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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4p (전종서의 위성)

"내가 자네에게 사진을 받고 바로 문서과 왕주임에게 뉴스 원고를 만들어 신문에 내라고 했네.

나도 자네가 얼굴을 드러 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알지만 이건 체면이 걸린 일이니 궂이 숨길 필요는 없네."

마지막 말 몇마디는 홍지엔은 얼굴이 변했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장모가 말했다;

"당신 그말 맞아요. 그 큰돈을 들였는데 무엇때문에 떳떳하지 못할게 있나요!"

 

홍지엔이 창피스러워 벌써 얼굴이 벌게져 있는데 어린 처남이 가져온 신문을  보니, 귓부리에서 시작해서 목덜미를 지나 척추를 거쳐 발끝까지 화끈화끈 하는 것 같았다.

그 신문은 7월 초에 발행된 <상해일보(沪报)> 였다.

교육 소식 난에 두장의 작은 사진이 실려있는데 동판이 흐릿해서 그런지 점장이 항아리의 귀신형상을 찍어 놓은 것 같았다.

앞장 사진에는 정무원 참사 쑤홍예(蘇鴻業)의 따님 쑤 원완(문환:文纨)이 리용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다는 소식이 실려있었다.

뒷장 사진에는 기사가 두배나 길었는데 이 항구도시 상업계의 유명인인 디엔진(点金:물건을 금으로 만든다는 뜻) 은행장 저우호우칭(주후경:周厚卿)의 훌륭한 사위 황홍지엔이 주씨 가의 자금지원으로 학문 깊이을 더하기 위해 영국 런던, 불란서 파리, 독일 베를린  각 대학에서 가서 정치, 경제, 역사, 사회등 각과를 전부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하고 수석으로 최근 독일 크레이튼 대학에서 영예로운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각국을 다니며 연구하다가 가을에 귀국할 예정인데 대기관들이 서로 그를 모시기 위해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홍지엔은 그 신문을 박박 찢어버리고 이 왕 아무개 주임이란 자를 목을 졸라 버리지 못한 것이 한이었지만 그래도 이력을 이용하는 메스꺼운 공식을 써먹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쩐지 쑤 아가씨의 오빠가 그를 만났을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했고, 어쩐지 훵투가 쑤씨 성의 유학 박사를 소문 들어서 안다고 했었다.

당시에는 그녀의 속물근성을 비웃었지 않나!

거기 비하면 자기의 이 소식은 세속의 극치이고, 악취가 진동해서 독자들이 코를 잡아야 할 지경인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진짜 박사이기나 하지만 자신은 뭔가?

 

배를 타고 있을때는 한번도 쑤 아가씨에게 학위에 대한 일을 얘기한적이 없지만 그녀가 이 뉴스를 보았다면 금새 자기를 허풍치는 사기꾼으로 단정했을 것이다.

독일 어디에 크레이튼 대학이 있나?

편지를 쓸때 학위에 대해 모호하게 썼는데 장인이  편지를 보니 독일에서 부친 것이라 무턱대고 독일 대학이라고 판단항 것이지만, 잘 아는 사람이 보면 어찌 입을 삐죽이며 웃지 않을 수 있겠나?

자기는 바로 사기꾼이 된 셈이고, 이때부터 면목없는 인간이 된 것이다!

 

저우 마나님은 황홍지엔이 신문을 들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을 보고 웃으며 장인에게 말했다;

"홍지엔이 득의 만만해 하는 것을 보세요.그 신문기사를 보고 또 보고 손에서 놓을줄 모르네요."
쌰오청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홍지엔 형님이 그 쑤원완씨를 잘 아니까 그녀에게 장가를 가서 그녀를 우리 누나로 삼으면 좋겠네요."

 

황홍지엔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는 어렵지 않게 자기를 억제하였고 신문을 바닥에 내던지지도 않았고, 창피한 표정을 얼굴에 나타내지도 않았지만 벌써 목이 잠겼다.

저우씨 부부는 홍지엔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시고 얼굴이 하얗게 된 것을 보고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어 갑자기 서로 안색을 바꾸고 홍지엔의 마음을 잘 안다는 듯 이구동성으로 쌰오청에게 야단을 쳤다.;

"자네 이녀석을 혼내주게.

어른들 얘기하는데 누가 너보고 끼어들래냐?

홍지엔 형이 오늘 막 왔으니 당연히 네 누나생각이 날거고, 마음이 무거울거야.

너 농담하는 것도 분수가 있지 ... 앞으론 입 다물고 있어.

홍지엔, 우린 자네가 인품이 후덕한 것을 잘알고 있네. 아이가 멋대로 말한 것을 마음에 두지 말게."

홍지엔의 얼굴이 다시 벌게졌고, 쌰오청은 입을 삐쭉 내밀고 와 마음 속으로 원망스럽게 말했다.

나 형이 사다준 만년필 내팽겨칠거야, 도로 갖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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