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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의 위성

27p (전종서의 위성)

황홍지엔은 이일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평소 제일 싫어하는 것이 소도시의 모던(modern) 아가씨로 유행에 뒤져서 촌스럽게 도시 멋을 부리는 것인데,이것은 중국에서 만든 모방한 양복 같아서 잔뜩 허세를 부려 외국인의 헌 옷을 양쪽으로 덧대어 깁고, 소매와 바지도 역시 비슷한 스타일로만들어 놓은 것과 똑 같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막바로 안된다고 할 필요는 없으니 우선은 그냥 내버려두고, 며칠 있다가 상해로 줄행랑을 놔야지.

 

황 영감님이 또 말하기를 네가 멀리서 왔으니 대접하려는 사람도 많을텐데,날씨도 너무 덥고 하니, 몸 조심해서 음식도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가까운 친척들중 찾아 뵐 어른들  집을 모두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라고 하였다.

또 자기가  조금 시원해지기를 기다려 차를 빌려와 직접 그를 데리고 조부의 묘소를 찾아볼 생각이라 했다.

황씨 마나님이 말하기를 내일은 재봉사에게 말해서 그의 두루마기와 안에 입을 옷을 지어달라 할테니, 우선은 훵이가 두루마기가 두벌 있으니 그것을 빌려 입고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라고 하였다.

 

저녁 식사때, 황씨 마나님이 손수 장어구이, 닭날개 조림, 수박 닭곰탕, 새우 술 찜을 만들었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큰아들이 좋아하는 고향 음식이었다.

황씨 마나님은 그의 밥공기에 일일이 맛있는 것을 골라 올려주면서 말했다.

"나는 네가 외국에 4년동안 나가 있을때 정말 불쌍하게 생각했단다.아무것도 먹을 만한게 없었지않니?!"

모두들 왁자지껄 웃으며 얘기하는데 그녀는 또 시작했고  외국에서 먹지 못했다면 어찌 내가 굶어 죽지않고 살아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서양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무슨 빵, 우유를 나에게 갖다준대도 나는 하나도 못 먹을거야."

 

홍지엔은 갑자기 이런 가정 분위기에서는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결코 믿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마치 백주 대낮에는 귀신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

부친, 모친의 계획과 희망에 눈꼽만큼도 의외의 사고가 날 여지가 없는것이다.

그들을 보면 모두 이렇게 미래가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들 있기 때문에 자신도 덩달아 대담해져서 상해의 형세는 아마 완화될것이고 전쟁은 발발하지 않을거고  설령 정말 발생한다해도 별로 상관 없는 일이라고 까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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