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찌 되었든 속죄하고싶어졌기 때문에 내일 열시반 특급열차를 타고 만국 공원묘지를 한번 가볼 생긱을 하고 바로 말했다.
"저는 원래 내일 아침 그녀의 무덤에 가려고 했습니다."
저우 사장내외는 홍지엔의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저우 마나님은 그에게 오늘 밤 그가 잘 방을 가보라고 하며 그방이 바로 숙영이 생전에 쓰던 방이라고 했다.
화장대 위에는 두장의 사진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장은 숙영이 생전에 찍은 초상 사진이고, 한장은 자기의 박사 학위 사진이었다.
황홍지엔은 그것을 보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마치 그가 숙영을 따라 같이 죽은 것같이 생각되었고 적막하고 암담한 가운데 육신을 미처 떠나지 못한 영혼이 다시 돌아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녁 식사때 장인은 홍지엔이 앞으로 반년간은 직업이 정해지지 않은채 지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를 위로 하여 말했다.
"그거 문제될 것 없어.
나는 자네가 상해 아니면 남경에서 일자리를 찾았으면 하네. 북경은 정세가 매우 위험하니까 가면 안되네.
자네 집에 돌아 갔다가 두주일 후에 바로 여기 나 있는데로 오게.
우리 은행에 이름을 걸어 놓아 줄테니 자네 낮에는 일을 보러 다니고, 저녁때는 우리 아들 녀석을 가르치면서 기회를 찾아보도록 하게. 어떤가?
그러니 짐도 모두 갖고 갈 필요 없고 날씨가 이렇게 더우니 집에 돌아오면 어쨋든 중국 의복을 입게."
홍지엔은 감격해서, 장인에게 깊이 감사 드렸다.
장모는 그의 혼사 말을 꺼내면서 그에게 여자 친구가 있나 물었다.
그는 황급히 없다고 말했다.
장인이 말했다.
"나도 자네가 그럴리 없다는 것을 알고있네.
자네 부친의 가르침이 훌륭하고 자네도 단정한 사람인데 시끄럽게 무슨 자유연애니 뭐니 떠들리 만무하지.
자유연애 해서 잘되는 꼴을 나는 한번도 본적이 없네."
장모가 말했다;
"홍지엔이 이렇게 건실한데 아직 여자를 찾지 못했구먼.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장인이 말했다.
"당신 또 나서는군! 그사람 부친, 모친이 주동이 되어 정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시면 어쩔려구.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장모가 말했다;
"홍지엔이 외국 갈때 쓴 돈도 다 우리 돈이니, 당연히 그가 색씨를 얻는데 우리 저우 집안을 나몰라라 하고 정하면 안되지.
홍지엔, 내 말이 틀리나?
자네 앞으로 색시 될 사람은 우리 딸같이 행동해야 하네.
내 이말을 자네 귀에 대고 하는 것은 새로 사돈이 생겼다고 옛 사돈을 깨끗이 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리려는 거야.
이런 양심 없는 인간들을 나는 참 많이 봤어."
홍지엔은 어쩔 수 없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절대 그럴리 없으니까요."
그는 마음 속으로는 쑤 아가씨의 그림자에 대고 이말을 했다:
"들어 보게! 자네는 이 아줌마를 엄마로 여기지 않나? 다행히 내가 자네를 장가까지 보낼 필요까지는 없네만."
그의 어린 처남이 마치 계속 잇달아 하는 것처럼 그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말을 꺼냈다..
"홍지엔 형님, 쑤씨 성의 여자 유학생이 있던데 형님도 아세요?"
황홍지엔은 깐짝 놀라 한바터면 손에 들고 있던 밥그릇을 떨어뜨릴번 했다.
미국 행동심리학자가 증명한 " 의식은 소리 언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녀석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은 무슨 심보에서며, 또 어떻게 마음 속에서 소리 없이 멈춰버린 비밀스런 말들을 모두 그가 듣고 있었단 말인가!
그가 채 대답도 하기전에 장인이 말했다;
"맞아! 내가 잊을번 했군 ---쌰오청(效成)아. 너 그 신문좀 가져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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