 시큰해지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는 그제서야 생명의 아름답고 선함, 귀국의 즐거움을 깨닿고, <상해일보>의 뉴스나 망사창 밖의 모기들이 웅웅거리는 소리는 똑같이 더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홍지엔은 편안히 한숨을 쉬었고, 크게 하품을 했다.

 

황홍지엔이 고향마을 기차역에 내리니 황 영감님과 홍지엔의 세째 동생 훵이(,凤仪), 그밖에 7-8명의 사촌, 육촌 형제들과 황 영감님의 친구들이 모두 플랫홈까지 와서 환영했다.

그는 송구스러운 나머지 일일이 앞에 가서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이렇게 날도 더운데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그가 부친의 수염을 보니 많이 히끗히끗해 져 있었다.

:아버님, 왜 나오셨어요!"

 

황둔 옹(翁)은 송에 있던 접는 부채를 황홍지엔에게 주며 말했다;

너희들 서양 옷 입는 친구들은 이런 낡은 물건이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결국 밀짚모자로 부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또 아들이 2등차편으로 온 것을 보고 그를 추켜세우며 말했다.

"이애가 사람이 됫구먼!

귀국선을 2등석을 타서 기차는 틀림없이 1등 석을 타고 올것으로 여겼는데 역시 2등차를 타고 왔네.

첨에는 뜻이 높고 기개가 대단하지는 않았었는데 본래의 면모가 바뀌더니 이젠 철이들어 사람의 도리를 아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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